수익성과 자산가치 매력있네...
'지주회사' 다시 보기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지주회사는 모두 22개, 금융지주회사 3개를 포함하면 25개다.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모두 137개, 이 가운데 올들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했거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두산이나 태평양, 금호석유화학, 평화산업, SBS 등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설립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주회사 요건이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외국은 별도의 제한 규정 없이 개별기업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별개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외국에서는 하나의 회사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한 차이다. 전경련에서 지주회사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부채비율 한도를 기존 100% 에서 200%로 완화하고 자회사와 사업 관련성이 없는 손자회사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자회사 지분 비율 요건을 현행 30%에서 20%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주회사 투자의 또 다른 매력은 이른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회사들 실적이 좋을 때 지주회사는 자회사보다 초과이익을 낼 수 있지만 실적이 부진할 경우에는 오히려 손실을 낼 수도 있다. LG나 삼성물산, GS홀딩스, 두산 등 실적 좋은 우량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들이 최근 놀라운 초과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발빠른 사업 구조조정도 지주회사의 경쟁력이다. LG는 전자와 화학, 통신 등 주력 사업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 아래 지난해 11월 엘리베이터 제조회사인 LG오티스 지분을 과감히 전량 매각했다. 3천억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과거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고집하고 있었다면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회사를 과감하게 털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상장 자회사의 자산가치에 주목
삼성물산도 택배회사인 HTH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테스코와 삼성카드, 삼성네트웍스, 삼성SDS 등 비주력 계열사들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 또는 상장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이상대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위험을 안고 있는 비핵심 기업은 수익성과 상관없이 매각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핵심 사업분야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이야기다.
LG는 이르면 내년에 LGCNS를 상장할 계획인데 장부가치가 2조6420억원인 반면 시장가치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세차익만 531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GS도 GS리테일을 상장하면 6천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도 자회사들을 매각 매각 또는 상장해 4597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삼성카드와 삼성SDS의 상장은 2008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훈 연구원은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이들의 자회사에 대한 대안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 자회사보다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자체적으로도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는 LG의 경우 브랜드 가치만 2조263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했다. LG는 자회사들에게 매출액의 0.2%를 수수료로 받고 있는데 올해는 154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LG와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평균 ROE가 17.5%와 10.7%로 자기자본비용을 웃도는데 이런 수익성을 감안할 경우 이 기업들이 실질 자산가치 이하로 거래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의 주가는 지나치게 낮다는 이야기다. 실질 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은 삼성물산이 45.2%, LG와 GS홀딩스와 각각 37.8%와 33.3%다.
과거 SK 사태에서 보듯 그동안 지주회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그런데 최근 지주회사의 움직임은 디스카운트 요인을 말끔히 털어냈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지주회사들은 크게 저평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지주회사로 꼽히는 홍콩의 청콩홀딩스나 스와이어퍼시픽 같은 지주회사들의 실질 자산가치대비 할인율은 지난 15년 동안 15~21% 수준에 머물렀다.
지주회사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대주주와 투자자들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데 있다. 특히 LG나 GS홀딩스의 경우 대주주들이 자회사 지분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에 이들은 지주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대주주의 이해가 곧 투자자들의 이해와 맞물린다는 이야기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처럼 대주주가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