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자산가치의 재평가가 시작됐다
자산가치의 재평가가 시작됐다
  • 이경수 / 대우증권 연구원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가는 기업이익의 종속함수 ... 안정적 성장만이 살길
ⓒ이주노 이름난 한의사의 핵심 경쟁력은 환자의 맥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적절한 처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주식을 잘하는 투자자의 비법도 시장의 맥을 한 수 위에서 읽어내는 능력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 증시에 흐르는 맥은 무엇인가, 투자자는 이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05년 주식시장은 물 반, 고기 반으로 표현될 만큼 투자하기 쉬웠던 한 해였다. 적립식 펀드에서부터 시작된 붐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거의 모든 주식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시켰다. 이로 인해 시장의 맥을 정확하게 짚지 못한 투자자도 일정한 투자수익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국내 간접투자 붐은 주춤해진 상황이고, 외국인은 한국 주식 사들이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와 원화 강세의 이중고는 기업이익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2006년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이전되는 과정상의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위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주가의 차별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까지 이와 같은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 맥을 짚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차별화 장세... 오르는 주식만 오른다 맥을 짚어내는 고민에 앞서 다소 엉뚱한 질문이 될 수 있지만, 독자는 현재 투자판단을 할 때 재무제표 중 어떤 계정을 가장 중시하고 있는가? 대차대조표 내 투자자산 계정과 자본 계정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면, 시기적 맥을 비교적 잘 짚고 있다는 생각이다. 좀 더 깊이 얘기하자면, 이들 계정을 주가 수준과 연계한 PBR(주가를 장부가치로 나눈 값)과 ROE(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 투자지표를 살펴보는 것이다. 시장은 유형의 자산가치, 이를테면 보유 중인 토지나 건물, 투자유가증권 심지어 최근에는 자원개발 가치 등등이 높거나 투자의 효율성이 높은 기업의 지분가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된 M&A 이슈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현 시장의 맥이다. 우선 과거의 길을 되돌아보고 향후 흐름을 예상해 보자. 2000년 이후 재무제표 내 상대적 중요도 관점에서 바라본 시장흐름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Ⅰ단계인 2000년부터 2001년 중반까지 시장은 대차대조표의 부채계정이 지배했던 시기이다. 동 시기에 기업은 IMF와 IT버블 붕괴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부채 줄이기에 몰두했다. 물론 기업간 M&A도 활발했지만, 이는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정화적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당시 시장의 맥은 부채비율이 낮은 안정적인 기업에 대한 보수적 투자가 시장의 맥이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Ⅱ단계(2001년 9월~ 2003년 3월)는 손익계산서의 매출계정이 주도했다. 신용버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내수 소비업종 기업의 매출로 연계됐고,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마진율을 향유했던 국내 IT제품 가운데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잘 반영됐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선택 받던 시기는 아니었다. 따라서 전략의 핵심은 해당 업종 및 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Ⅲ단계(2003년 4월~ 2005년 12월)는 주지하다시피 중국투자 붐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기의 회복기였다. 여기에 선진국 저금리에서 파생된 글로벌 유동성과 국내 간접투자 문화까지 형성되며 한국증시의 재평가가 동시에 진행된 시기이다. 기업 이익은 굴곡이 있었지만, 대체로 글로벌 경기회복에 편승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이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Ⅲ단계 후반에는 2~3년에 걸친 매출 및 이익까지 선 반영시키려는 과열현상이 일부 나타났고, 상당수 기업들은 경쟁력 격화에 따른 마진압박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매출보다는 영업이익 개념의 수익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동 시기에 다양한 테마가 순환형성 됐지만, 핵심은 역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익에 대한 재평가 과정으로의 편승전략이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장이 위치한 Ⅳ단계(2006년 1월 ~ )이다. Ⅲ단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주가의 재평가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단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즉 이익의 재평가에서 자산가치 재평가로의 변화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증시의 발전적 과정이다. 비록 외국 투자자본의 기업사냥에서 촉발됐지만, 이는 우리기업의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 개념을 새롭게 인식시켰다. 영업에만 집중했던 기업이 자산의 효율적 관리와 투자의 필요성을 요구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M&A 이슈도 주주가치를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순기능적인 효과가 더 크다. 특히, 금융권 구조조정의 경우 기업간 M&A를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이라는 점에서Ⅰ단계에서 진행됐던 정화적 구조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여기에 기업회계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즉 2007 회계연도부터 연결기준 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로 작성되는데, 이를 앞두고 해당보유 기업의 지분가치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고, 이 부분이 기업가치로 연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와 같은 점이 금융 선진화를 향한 발전적 구조조정기로 판단하는 이유이다. 둘째, 과도기적 장세의 대안이다. 현 시장은 유동성 랠리에서 펀더멘털 랠리로 이전되는 과정의 과도기적 장세로 정의할 수 있다. 고민은 펀더멘털 랠리 여부인데, 이를 자신하기에는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환율와 유가의 괴롭힘 속에 중국 긴축우려까지 가세하며 투자자는 상당부분 자신감을 상실했다. 이는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며 투자자의 안전욕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펀더멘털 랠리로 가는 과도기적 장세 ⓒ이주노
하지만, 이것이 보수적 포트폴리오 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 하락을 대비한 방어적 투자가 아닌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한 주가 수익을 기대함으로써 상승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싶은 심리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가 찾은 대안이 자산주와 안정적 이익 또는 성장주와 내수주라는 투자 조합이다.
이들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는 하루하루 유가나 환율 움직임에 괴로워하지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도기적 테마이고 현 시장의 맥으로 판단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하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시장테마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원인이 이익개선 불확실성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됐다면,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대안투자로서의 테마형성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2분기 실적이 과연 바닥인지, 기대되고 있는 IT업종의 실적 부활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려진 시야가 밝아진다면, 그때서야 시장의 맥은 다시 이익으로 옮겨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기업이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의 재평가에만 집착할 경우 이는 또 다른 버블에 올라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주가는 결국 기업이익의 종속함수다.
이익의 안정적 성장이 뒷받침되는 기업만이 자산 재평가의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이경수 / 대우증권 연구원 totilee@bestez.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