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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_part2] 국내에선 ‘찬밥’ 중국에선 띵호아!
[스페셜리포트_part2] 국내에선 ‘찬밥’ 중국에선 띵호아!
  • 김성수 객원기자
  • 승인 2007.0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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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너지 미래가 안 보인다] ‘유사 휘발유’ 논란 세녹스의 경우 - 정유업자 · 정부가 짜고 내친 대체 에너지 … 중국 정부 대환영으로 매출 1조 기대 ‘국내에서 버림받은 한(恨), 해외에서 풀겠다.
’ ‘유사 휘발유’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외면당한 세녹스(CENOX).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세녹스가 해외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중국 대체에너지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인 시판을 앞두고 있는 것. 국내에서 배척받은 설움을 해외에서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게 세녹스 제조사들의 각오다.
그도 그럴 것이 세녹스는 산업자원부를 선봉으로 한 국세청, 재정경제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정유업계의 협공에 무릎을 꿇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공방은 세녹스가 처음 등장한 200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리플라이트가 개발한 세녹스는 환경부에 특허 출원한 뒤 2002년 6월부터 전국의 11개 주유소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성분은 솔벤트(60), 톨루엔(30), 메틸알콜(10)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당시만 해도 세녹스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에서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각광받았다.
세녹스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 판매가격은 ℓ당 990원으로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당시 1300원선)보다 훨씬 쌌다.
세녹스에는 휘발유와 달리 교통세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휘발유 값을 아끼려는 소비자들 사이에 ‘세녹스 열풍’이 불었다.
판매점에선 없어서 못 팔정도로 구매가 폭주했다.
이쯤 되자 정유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정유업계는 “세녹스는 대체에너지가 아닌 탈세를 주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인 불법 유사 휘발유”라며 자동차 연료장치 부식, 유해물질 배출, 탈세 문제 등의 이유로 정부에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프리플라이트 측은 세녹스를 ‘연료첨가제’라고 주장했다.
2001년 7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으로부터 ‘휘발유와 6대4 비율로 자동차에 주입했을 때 30% 정도의 유해물질 배출 감소 효과가 있다’는 성능 검사 성적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연구원은 세녹스에 대해 △자동차 연료검사 △첨가제 품질검사 △첨가제 배출가스 검사 등을 실시했고, 이 3가지 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내렸다.
또 2003년 5월 세녹스가 일반 휘발유보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정도가 낮은 반면 자동차 연비는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자동차정비공학회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환경기술연구소와 함께 세녹스를 실험한 결과 “휘발유와 세녹스의 비율을 6대4로 첨가했을 경우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연비, 부식성 등에서 휘발유보다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반면 산자부는 세녹스를 ‘유사 휘발유’로 간주했다.
세녹스의 구성 원료(솔벤트 · 알코올 · 톨루엔)가 모두 석유 추출물이기 때문에 대체에너지가 아닌 유사 석유제품이라는 게 산자부의 판단이다.
석유사업법 제26조에 따르면 유사 석유제품은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 등을 혼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산자부를 주축으로 한 정부 각 행정기관들이 세녹스의 제조 · 판매에 제동을 건 것. 우선 산자부는 ㈜프리플라이트 대표를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검 · 경 및 각 지자체들과 합동으로 세녹스 유통망 단속을 강행했다.
그런데도 세녹스의 유통이 계속되자 산자부는 결단을 내렸다.
‘용재수급 조정명령’이 그것이다.
물론 세녹스를 겨낭한 방침이다.
2003년 3월 산자부는 전국 350여 용제 생산 · 유통업체들에게 세녹스의 주 원료(솔벤트)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이 와중에 환경부도 가세했다.
세녹스 검사표를 발급한 환경부는 “검사가 판매 승인이나 허가는 아니다”며 꼬리를 내렸고, 2003년 8월 ‘자동차 연료첨가제의 첨가 비율을 1% 미만으로 제한’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 세녹스의 발목을 잡았다.
