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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토종자본 수난 '해도 너무 한다!
[커런트]토종자본 수난 '해도 너무 한다!
  • 황철 기자
  • 승인 2006.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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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잇따른 외풍에 ‘좌절’ … 수장 잃은 농협도 ‘휘청’
ⓒ이주노(좌), 박미향 기자(우) 우리금융그룹에 몰아닥친 시련의 외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 지분 50.1%라는 굴레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황영기 회장의 토종자본론이 힘을 잃는 이유다. 수년간 준비해온 LG카드 인수전도 일순간에 포기해야 했다. 대안으로 자체영업 강화를 통한 자산 증대에 돌입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특별감사’가 우리은행을 겨냥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풍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여신 확대 전략은 우리금융그룹이 LG카드 인수 포기 후 주력한 자산 증대 방안의 핵심이었다.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자산 증대 TF팀을 구성하고,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신수익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들이 첫 사업으로 지목한 것도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공략이다. 여신 확대만이 신한-조흥 통합은행 탄생 후 3위로 밀려난 자산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LG카드 인수가 무산된 상황에서 의지할 곳은 자체 영업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초반 몸집 불리기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4월, 대출자산만 100조원을 넘어섰고, 예금의 경우도 8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다소 무리수처럼 보이던 올 자산순증 목표 30조원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순항에 제동이 걸렸다. 외형 확대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감독 당국의 갑작스런 특별 감사가 시작된 것. 은행권에서는 지난 2월 금감원이 실시한 부동산담보대출 실태 조사 후 3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특검에 대해 뒷말이 많다. 금감원 특감 표적도 ‘우리금융?’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상위 6개 은행이 대상이지만, 실상은 우리은행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쟁은행들의 견제가 화근이 됐다는 후문. 우리금융의 무리한 영업전략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무리한 영업에 대해 신한, 하나 등 경쟁 은행들의 불만이 제기됐던 것으로 안다”면서 “감독 당국의 ka사가 공정성을 잃지 않겠지만, 아마도 결과는 우리은행에 가장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잇따른 사업 차질 속에서 순조로운 자산 증대로 위안을 삼고 있었던 터라, 실망감이 더욱 크다. 이번 특검 한번으로 외형 성장 추세를 일순간에 뒤바꾸진 못하겠지만, 번번이 발생하는 우환에 대해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강했었다. 그러나 잠잠할 만하면 터지는 외부 악재에 직원들 사기가 또 한번 떨어질까 걱정이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경영 간섭에 대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독립경영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라는 말로 간단히 내부 분위기를 정리했다. 그러나 “LG카드 인수 포기는 우리에게 두고두고 상처로 기억될 사건”이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LG카드 인수 추진 때처럼 자산 증대 운동 역시 정부가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사실 우리금융이 내부적으로 펼치고 있는 자산 증대 전략과 LG카드 인수 작업은 모두, 외형 확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주주 예금보험공사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스스로가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이 비대해지면, 매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이 LG카드 인수에 의욕을 보인 동안, 예보는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장고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LG카드 인수 포기가 정부 간섭의 정점에 있는 사건으로 지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우리금융의 LG카드 인수 작업은 순조로웠다. 우리금융은 1년여 전부터 LG카드 인수팀을 만들며 실무작업에 착수했고, 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과 진행한 준비작업도 상당한 진척을 보였던 상황. 황 회장의 ‘토종은행론’ 역시 LG카드 인수를 겨냥하며, 상당한 여론 환기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황 회장의 토종은행론이 빛을 잃은 것은 한순간이었다. 예보의 뒤늦은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인수 후보 선정 얼마 전부터 대주주 예보가 부정적 의견들을 흘리더니, 결국 포기권고에 나섰다. 공적자금 투입기관으로서, 무리한 M&A에 참여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LG카드 주가 상승에 따라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솔직한 표현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각종 외부 악재에 봉착한 우리금융그룹과 농협의 '토종은행론'이 힘을 일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황영기 회장(좌)과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우) ⓒ한겨레
농협회장 공백 혼란 ‘장기화’ 농협의 경우도 중앙회 회장의 공백에 따른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정대근 회장을 대신해 김동해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어수선하다.
특히 정 회장이 최근 현대차 뇌물수수 혐의를 일부 시인하면서, 도덕성을 질타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미 한호선, 원철희 전 회장을 비리혐의로 내보낸 상태에서, 정 회장까지 구속되면 비리기관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LG카드 인수 등을 통한 종합금융그룹 전환의 꿈도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된다.
농협이 주장하는 ‘토종자본론’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LG카드의 새 주인으로 신한지주를 지목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정 회장 구속 전만 해도 농협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LG카드 인수 후보 1순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보다,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종합금융그룹화 구상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이미 농협 거대화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특수금융기관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구속과 함께, 당면과제인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문제도 혼돈에 휩싸였다.
지난해 정부가 이 문제를 법제화하면서, 농협은 당장 이달 말까지 농림부에 신경분리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자 검토와 이사회 의결 등 남은 절차를 주도할 수장이 없다.
농협 내부에서조차 신경분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여서, 의견을 모아줄 리더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정 회장이 그동안 노골적으로 정부의 신경분리 의지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왔던 터라, 수장의 빈자리가 더욱 크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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