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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전경련 회장’ 겉으론 손사래, 속내는 …
[커런트] ‘전경련 회장’ 겉으론 손사래, 속내는 …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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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님들의 ‘동상이몽’] 차기 전경련 수장 효성 조석래 ‘유력’… 동양 현재현 ‘다크호스’ 지난 1월25일 호텔신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월례 회장단 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막을 내렸다.
개인사정을 이유로 수차례 고사의사를 밝힌 동아제약 강신호(80) 전경련 회장(29·30대)이 사실상 연임을 수용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 황혼이혼 ·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등 ‘집안단속’에 실패한 강 회장은 갑작스럽게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연임 수용의사를 밝힌 지 불과 10여일만의 대반전이었다.
‘선장’이 없으면 제대로 ‘항해’될 리 만무한 법. 전경련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9일 예정됐던 정기총회마저 약 2주간 연기했을 정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강 회장의 후임을 찾는 작업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망에 오른 재벌총수들은 속내야 어떻든 일단 손사래부터 치기 바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평이다.
선장 없는 전경련 ‘좌충우돌’ 무엇보다 2007년은 대선의 해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필요가 없다는 게 재벌 총수들의 뻔한(?) 속내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은 셈이다.
게다가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반세기 가까이(61년 설립) 재계의 ‘상징’으로 불리던 전경련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최근엔 ‘무용론’에 휩싸일 정도로 그 위상이 추락했다.
실제 강 회장의 연임에 반기를 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전경련의 운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차기 전경련 회장엔 누가 추대될 것인가. 무엇보다 재계 ‘빅4’로 불리는 이건희(65)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69)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62) LG㈜ 회장, 최태원(48) SK㈜ 회장이 ‘전경련호’의 선장에 전격 등극할지 주목된다.
물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은 총 네 차례에 걸쳐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을 정도로 무관심한 인상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굳이 맡을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2월 초 ‘비자금 조성’ 등의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몽구 회장은 전경련 회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조차 부담스런 상황이고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전경련이 DJ정부 시절 ‘빅딜’을 통해 LG의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당시)측에 넘긴 것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혹여 욕심이 있어도 맘껏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배가 짧고 경륜이 부족한 게 이유다.
‘이런 단점만 없으면 얼마든지 전경련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핵심관계자에게 ‘전경련 회장직을 검토해 보라’는 ‘밀명(密命)’을 하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후보군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삼구(62)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양호(58) 한진그룹 회장, 조석래(72) 효성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 중견 후보군은 재계 관계자가 차기 회장 인선기준을 밝힌 이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전경련 차기 회장의 기준으로 “▲나이 60세 안팎 ▲15대 그룹 안팎 ▲재계에 적이 없는 친화력을 갖춘 사람 등 3대 조건이 제시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인선조건에 가장 근접해 있는 후보는 재계 순위 8위 그룹인 금호아시아나를 이끌고 있는 박삼구 회장. 금호아시아나 측은 “개인적인 일이 많아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언론들을 적절하게 이용해 ‘사전포석’에 나섰다는 뒷얘기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재계 순위 7위인 한진그룹의 수장 조양호 회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그 역시 그룹 순위나 연배로 볼 때 전경련 회장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총수 중 한명이다.
특히 항공사의 라이벌 박삼구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노린다면 조 회장 역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강신호 ‘바통’ 조석래 ‘받나’ 전경련 회장단 중 최고령인 조석래 회장은 그룹 규모(26위)나 연배 등을 감안했을 때 인선기준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그를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미재계위원회의 한국위원장을 맡는 등 전경련 내 활동이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김승연(56) 한화그룹(10위) 회장, 현재현(58) 동양그룹 회장(25위)도 전경련 회장의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이 중 현재현 회장은 “재계에 적이 없는 친화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인선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는 총수라는 평을 받고 있어, 회장에 추대될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가 오는 27일 확정됐지만 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선출이 아닌 추대 형식으로 재계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리더는 중요한 존재다.
리더는 그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지 결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경련 역시 마찬가지다.
거친 재계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전경련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전경련의 위상이 ‘차기 회장’에 누가 오르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리더’를 잃은 채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고 있는 전경련의 새로운 ‘키’를 누가 잡을지 재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전경련 차기 회장 둘러싼 새로운 쟁점 ‘셋’

“재벌가 사위, 사상 최초 전경련 수장 될까”

■ 사위 출신 전경련 회장 등극할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맏사위다.
고 이 회장은 딸만 둘을 뒀기 때문에 두 사위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고 이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장의 남편이다.
그 중 현 회장은 현재 전경련 차기 회장의 물망에 오른 상태다.
만약 현 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에 오르면 사상 최초로 ‘재벌가 사위 출신 전경련 회장’이 탄생하는 셈이다.
■ 박삼구-조양호 전경련서도 ‘라이벌 열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 차기 회장의 ‘하마평’에 함께 오르내리고 있는 것. 국내 양대 항공사의 총수로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이 ‘전경련 차기 회장’을 두고도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두 총수 중 한 명이 전경련 회장에 등극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총수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면서 “양쪽 중 한 명이 실제 전경련 회장에 등극했을 때 다른 한쪽이 시시때때로 ‘비토’를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박 회장과 조 회장 중 한 명이 합의 추대될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조석래 삼성 ‘구원’ 풀까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조석래 효성 회장이 실제로 회장에 등극하면 한 때 ‘동업자’였던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주목된다.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전 회장과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전 명예회장은 삼성을 함께 창립한 주역이다.
지역 유지였던 조 전 회장이 모든 창업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이 전 명예회장이 경영을 도맡았다는 게 재계 한 원로의 귀띔. 그러나 두 사람은 제일제당(현 CJ)의 지분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다 결국 뿔뿔이 헤어졌다.
조 전 회장은 이후 효성을 창업했고 이 전 명예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측과 지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결별한 후 조 전 회장 측에선 ‘돈은 돈대로 쓰고 실리는 실리대로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를 두고 효성 가문에선 삼성에 대한 ‘구원’(舊怨)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조 회장에 대한 합의 추대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또 다른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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