세녹스 측은 정부와 정유업체들의 결탁을 의심했다.
성정숙 ㈜프리플라이트 사장은 “정유사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세녹스를 고사시키려 한다”며 “정부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정유사들의 기득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실제로 세녹스 시판 전 정유업자들과 산자부 담당자들이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들은 세녹스 판매 저지 및 대책논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녹스를 둘러싼 공방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2003년 11월 1심 재판부는 세녹스의 손을 들어줬다.
“유사 휘발유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녹스를 단속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세녹스 제조사에 무죄 판결을 내린 것. 이후 세녹스의 생산과 판매가 재개됐지만, 이를 산자부와 정유업계는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주유소협회는 재판부에 낸 탄원서를 통해 “동맹 휴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산자부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했다.
2004년 8월 2심에서는 1심 판결과 달리 유죄판결을 받았다.
△자동차 연료장치 부식 △유해물질 배출 △석유시장 유통질서 혼란 △탈세 문제 등 산자부와 정유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 판결로 세녹스는 유사 휘발유로 규정, 당일부터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이렇게 국내에서 세녹스의 제조 · 판매가 금지되자 제조사들은 또 다른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한 것. 국내에서 판로가 막힌 세녹스를 해외에 공장을 세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세녹스의 공세는 특히 중국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사정과 달리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대체에너지 업체인 ㈜에너지더엠파이어는 중국에서 상표등록을 완료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식물성 신품종인 카사바(cassava)를 원료로 한 세녹스의 제조 · 판매 승인권을 획득한 것. 이 회사의 석방욱 회장은 세녹스의 제조판매사 ㈜프리플라이트의 창업자다.
올해 중 일본,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 11개의 생산공장, 현지법인 등을 설립할 계획인 에너지더엠파이어는 중국 시장에 오는 4월부터 제품을 공급할 예정. 내년까지 약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보광그룹도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 첨단산업기술개발구에서 중국석유화학과 공동으로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세녹스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다.
보광그룹은 “한국 세녹스 제조업체로부터 제조기술 전반을 이전받았고, 오는 10월까지 공장을 완공해 생산에 들어간 뒤 내년 말까지 생산 능력을 300만 톤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코스닥 상장법인인 이지에스도 중국 내 세녹스 사업에 진출했다.
이지에스는 중국 라오닝성 푸순시에 설립 중인 푸순세녹스유한공사의 지분 40%를 취득했다.
이지에스가 지분을 취득한 푸순세녹스유한공사는 선양세녹스유한공사가 세녹스 생산을 위해 설립 중인 법인. 선양세녹스유한공사는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와 fi오닝성의 비준을 받아 푸순시에 약 10만 평방미터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그렇다면 세녹스의 외국 판매엔 문제가 없을까. 석유사업법에는 국내에서 유사석유를 제조해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유사 휘발유를 제조 · 판매할 경우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해외에 공장을 세워 판매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ECONOMY21 사진
특히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석방욱 에너지더엠파이어 회장은 “국내에선 제조 · 판매가 중단돼 있지만 외국에선 세녹스 품질을 인정받고 합법적인 사업이라는 것을 입증했다”며 “우리나라의 산자부 격인 철로국투자중심이 세녹스의 원료 운송 및 저장시설을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종무 이지에스 대표도 “중국은 현재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절대적 에너지 부족 상황에서 법적으로 휘발유에 첨가제 또는 대체에너지 사용을 의무화(10% 이상)하고 있다”며 “환경 문제에 있어서 2008년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발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 세녹스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산자부와 정유업계는 논쟁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세녹스 공장을 세워 판매하는 것까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휘발유의 판매 원가가 유사 휘발유에 사용되는 용제보다 싸기 때문에 세녹스가 중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국내에서 버림받은 세녹스가 과연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수 객원기자(top@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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