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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국민공모 지배구조 펀드 앞당겨질 것”
[커런트] “국민공모 지배구조 펀드 앞당겨질 것”
  • 정영일 기자
  • 승인 2007.0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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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 “2호 펀드 올해 안에 출범”… 일각에선 주식시장 혼란 우려

“한국 증시는 최근 몇 달 간 작지만 매우 혁신적인 실험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영국의 유력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 · 일명 장하성 펀드)의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후진적 지배구조로 기업이 저평가 받는 것)를 개선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장하성 펀드를 지목한 것이다.


SRI투자 선구적 모델

외국 언론들의 후한 평가만큼, 장 펀드는 지난 한해 눈부신 성과를 냈다.


성과를 가장 가시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증권시장의 반응이다.
장하성 펀드의 지분참여 사실을 공시한 기업들은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해 8월 23일 공시 전 8만8900원이었던 대한화섬의 주가는 공시 후 일시적으로 13만9500원까지 올랐다.
화성산업도 1만6800원이던 주가가 2만2150까지 올랐다.


물론 증권시장의 일시적인 움직임으로 장 펀드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테마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일시적인 쏠림 현상도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단, 그만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펀드의 규모도 목표치 이상으로 커졌다는 것이 장 펀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천2백억원 규모로 출발한 장 펀드는 현재 2천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교수의 설명이다.


장하성 교수가 받게 될 성과 보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3일 기준으로 장 펀드가 4개 기업에 투자한 것에 대한 평가차익은 90억원(43.27%)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장 펀드가 투자한 나머지 기업 10여개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총 수익률을 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애초 장 교수는 평가차익 중 코스피 지수 상승률 이상 분에 대해 성과보수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3.32%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장 교수 측은 성과 보수를 수령하기 위해 공익재단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단은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시민단체에 투자할 계획이다.


사회책임투자(SRI)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증권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큰 성과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SRI투자 규모를 3500억원으로 늘렸다.
전년보다 1500억원 증가한 것이다.
호주계 펀드인 헌터홀도 투자 목적을 ‘보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로 변경해 주목받았다.


증권사들도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리서치 보고서를 앞 다퉈 내놓기도 했다.
굿모닝 신한증권은 지배구조 개선 펀드가 선호하는 종목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고, 대우증권도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고 배당이 부족한 종목들을 잇달아 선정해 발표했다.
‘장하성 따라하기’라는 신조어가 증권가에 유행할 정도였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투자한 4개 기업 모두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첫 투자대상인 태광그룹 계열의 대한화섬은 긴 힘겨루기 끝에 지난해 12월14일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전격 합의했다.


티브로드 천안방송 지분 67%를 환원하는 등 소유구조를 투명화하고, 유휴자산을 활용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을 약속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 각각 1명씩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화성산업과 크라운제과, 동원개발 등 다른 기업들도 모두 장 펀드와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임영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장하성 펀드 등장 이후 장기간 소외됐던 (태광산업의) 주가에 관심이 촉발됐고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활동을 함께 펼쳐가고 있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여전히 지뢰밭 위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빠르게 안착을 했다”며 “(장 펀드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도구라는 시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혼란 부르기도

성과만큼이나 장 펀드의 활동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었다.
출범 초기의 ‘먹튀 논란’이나 ‘투기자본 논란’은 그동안 장 펀드 측의 해명으로 어느 정도 해소 됐다.
새롭게 문제로 떠오른 것은 장 펀드의 매입정보 사전유출 논란이다.


크라운제과의 경우 장 펀드의 공시를 앞두고 10만2500원이던 주가가 13만9500원까지 올라갔지만, 정작 공시 이후에는 11만1000원까지 떨어지는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5일에는 장하성 펀드가 대상홀딩스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장중 주가가 11%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장하성 교수는 이에 대해 “(기업들과) 대화 과정에서 경영진이 사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대화를 하는 한 그렇다”며 “금융감독원에서도 그 문제는 내부자 거래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주식시장의 투자가 단기화 돼 금융시장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 ‘펀드자본주의의 명과 암’을 통해 펀드 투자의 활성화가 주식투자의 단기화 · 투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배당에만 신경을 쓰거나 현금 확보 ·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에만 골몰해 투자에 소홀해지고, 결국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깎아 먹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안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펀드 출범 초기부터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최근 증권가의 관심 중에 하나는 장하성 펀드 2호의 출범 시기다.
이미 시장에서 위력을 확인했기 때문인데다 장 교수 본인이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국민 공모 형식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장 펀드 측 인사들은 2호 펀드의 출범이 상당히 앞당겨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김상조 소장은 “펀드가 출범하면서 안착에 걸리는 시간을 5년 정도로 생각했다”며 “우려했던 것보다 빨리 자리를 잡은 만큼 공모 펀드도 당시 생각보다는 앞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안에 2호 펀드 출범이 가능할지, 또 그것이 바람직할 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상조 소장은 “장 펀드의 세밀한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올 한해는 장 펀드가 내실을 기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펀드 출범이 먼 미래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올해 안’ 등으로 시한을 정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정영일 기자 zeit@economy21.co.kr


하이트·농심 대역전극의 비밀
투자만 아니라 ‘기업 보육’도

진대제 펀드, 올라웍스에 4백만달러 투자

진대제 펀드의 첫 선택은 웹 2.0이었다.
웹2.0 기반의 사진공유 사이트 올라웍스는 지난 11일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IT기업 전문투자회사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일명 진대제 펀드) 등으로부터 4백만달러(한화 3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서 흥미로운 점은 진 펀드가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것만이 아니라 올라웍스의 ‘인큐베이팅’(기업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가치가 성장하는 것이 결국 펀드의 수익률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처음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진 펀드는 올라웍스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3명의 임원과 이사 1명을 파견했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해외 전략 마케팅, 세계적 기업들과의 협상 능력 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중소 벤처기업들에 펀드 측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라웍스가 야후 측과 업무 제휴를 하는 데는 펀드 측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이사는 “올라웍스는 스카이레이크에서 하려는 투자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을 모여준 것”이라며 “검색엔진 기술만 있었던 구글이 벤처 캐피탈의 투자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낸 것 같은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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