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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사라진 한국경제
[특집]'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사라진 한국경제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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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에겐 지금 안전지대가 없다 재경부 관료, 현대차 비자금 사건 ·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줄줄이 연루 ‘모피아(Mofia)’는 재경부를 의미하는 모프(MOFE·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는 재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들이 경제 산하기관 및 금융기관을 장악하는 사례를 비꼰 말이다.
‘탄탄한 인맥을 이용한 로비력이 마피아를 방불케 한다’는 부정적 의미도 숨어있다.
그만큼 모피아의 힘은 막강하다.
결속력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모피아가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까닭이다.
모피아의 수장은 이헌재 그런 모피아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모피아를 겨냥한 검찰의 예봉이 예사롭지 않다.
감사원도 모피아의 잘잘못을 꼼꼼하게 따지고 있다.
그야말로 이중고(二重苦)다.
현재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모피아만 해도 5명 선. 유능한 관료로 이름을 날렸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일찌감치 구속됐다.
연원영 전 캠코 사장, 이정훈 전 캠코 자금부장,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이하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유력 모피아도 체포됐다.
모피아의 수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까지 출국 금지됐다.
검찰은 이처럼 현대차 비자금 사건뿐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통해 모피아의 숨통을 서서히 조이고 있다.
그 중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비자금의 ‘용처(用處)’를 쫒고 있는 검찰은 변양호 대표 등 모피아가 수억 원대의 검은돈을 수수한 것을 포착했다.
그것도 모두 현직에 있을 때라는 게 검찰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마디로 금품수수 혐의를 잡은 셈이다.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ECONOMY21
모피아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경제의 중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의 부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연원영 전 사장, 이정훈 전 부장, 김유성 전 감사를 단 한 번의 소환조사 없이 체포한 것은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여기엔 현대차로부터 로비자금 4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입’이 한몫 톡톡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훈 전 대표는 41억 원 중 35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원영 전 사장, 이정훈 전 부장, 김유성 전 감사 등 모피아에게 금품을 전달한 장본인도 김동훈 전 대표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김동훈 전 대표가 이들에게 전달한 금품은 20억여 원. 김동훈 전 대표의 로비자금 35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억 원이 빈다.
15억 원을 수수한 또 다른 모피아가 있다는 반증이다.
“소위 ‘김동훈 리스트’가 열리면 더 많은 모피아들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다”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모피아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또 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 수사가 그것이다.
이는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한 출금조치로 서막이 오른 상태. 검찰은 현재 감사원으로부터 문답서 3권·증거서류 7권 등 총 4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관련 감사보고서를 이첩 받고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검찰은 이른바 ‘모피아 게이트’로 불리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전모를 파헤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과 관련 있는 모피아는 누구일까. 첫 번째로 거론되는 인물은 외환은행 매각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교육부총리다.
김 부총리는 외환은행 인수절차에 물꼬를 터 준 장본인이다.
미확인 ‘설’로만 떠돌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처음으로 거론한 탓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논란’이 막 시작되던 2003년 7월22일,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의 지분을 론스타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인수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에서조차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감위에서 확신을 갖기도 전에 ‘윗선’에서 로드맵을 제시해버린 셈이다.
실제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 이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김 부총리가 외환은행 매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부총리는 감사원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외환은행 매각에 깊숙이 관여한 또 다른 ‘모피아’는 변양호 대표와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다.
이들은 당시 각각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이었다.
변 대표, 김 차관보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설에 종지부를 찍은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다음은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 한 토막. 지난 2003년 9월26일. 금감위는 외환은행 매각의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금감위원장 이정재 씨와 재경부측 금감위원 김광림 차관은 회의에 불참했다.
때문에 금감위는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바로 그 때, 재경부가 금감위에 공문을 내려보내 매각결정을 재촉했다.
이를 주도한 인사가 바로 변양호 대표와 김석동 차관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변양호 대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매각조건도 매우 좋았다”는 기존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석동 차관보 역시 외환은행 매각 승인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은 법적 조치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강변하고 있다.
‘모피아’의 양대 산맥 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도 외환은행 매각에 ‘입김’을 넣은 주역으로 거론된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과 관련 출국금지 된 이헌재 전 부총리는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 김&장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진념 전 부총리는 론스타의 회계대리인 삼정회계법인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두 전직 부총리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4천 페이지 감사자료 검찰 이첩 이처럼 모피아가 위기다.
검찰수사망에 걸린 모피아 대부분이 거물급이라는 점은 모피아로선 치명적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변양호 대표, 연원영 전 사장 등은 모두 모피아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전직 모피아만 겨냥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직 모피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모피아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재경부는 겉으론 “잘못한 것 전혀 없다”면서도 내심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론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것도 여간 부담스런 게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모피아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기대했던 여론의 가혹한 철퇴다.
지금껏 한국경제를 핵심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모피아. 그들에겐 지금 ‘안전지대’가 없어 보인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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