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전문의칼럼] 춥다고 움츠리면 치질이 화 낸다
[전문의칼럼] 춥다고 움츠리면 치질이 화 낸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7.0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근 한솔병원 원장

“치질은 직립 보행하는 동물이 내는 세금과 같다”는 말이 있다.
기어 다니는 다른 네 발 동물과 달리 서서 걸어 다니는 인간은 모든 내장의 압력이 항문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치질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세금이 액수의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민이라면 누구나 납부하는 것이 원칙인 것처럼 치질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증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이 움츠러들고 야외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치질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일이 많다.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탈항, 항문가려움증을 통틀어 말하는데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에 울혈이 생겨 멍울이 잡히는 증상을 나타내며 혈액순환이 둔해지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겨울철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혈관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활동량이 줄어들고 목욕 횟수도 적어진다.
때문에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평소 치질 증상을 가진 환자는 더욱 악화되어 배변에 피가 묻어나거나 항문에 통증이 있는 것은 물론, 항문이 붓거나 항문 주변에 멍울이 만져지는 치질 증상이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치질은 전형적인 생활습관에 의한 병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겨울철 치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째, 겨울엔 차가운 곳에 앉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찬 곳에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주위에 혈전이 생겨 치질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의자가 딱딱하다면 푹신한 방석을 깔아주고, 오래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은 일하는 틈틈이 자세를 바꿔주거나 일어서서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앉아 있는 동안 항문을 조여주는 케겔운동을 틈틈이 해주는 것도 치질 예방에 효과적이다.


둘째, 섬유질 위주의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겨울철엔 일반적으로 섬유질 및 수분 섭취가 줄어들어 변비가 심해진다.
변비가 있으면 화장실에 오래 머물게 되고, 항문에 상처가 생길 수 있어 치질이 악화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온욕 및 좌욕을 자주하는 것이 좋다.
목욕이나 좌욕은 청결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치질 외에도 항문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치질치료는 초기에는 좌욕과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항문에 생긴 멍울이 손으로 밀어 넣어야만 들어간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치질수술은 치핵을 절제하고 봉합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치질수술이 심한 통증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요즘은 10~20분 내외의 간단하게 이뤄지며 통증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술 후에도 무통주사를 맞아 통증을 많이 완화시킬 수 있다.


다만 치핵이 있는 항문점막에는 신경이 몰려있기 때문에 항문 점막을 최소한으로 절제하는 세밀한 수술방법이 통증을 줄이고 괄약근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숙련된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에게서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질 수술 후에는 증상에 따라 이틀 정도 입원치료를 하는데 가벼운 치질의 경우는 오전 수술 후 당일퇴원도 가능하다.
퇴원 후에는 하루 3~4회씩 좌욕을 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어 변비를 예방하며 술은 절대로 금해야 한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치료이므로 치질증상이 생기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