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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터넷]'컴퓨터의 천재' 마우스를 놓다
[IT.인터넷]'컴퓨터의 천재' 마우스를 놓다
  • 강기택 머니투데이 기자
  • 승인 2006.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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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은퇴 선언 … 291억 달러 규모 자선재단 활동에만 전념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MS의 후계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PA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하여 불평할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MS) 회장이 언젠가 미국의 마운틴휘트니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들려 준 10가지의 인생에 관한 조언 중 첫 번째 말이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16일 MS의 오는 2008년 7월부터 일상적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자선활동에 전념하겠다며 사실상 은퇴선언을 했다. 세상의 불공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자선과 기부 등의 형식을 통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2000년 9월 자신의 대학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주면서부터 은퇴설은 MS 안팎에서 계속 나돌았고 시기만이 남은 문제였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게이츠, 물러남에 때가 있다 한동안 그의 전부이자 분신이었던 MS였기에 자신의 역할을 남에게 넘기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게이츠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졌고 소프트웨어와 일을 사랑했다"며 이번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물론 게이츠가 MS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며 회장 겸 기술고문직은 유지할 방침이다. 게이츠는 "나는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혀 회사의 방향성과 기술문제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그의 본업이 앞으로 2년 뒤에는 '경영'에서 '자선'으로 변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내 멜린다와 함께 사재를 출연해 세운 빌&멜린다 재단에 "MS의 성공적인 전략을 자선재단에 적용할 것"이라는 것이 게이츠의 각오다. 이왕이면 “최선의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기자회견 뒤 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에 MS의 경영 사정이 달라지면 복귀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번 결정을 내리면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번복은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매우 중요하고 매우 도전적인 두 가지 사명을 가졌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나는 이 같은 변화를 준비했고 MS 앞에 놓여진 길도 여느 때와 같이 밝을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줄곧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해 왔다. 게이츠는 퇴진 회견 당일에도 "MS의 성공과 더불어 거대한 부라는 선물을 얻었다"며 "부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므로 이를 사회에 되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신은 상속세 폐지와 관련한 그의 주장에서도 드러난다. 게이츠는 "부자들은 사회에 특별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에도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자녀들의 경영 참여에 관한 게이츠의 입장도 단호하다.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중요한 자리를 갖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기업이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이미 자식에게 기업경영을 넘겨주지 않고 50억 달러로 추산되는 재산 대부분은 사회에 환원하고 1천만 달러만 상속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에서도 흔치만은 않은 일이다. 스무 살 때 MS를 세워 30대에 이미 갑부 반열에 오른 게이츠가 1994년 그의 부하직원인 멜린다 프렌치를 아내로 선택했을 때도 사람들은 놀랐다. 세계 최고의 신랑감이 명문가 딸도 아니고 유명배우도 아닌 평범한 여성을 골랐기 때문이다. 게이츠가 아내와 함께 지난 2000년 세운 재단이 빌&멜린다 재단이다. MS 본사가 위치한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는 이 재단은 291억 달러의 기금 규모로 게이츠가 자신의 재산 5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출연했다. 이 재단은 사상 최대 규모(10억 달러)의 장학기금과 아프리카인들의 질병 퇴치기금 등을 조성하는 등 교육과 보건사업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빌&멜린다 재단이 MS의 독점 같은 문제를 비켜가기 위한 홍보수단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재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출범 당시의 순수성이 약해지고 있으며 자선활동에도 기업경영처럼 경제성을 추구하는 이른바 '사회적 투자'의 하나로 여긴다는 지적은 게이츠가 재단활동에 집중하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재단의 활동이나 이번 게이츠의 결정이 퇴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억만장자 워런 버핏의 말처럼 "막대한 돈, 뛰어난 두뇌와 마음을 기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이츠의 은퇴로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 레이 오지 최고 소프트웨어개발자 등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진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구글, 야후 등이 장악하고 있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 점점 더 집중해야 하는 산업환경에서 MS의 자리매김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구글이 이메일에서 사업제안서 작성까지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데스크톱에 설치할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버는 MS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또 리눅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증가에 대한 대처도 요구된다. 따라서 이 같은 역할을 맡을 게이츠 후임자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선 게이츠의 빈 자리는 레이 오지와 크레이그 먼디가 채울 전망이다. MS측은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인 레이 오지와 크레이그 먼디가 각각 최고 소프트웨어 책임자 및 최고 연구전략 책임자가 돼 게이츠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MS에 최고 기술책임자로 합류한 뒤 온라인 쪽 업무를 맡아 온 오지가 급부상중이다. 게이츠 없는 MS, 후계구도는 IBM이 로터스를 인수할 당시 루 거스너 회장이 오지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직접 찾아가 설득했으며 오지가 IBM을 그만 두고 그루브네트웍스를 설립했을 때 이를 MS가 인수한 것 역시 오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장기적으로는 게이츠의 친구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버 발머를 포함해 게이츠의 같은 세대인 오지, 먼디 등이 물러나고 케빈 터너 최고영업책임자(COO)가 CEO를 제이 알라드, 스티븐 시노프스키, 봅 무글리아 등이 기술 부문 최고책임자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룡으로 커버린 MS를 개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MS조직의 관료주의와 동맥경화 현상이 이미 고질화됐기 때문이다. 쥬피터리서치의 조 윌콕스 애널리스트는 "MS가 정말로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파는 전통적 방식을 넘어 의미 있는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면 신선한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며 "방향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과 일정 정도의 기업문화 등을 바꿀 수 있는 외부인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티버 발머 사장은 "게이츠를 대신할 방법은 없다"며 "만약 누군가가 빌 게이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인 가설"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없는 MS도 상상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게이츠 없이도 잘 달릴 수 있는 MS로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MS가 최근 검색분야에서 구글에 밀린 한 이유로 게이츠가 공공연히 지목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게이츠만의 MS가 처한 한계 역시 MS가 수용해야 할 현실인 까닭이다. 강기택 머니투데이 기자 acekang@moneytoday.co.kr 게이츠가 걸어온 길 게이츠는 1955년 10월28일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변호사인 아버지 윌리엄 H. 게이츠 2세와 교사 출신인 어머니 메리 게이츠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1975년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워 윈도 운용체제를 개발해 MS를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로 키워냈다. 2000년에는 스티브 발머에게 CEO 자리를 넘기고 회장 겸 최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맡아 왔다.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는 1998년 이후 8년째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선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아내와 함께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래로 가는 길’ ‘생각의 속도’ 같은 베스트셀러 저서도 펴냈다. 빌 게이츠 약력 1955년 미국 시애틀 출생 1973년 하버드대학 법학과 입학 후 수학과로 전과. 1974년 최초의 소형컴퓨터용 언어인 베이직(BASIC) 개발 1975년 폴 앨런과 마이크로소프트 설립 1976년 하버드대 중퇴 1981년 IBM과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 1985년 MS 윈도 개발 착수 1986년 MS 기업공개 1994년 MS 직원인 멜린다 프렌치와 결혼 1995년 '윈도95' 출시 2000년 MS CEO직 사임. ‘빌 앤드 멜린다 재단’ 설립 2005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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