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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 세계 경제에 도움 줄 듯
달러화 약세, 세계 경제에 도움 줄 듯
  •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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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에 대한 수요 증가 ...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한겨레 김종수
세계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징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가, 환율, 교역조건 등의 변화는 세계 경제가 새로운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해 온 미국 경제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조정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이러한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 하에서 한국 경제는 그 동안 잘 적응해 왔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가 향후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일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미국 경제가 주도해온 세계 경제 환경이 바뀌는 것은 미국 경제의 중장기적인 조정기로의 진입과, 미국을 대체하는 다른 선진국가의 성장성 확대, 신흥 공업국가의 부상이라는 모습으로 표면화 될 것이다.
실제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으며 달러화 가치 약세를 통해 향후에는 더욱 빠르게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주도했던 일원화된 세계 경제 성장 국면과 대비해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의 다변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럽, 일본, 그리고 BRICs와 같은 신흥국가 및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해 갈 것임을 의미한다.
누가 미국을 대신할 것인가 미국을 대체하는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부각되는 선진국들의 특징은 자국 내수로부터 성장 동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최근에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없었고 경상수지가 흑자 내지는 균형 상태를 유지하며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과정을 겪어 왔다.
이와 함께 자국 통화 가치 상승에 따라 구매력이 증대되고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투자가 활성화됨으로써 성장 가능성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다.
특히, 일본 경제의 경우 소비와 투자, 그리고 고용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어 장기 불황으로부터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 중 가장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이외에도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와 BRICs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의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가들은 달러화 약세에 따라 보다 낮은 가격으로 성장을 위한 자본재 및 원자재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성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미국 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 2배 가까이 큰 경제권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세계 교역량의 확대가 진행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계 교역량이 증대되는 국면에서 세계 경제는 활발한 성장을 해왔다.
달러화 약세는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 다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수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약 1/4을 차지하는 대국이지만 달러화 약세는 미국 이외 나머지 국가의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 중 미국에서 위축되는 수요를 활발히 대체할 수 있는 경제권은 유럽, 일본, BRICs, NIEs 국가들이 대표적으로 이들의 경제 규모는 현재 미국 경제의 약 2배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달러화 약세에 따라 미국의 2배 정도 되는 경제에서 소비와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급격하지 않은 달러화 약세는 세계 성장 동력을 이전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세계 성장 동력 다변화는 달러화 약세뿐만 아니라, 교역조건 개선 그리고 세계 인플레이션 환경으로의 진입이라는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지역에 대한 자본 선호가 진행되며 미국에서 다른 선진국, 그리고 신흥시장으로 국제자본의 재배분 과정이 진행될 것이며 이는 달러화 가치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라는 단일화된 수요주도국이 다원화됨에 따라 국제 무역에 있어 가격 결정권이 수요자 우위에서 공급자 우위로 전환될 것이며, 이는 수출 국가의 교역조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종합적으로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전망이다.
중국처럼 신흥국가의 원자재 수요 증대가 수년간 국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 것처럼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증대됨에 따라 세계 물가의 상승 압력이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물가상승이 세계 수요의 충분한 성장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물가 상승은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경제 활력을 더해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진행과 개도국 통화가치 상승 같은 변화들은 사실 지난 수십 년간 목격되었던 경제 현상과 대칭되는 변화다.
80년대 초반을 경계로 세계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화 과정이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물가 안정은 선진국 통화 강세, 교역조건 악화, 수요자 우위 시장환경, 개도국의 생산 기지화 등에 따른 결과였다.
이제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교역에 있어 공급자의 가격 결정력 개선에 따라 교역조건 개선이 진행될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대칭되는 경제 흐름에 따라 국제자본 역시 과거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재배분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안정적, 지속적인 성장 가능할 듯 앞서 보았던 예상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수요 증대가 이끄는 인플레이션 환경은 세계 경제를 보다 역동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교역조건의 증대와 새로이 부상하는 시장에 접근성이 높은 수출국가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10%p 정도 높은 수출 비중을 가지고 있어 자유무역과 교역량 증대가 나타날 새로운 경제질서에 부응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한국의 수출 구조는 소재와 중간재에서 아시아에 대한 수출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소비재에 있어서 미국보다는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향후 예상되는 세계 경제 환경은 80년대 이후 국제교역 증대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NIEs 국가들이 부상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요 선진국들이 대량 소비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으며 향후에는 중국, 인도 같은 신흥국가들과 일본같이 회복되는 선진국들이 수요 증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계 경제의 성장축이 변해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경제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우려와 빠른 환율 변화 등에 대한 우려가 최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균형을 향하고 있다.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david.kim@woori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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