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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감사원 발 후폭풍 예고 … 국민은행 ‘노심초사’
[커런트]감사원 발 후폭풍 예고 … 국민은행 ‘노심초사’
  • 황철 기자
  • 승인 2006.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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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우군, 재경부 · 금감위 입지 축소 …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안갯속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국민은행 역시 대주주로서 하자가 있다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터질 것이 터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파문이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지난 주 감사원이 재경부와 금감위를 부실 매각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 계기다.
정부기관 간 공방이 벌어지고, 여야 의원들의 정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계도 대응 수위를 높이며,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검찰 수사 역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얽히고설킨 관계자들의 급박한 행보 속에 ‘자중’을 외치며 숨죽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외환은행 새 주인으로 낙점된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과거사 청산이 몰고 올 후폭풍을 감지하며 노심초사중이다.
그러나 겉으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외환은행 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애써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론스타가 불법행위의 주체로 판명되지 않는 이상 상업적 거래에 문제가 생길 리 없다는 것이다.
믿었던 금감위, 너마저 떠나나 실제로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이 부적절했지만, 론스타의 기망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외환은행 재매각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중요 사안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표명한 것.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편치 않다.
외환은행 인수까지 풀어야할 난제들이 갈수록 꼬인다.
무엇보다 재경부와 금감위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국민은행에게 악재 중 악재다.
그동안 전방위적 비판 여론 속에서도 금감위는 그나마 유일한 우군으로 분류돼 왔다.
금감위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때부터 국민은행을 공공연히 옹호하며, 본 계약 체결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정부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산 것도 이 때문. 금감위는 공정위로부터 월권행위라는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국민은행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우군 하나를 잃는 게 문제가 아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금감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전망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금감위의 이전 태도를 볼 때, 국민은행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 왔다.
국민은행 역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고비일 뿐, 금감위 판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상 론스타의 불법행위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외환은행 인수에) 큰 고비는 없을 것” “금감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 감사원 조사 발표 전 만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은 불과 며칠 만에 사라졌다.
금감위가 감사원의 조사 결과로 적잖은 부담감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심사에도 신중한 행보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이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번번이 면죄부를 줬다는 점 역시 부정적이다.
이런 원죄를 안고 있는 당사자가 국민은행에 대한 심사까지 속성으로 진행했다간, 자칫 ‘론스타 먹튀’ 논란의 한가운데로 빠져들 수 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금융감독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심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과 여론이 금융당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금감위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국민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가 늦어지거나, 생각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 또한 크다”고 말했다.
원죄는 금감위와 론스타만의 몫이 아니다.
국민은행 역시 뒤가 켕기긴 마찬가지. 국민은행은 지난 2004년 1조 6천500억 원대의 회계분식으로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다.
최근에는 변동금리 대출에 바가지 금리를 적용해 63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엄밀히 따지면 대주주 자격 심사의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사안들. 법적으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와 관련 외환 노조는 최근 법률전문가를 위촉해 국민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면밀 검토했다.
외환 노조는 “국민은행은 막대한 회계분식을 저질러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법상 최고 한도인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이 있다”며 “은행법 제15조 및 동법 제5조에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해 외환은행 인수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도 원죄 있다? 정부와 여당의 힘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는 것도 국민은행에게는 악재다.
전직 여권 고위인사는 물론 청와대 인물들까지 줄줄이 사정 대상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우호적 판단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이번 논란을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 공세에 활용하면서 자칫 불똥이 국민은행에까지 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야당의원들은 이전 외환은행 매각이 원천 무효라며 국민은행과의 M&A 역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5.31 지방 선거 후 여권의 힘이 급격하게 축소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없지 않냐”며 “야당의 정치공세가 외환은행 인수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긴 했지만,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여전히 세를 이루고 있다.
감사원과 검찰 수사 결과가 론스타의 부적절한 매입으로 결론난다 해도, 상거래 자체를 무효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법을 적용, 지분 강제처분 명령을 내린다 해도 본 계약까지 체결한 국민은행이 여전히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제 처분 결정이 나면, 매각 방법이나 인수 대상에 제한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국민은행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절차 또한 복잡해 질 수 있어 인수자 재선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역시 론스타의 불법성이 확인되더라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입장은 당초 본 계약서에 명시한 ‘불법 행위 판명 시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이 필요치도 않은 조항을 론스타에 요구한 꼴이다.
이러한 국민은행의 입장은 도덕적 관점보다 전략적 시각에서만 사태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야기, 외환은행 새 주인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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