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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12월 대선 ‘통제 불능’ 상황 대비해야
[집중기획] 12월 대선 ‘통제 불능’ 상황 대비해야
  •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
  • 승인 2007.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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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대통령을 바꾼다 (1)] 시험대 앞에 선 검색엔진 잘못된 ‘의제 설정’이 여론 조작 가능 … 민심 전하는 미디어로 거듭 나야 미국에서는 구글 검색 순위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켜 ‘구글 댄스(Google Dance)’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검색 순위는 곧 돈이며 권력이다.
또한 검색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기도 하다.
검색 순위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람들의 욕망이 뒤엉킨 자리를 기술과 편집으로 풀어내야 하는, 정답 없는 정답 경쟁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이 중요한 논의가 단편적으로만 다루어져 왔다.
뭔가 미심쩍기는 하지만 포털들이 알아서 해줄 문제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검색은 포털 혼자서 만드는 공산품이 아니다.
온 사회가 정보를 주고 검색하면서 함께 키워가는 서비스다.
포털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 할 부분이 있다.
안타깝게도 포털은 생각보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사람들은 상황을 잘 모른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검색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시험대를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바로 올해 12월의 대통령 선거다.
싫든 좋든 온 나라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 이슈 앞에서 국내 검색 포털들은 과연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가. 개선해야 할 문제는 없는가. 앞으로 4회에 걸쳐 이 문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언론사들까지 인기 검색어에 맞춰서 급하게 뉴스를 포털에 보낸다. ⓒECONOMY21 사진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검색 서비스 역사를 놓고 볼 때 주목해야 할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전국 CGV극장의 전광판에서 검색 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 회사 간의 흔한 제휴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사옥 전광판. ⓒ임영무 기자
‘지금 이 시각, 꼭 봐야 할 중요한 정보’를 간추려서 알려주는 것은 그 동안 신문과 방송만의 몫이었다.
저마다 자사 사옥과 각종 전광판을 통해 이 시간 주요 뉴스를 내보내왔다.
그런데 네이버-CGV 제휴는 그 내용은 좀 다르지만 ‘지금 이 시간 봐야 할’ 정보 서비스를 포털도 담당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도달 영역이 오프라인까지 넓어졌다는 첫 신호였다.
전통적으로 언론의 두 가지 주요 기능은 게이트키핑과 의제설정이었다.
말만 어렵지 쉽게 바꾸면 '고르기'와 '띄우기'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첫 등장 이래로 웹 검색엔진의 역할은 '고르기'에 머물렀었다.
전환점은 2001년 9.11테러 때에 찾아왔다.
예전 같으면 이런 정보 공황 상태에서 사람들은 거대 언론사들의 뉴스만 목놓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CNN 대신 구글이 있었고, 뉴욕타임스 대신 블로그가 있었다.
오랜 세월 수동적인 수용자에 머물렀던 ‘개인들’이 이미 능동적인 탐색자로 변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검색엔진이 블로그와 언론 뉴스까지 아우르며 새로운 미디어로 등극했음을 온 세상에 선포한 사건이었다.
그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런던 지하철 테러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런 변화는 더욱 굳건해 졌다.
검색엔진은 골라주는 매체를 넘어 띄워주는 매체로 자리잡아갔다.
검색 포털들이 메인 페이지에 골라놓은 뉴스는 자연스럽게 그 날의 뜨는 뉴스가 되었다.
더욱 큰 변화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보니까 누구나 꼭 봐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제 설정인 것이다.
검색엔진은 이미 거대 언론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물론 기존 언론이었다.
단순히 뉴스 유통만 하는 채널이 과연 미디어일 수 있느냐는 원론적인 딴죽에서부터, 혼란스러운 댓글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했다.
AFP통신처럼 실제로 구글을 고소하며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겨레 이종찬
그런데 문제는 이런 논쟁이 꽤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는 대부분 위기의식을 느끼는 언론에서 시작했고, 그 근본에는 항상 주도권 논쟁이 깔려 있었다.
우리나라 논의의 수준은 더 심각하다.
언론사닷컴의 수익 문제나 직접 링크(Deep Link) 찬반 논쟁 정도에서 맴돌고 있다.
사실 검색엔진이 언론이냐 아니냐는 논쟁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까지 자신이 쓴 기사를 포털에 가서 보고 있는 세상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은 정보 유통채널이지만 정보의 생산처인 웹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유통과 생산을 분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굳이 웹 2.0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국내 포털들은 생산자들을 자신 안에 거느린 닫힌 구조가 많기 때문에 언론으로서의 기본 역할은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문제는 검색포털이 나름대로의 게이트키핑과 의제 설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 언론과의 논쟁이나 한 두 업체의 사업적인 흥망성쇠 문제가 아니다.
