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공백 혼란 ‘장기화’
농협의 경우도 중앙회 회장의 공백에 따른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정대근 회장을 대신해 김동해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어수선하다. 특히 정 회장이 최근 현대차 뇌물수수 혐의를 일부 시인하면서, 도덕성을 질타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미 한호선, 원철희 전 회장을 비리혐의로 내보낸 상태에서, 정 회장까지 구속되면 비리기관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LG카드 인수 등을 통한 종합금융그룹 전환의 꿈도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된다. 농협이 주장하는 ‘토종자본론’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LG카드의 새 주인으로 신한지주를 지목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정 회장 구속 전만 해도 농협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LG카드 인수 후보 1순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보다,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종합금융그룹화 구상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이미 농협 거대화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특수금융기관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구속과 함께, 당면과제인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문제도 혼돈에 휩싸였다. 지난해 정부가 이 문제를 법제화하면서, 농협은 당장 이달 말까지 농림부에 신경분리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자 검토와 이사회 의결 등 남은 절차를 주도할 수장이 없다. 농협 내부에서조차 신경분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여서, 의견을 모아줄 리더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정 회장이 그동안 노골적으로 정부의 신경분리 의지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왔던 터라, 수장의 빈자리가 더욱 크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