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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공룡은행 국민, 연쇄적 M & A 몰고 오나
[이슈]공룡은행 국민, 연쇄적 M & A 몰고 오나
  • 황철 기자
  • 승인 2006.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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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불리기 통한 생존경쟁 본격화…금융권 빅뱅 예고
ⓒ박미향 기자
‘자산규모 270조원, 시장점유율 30%대, 국내 경쟁상대수 0.’ 초대형 금융사로 재탄생하게 될 국민-외환 통합은행의 미래상이다.
세계 유수 금융사와 비교해도 덩치에서 만큼은 손색이 없다.
국민은행의 광고 문구처럼 ‘세계금융의 샛별’로 비상하는 순간. 그러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샛별 탄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금융권에 연쇄적 M&A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고 있다.
공룡은행 탄생으로 리딩뱅크 의지가 한풀 꺾인 2위권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상하고 있는 정부의 의지까지 결합, 금융권 빅뱅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기업은행, 폭풍의 핵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몇 가지 난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국내 최초의 세계 50대 은행 탄생의 대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계기로 현재 70위권에 머물고 있는 세계 은행 순위를 20단계 이상 수직 상승시킬 수 있게 됐다.
아시아로 시야를 좁히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공룡은행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명실공히 동북아 중심은행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관심은 국민은행의 비상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은행의 재도약이 금융권 빅뱅을 이끌 촉매제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 국민-외환은행의 결합은 금융권에 연쇄적 M&A를 불러, 또 한번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외환은행은 2위권 은행과 자산 규모만 100조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신한·우리·하나 등 대형지주사들이 생존 수단으로 몸집불리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향후 금융권 빅뱅을 몰고 올 인수합병의 중심에는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있다.
우리지주는 총자산 200조원이 넘는 국내 2대 금융사. 액면으로만 봐도 우리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누구든 선도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다.
2008년 민영화를 앞두고 벌써부터 이런저런 예측이 난무하는 것만 봐도 우리은행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여전히 안개속이지만,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주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곳은 하나지주다.
자산 규모 100조원에 지나지 않는 하나지주의 상황을 비춰볼 때, 예상 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 M&A 실패의 경험들이 전화위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 무엇보다 M&A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한 독과점 논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외환을 인수한 국민은행이나, 조흥과 통합한 신한은행은 독과점 규제에 걸려 사실상 은행권 매물을 추가적으로 접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하나지주에게는 과거의 절망적 경험이 약이 되어 돌아온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지주가 최근 들어 은행권 M&A 과정에서 별다른 득을 얻지 못했지만, 향후 인수합병에서는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LG카드 등 대형 매물들에 눈독을 들였지만 결과는 번번이 비관적이었다.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LG카드의 새 주인이 되기에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농협과 신한지주라는 쟁쟁한 경쟁 상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 결국 하나지주로서는 또다시 새로운 매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지방은행과 보험사에 대한 인수 소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절박함 때문이다.
“유능한 사냥꾼은 사라진 목표물을 잊고 평안한 마음으로 다른 목표물을 찾는다.
” 김종열 하나은행장의 말에서는 낙오 직전의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하나지주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다.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외환은행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
기업은행 역시 하나지주로서는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자산 93조원대의 기업은행을 인수하면, 2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이후 보험사, 증권사 등에 대한 추가 M&A를 진행하면, 경쟁은행들을 앞서 나갈 공산도 커진다.
그러나 복병은 있다.
HSBC,(홍콩상하이은행), DBS(싱가포르개발은행), 테마섹 등 외국 금융자본이 주인공. 이들 역시 제일은행,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가해 고배를 마셨지만, 몸집불리기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막강한 자본력은 이들의 가장 큰 무기. 이들이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서면, M&A 경쟁은 혼돈 속에 빠질 수 있다.
한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입김도 금융권 M&A의 변수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는 정부 복안의 중심에 금융사 인수합병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김이 ‘관건’
ⓒ박미향 기자
실제로 초대형 은행 탄생은 정부의 구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선도금융 국가로 구색을 맞추려면 세계 50위권 이상의 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부와의 사전교감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 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산규모 300조원대의 초대형 금융기관 보유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은 정부의 아시아 리딩뱅크 설립이라는 장기적 목표와도 잘 부합하고 있다”면서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갑자기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면에는 정부의 입김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은행의 지분구조다.
외국인 지분율이 85.7%인 국민은행과 74%인 외환은행의 조합을 국내 은행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 결국 이와 비슷한 규모의 토종은행 하나쯤은 가져야 동북아 금융 중심 국가로서 구색이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M&A다.
모두 정부 지분 70% 이상의 토종자본. 외국인 지분율 76.7%의 하나금융과의 조합 전망이 다소 힘을 잃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힘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기업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거대 토종금융사에 대한 기대가 될 것”이라며 “대안으로 농협, 토종사모 펀드의 개입, 은행간 지분 상호교환 등 다양한 가능성이 예측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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