검색엔진의 사회적 위력을 생각할 때 사회 자체를 뒤흔들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보여준 사례를 보면 지나친 걱정만은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광클(‘미친 듯이 빠르게 클릭 한다’는 네티즌 은어)을 하고 자동 프로그램을 돌리면 얼마든지 사회의 주목을 끌고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사전에 정한 키워드에 맞춰 블로그 등에 황 박사를 지지하는 글을 미리 올려놓았다.
그리고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관련 키워드가 올라가도록 집단적인 클릭을 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황우석 서명’ ‘황우석의 진실’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유도했다.
이런 사례는 연예인 팬클럽을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가수 데뷔 기념일이나 생일에 맞춰서 그 이름을 가지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다.
정보 걸러내고 순위 매겨야 이런 행위는 주장하는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서 잘못된 편법이다.
검색의 본질을 벗어나 강제로 ‘끼어들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검색 스팸’이라고도 한다)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알려주고 싶은 정보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검색엔진에 잘 나오게 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ECONOMY21 사진
신문기사에 나오고 싶어서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 자체를 나쁜 일로 취급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로 간에 적당한 긴장은 건강하며 필수적인 것이다.
문제는 선을 넘어서는 극단과 거짓말이다.
그래서 어떤 형태의 언론이든 정보를 걸러내고 순위를 매기는 작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검색엔진은 대용량 데이터를 취급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만으로는 이런 작업이 불가능하다.
기술적인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작업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사람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색 포털의 서비스는 검색 순위 관련 처리가 생각보다 취약하다.
기술적인 시스템은 물론 사람들이 참여하는 편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근본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보다는 서비스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지만 결국 결과는 같다.
연예인 팬클럽의 해프닝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만약 검색 포털에서 ‘차기 대통령’이 인기 검색어에 올라오고, 그 키워드를 클릭하면 특정한 후보를 교묘하게 선전하거나 비방하는 글들이 나온다고 가정 해보자. 우리나라 포털들은 이것을 걸러낼 준비가 되어있는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소수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작전을 벌이면 대통령을 바꾸는데 일조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은가? 구글은 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왜냐하면 자동화된 시스템이 (거의 대부분을) 알아서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운영자들이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영역은 중국에서처럼 검색결과에서 일부를 빼는 것 정도다.
바깥에서 순위를 높이는 작업을 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여론몰이 식의 접근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 검색 포털들은 통합되지 못한 ‘통합 검색’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 같은 것을 모두 포털 내부에 가둬놓고 있으면서도 서로 간에 유기적인 연결은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웹에 존재하면서도 링크 같은 것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순위를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조건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혼란 부르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따라서 몇 가지 ‘요령’만 알면 바깥쪽에서도 순위에 ‘영향’을 미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것을 걸러내는데 사람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의 방식은 언제나 양보다 질이다.
양이 많아지면 통제 불능이 되기 쉽다.
또한 미묘한 이슈에서는 사람들 간의 불일치도 생기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대용량 검색 시스템에서 사람들이 전면에 서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구글의 시스템적인 접근도, 국내 포털의 편집적인 접근도 각각의 장점이 있다.
특히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편집적인 접근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포털들은 시스템적인 접근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
미디어가 아니라고 하면서 결국은 기존 언론과 충돌하는 영역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 신문사들에게 별도의 편집 페이지를 제공하는 미봉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극장 전광판에서 거대 포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서비스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진은 아이맥스 영화관 전광판. ⓒ임영무 기자
그런데 국내 포털들은 기존의 처리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덜컥 진도를 더 나가버렸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라는 집단적인 의제 설정 서비스까지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 자체는 재미있다.
사람들의 체류시간도 늘어나고 광고수익도 올라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자칫하면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자신을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서비스다.
국내 포털은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준비해야 한다.
기존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자신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경쟁과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황우석 박사 사건이나 시사저널 편집권 논란에서 보이는 우리나라 기존 언론의 상황을 생각할 때 검색엔진은 그들에게 건강한 긴장을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검색엔진이 신기술의 신데렐라로 면죄부를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책임은 없고 혜택만 누릴 수 있는 단계도 가버렸다.
그리고 이제 신기술이 아닌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커다란 시험대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검색은 보다 확실한 미래의 열쇠를 쥘 수 있다.
민심을 전하는 집단지능 미디어가 되어 새로운 대통령의 윤곽을 한 부분씩 드러내주는 퍼즐의 역할을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며 엉거주춤한 편집을 계속하는 업체는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검색 시장의 지각 변동을 노리는 업체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검색엔진 모두에게 큰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 셈이다.
@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

검색이 대통령을 바꾼다

1. 시험대 앞에 선 검색엔진 2. 검색은 과연 정직한가? 3. 검색의 사각지대는 없는가? 4. 차기 대선과 검색의 미래캡션(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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