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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중소 건설사 죽이는 ‘집값 내리기’
[커런트] 중소 건설사 죽이는 ‘집값 내리기’
  • 황철 기자
  • 승인 2007.0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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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공개·분양가 상한제에 금융권 규제까지 ‘엎친데 덮친 격’ “건설 원가 산정은 공개하기 어려운 부대비용이 포함돼 있어 몇몇 항목으로 도식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설원가 공개는 민간 기업의 영업 비밀을 모두 까발리라는 뜻으로 정부의 비이성적 시장 개입이 업계 전체를 수렁에 빠뜨릴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에 국한돼 있다.
수주 물량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나눠질 수밖에 없고 영세한 중소 건설사와 지방 업체는 고사하고 말 것이다.
”(B건설사 관계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대한 중소형 건설사 관계자들의 울분에 찬 토로다.
침체일로에 빠진 건설경기에 제도적 악재까지 줄줄이 예고돼 있으니 영세 업체로서는 당연히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중소 건설사 ‘고사 위기’ 최근 정부가 잇따라 파격적인 대책들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화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등 반시장적 정책에 대한 질타에서부터, 건설 산업 전체가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위기의식까지 감지된다.
특히 일부 수도권의 집값을 잡겠다며 지방에까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한 지방 건설사들의 경우, 경기와 정책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지방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주 물량 확보의 해법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정책은 사실상 지방 업체들의 신규 분양을 가로 막고 있어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 건설단체들이 이번 대책을 철회해 달라며 정부에 건의문을 보낸 직접적 이유 중 하나도 지방 건설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지방 주택시장의 건설 실적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및 미입주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3천여 호로 이중 89%가 지방에 있을 정도다.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등 1.11 대책의 핵심 사안에 대한 불만은 민간, 공공을 막론하고 건설업계 전체로 퍼져 나간다.
특히 분양가 규제가 원가를 맞추려는 건설사들의 자구책으로 이어져, 주택 품질 저하와 부실 공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물가와 연동한 원자재 가격을 감안할 때 최대한 수지를 맞추려면 값싼 재료들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공공주택을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 기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 소속 한 관계자는 “분양가는 다양한 건설 및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칼로 무우 자르듯이 나눌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면서 ”이를 민간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강제로 집행할 경우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침체일로에 있는 건설 산업을 더욱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설 산업의 장기 불황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상당수 중소형 건설사들은 지속적인 경기악화로 고사위기에 처해 있고, 각종 지표들도 더 이상 추락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고꾸라졌다.
별다른 정책적 충격이 없어도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해 부도건설사는 496개사. 이 수치는 전년(644개)과 비교해 줄어든 것이지만, 신설 법인 수 또한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매달 30~50개사가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꼴이다.
특히 2005년부터 지방 중소업체의 수주 물량이 감소 추세에 있어 올 1/4분기를 기점으로 부도업체 수가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또 이들 대부분이 자금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업체들이라는 점은 심각성을 더욱 배가시킨다.
업계에서는 부도 업체의 70~80%가 지방 소재 업체인 것으로 파악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연쇄 부도의 소지가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ECONOMY21 사진
지방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급 대책도 뉴타운 등 대형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영세 업체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면서 “여기에 외지 기업 진입 문제,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이 겹치다 보니 지방 건설업체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악화되면서, 영세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규제에 대한 반사 효과로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늘었지만, 연초들어 또다시 심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바젤2 시행 등을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철저히 나설 것으로 보여, 전망은 더욱 어둡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이 대기업과 일부 우량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등 정책적 충격파까지 몰아칠 경우, 시장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최저가 낙찰제, 후분양제 등 이전부터 시행이 예고된 제도들은 웬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중소업체들이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 “반시장적 정책, 제발 그만” 정부는 현행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자금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자연스레 업종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지역 경기 부양을 외치면서, 조직적으로 지방 건설사 죽이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가 낙찰제 안에서 수주를 받기 위해서는 적자 사업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후분양 제도 역시 중소기업에게는 악재 중 악재다.
정부가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전 부동산 대책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일 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정률 40% 단계에서 분양을 시작하는 후분양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2009년에는 60%, 2011년부터는 80% 이후에 분양하는 업체에게 공공택지를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은 앞으로 선분양으로 조달하던 공사대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권의 대출 태도가 냉각되면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건설사들은 자금난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지방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와 후분양제는 대기업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라며 “말로는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양극화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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