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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Ⅰ]원산지 문제에 발목 잡힌 개성공단②
[스페셜리포트Ⅰ]원산지 문제에 발목 잡힌 개성공단②
  • 김경웅 국회 개성포럼 자문위
  • 승인 2006.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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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을 그대로 내버려두라 북핵·인권문제 연계시키지 말아야 … 개성은 남북 이익공동체 실험실 “우리는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남측은 이번에도 4강에 오르길 바랍니다.
남측이 좋은 뜻으로 TV중계를 해주니까 우리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열렬히 응원할 겁니다.
” 북측의 지도급 인사는 먼저 축구 덕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면서 일행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무대가 개성이었던 만큼, 그는 개성공단의 조기 완공과 성공을 위하여 “잔을 쭉 내자”고 했다.
자리를 함께했던 남북의 인사들은 주량을 셈하지 않고 모두 잔을 비웠다.
이날, 양측의 경제협력 논의가 잘 됐음은 물론이다.
개성공단이 이처럼 생산기지뿐 아니라 경제 협의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 10월28일 문을 연 남북 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그 터전이다.
현재 남측에서 15명, 북측에서 9명이 상근하고 있다.
이 사무소 덕택에 남북의 경제인들은 중국에 갈 필요 없이 개성에서 사업을 협의히고 있어 무척 편리해졌다.
지금까지 양측에서 862명이 머리를 맞대 모두 169건에 달하는 협의를 이뤄냈다.
개성공단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남북 사이의 상업적 거래 중 3분의 1정도가 위탁 가공교역이다.
남측 기업이 개성에서 제품 견본을 보여주고 북측 기업이 작업 지시서에 따라 생산하면 되니 불량률도 줄이면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된다.
지난 3월17일에는 상품전시실이 개설됐다.
북측이 생산한 제품과 개성공단 생산품, 위탁가공물품 등 총 56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남북이 기왕에 시작한 개성공단은 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강조되어 온 설명은 이러했다.
개성공단은 △최초·최대의 남북 교류 협력사업이며 민족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시범사업이면서△ 남북관계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정착, 나아가서는 동북아 정세를 관리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아왔다.
이에 못지않은 측면이 바로 산업정책적인 이점이다.
개성공단은 특히 우리 중소 기업인들에게 절실하다.
남쪽에서는 고임금·고지대·인력난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지만 북쪽에 가서 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조업체들, 기업하기 편한 여건을 찾아 해외로 나간 중소상공인들에게 개성공단은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6%, 수출 비중의 42%를 차지할 만큼 우리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개성공장에서 월 6만원(57.5달러) 안팎의 임금을 주면서 정부 지원까지 후하게 받는다고 하면, 젖 먹던 힘까지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대안이다.
또한 남북이 각기 비교 우위에 있는 자본과 기술, 개발 경험을 양질의 노동력과 임금으로 결합시키는 민족경제 살리기 사업인 것이다.
개성공단을 성공시키는 일은 한반도 평화사업으로서 국제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개성공단이 잘 진척돼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게 되면 정치사회의 안정과 안보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또 동북아 지역의 평화 번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셈이 된다.
이 같은 사실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개성공단과 북핵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지난 날 서방 세계가 사회주의권에 대해 정경(政經)분리 원칙을 적용해서 결국은 사회주의 국가들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 냈듯이, 북핵문제와 개성공단은 마땅히 불연계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국 정부가 이 점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도록 적극 설득시키는 일이 당면 과제다.
미국 역시 세계적으로 대외 생산기지가 허다한데, 개성공단을 두고서 북측의 인권문제까지 묶어 제동을 거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대국답지 않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만하다.
개성공단 앞에는 여러 도전요소들이 가로 놓여 있다.
남북이 지혜롭게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결코 녹록치 않은 것들이 많다.
개성으로의 전략물자 반출입, 원산지 문제와 판로 확보 같은 현안들은 외교통상적인 노력을 배가시키면 넘지 못할 산이 아니다.
북측이 대범한 자세로 정치군사문제를 풀어가는 협조적인 단안을 내려야 한다.
남북은 이제야말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호혜의 양방향 이익공동체를 지향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북측 근로자 7천723명, 남측 인원 500여명이 어우러져 일을 하고 있다.
시범단지에 15개 기업 중 13개 공장이 가동을 하고 있고 2개 공장은 설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 기업의 투자액만 해도 795억원, 토지공사가 1백만평 공단을 개발하는데 2천200억원 이상 들었고 지난 날 현대아산이 쏟았던 정성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 셈이다.
작년도 이들 기업은 개성 현지 공장에서 1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 86만 달러는 수출했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판매됐다.
내년까지 본단지 1백만평이 완공되고 나면 2백50여개 기업들이 입주해 남북의 근로자 10만여명이 신바람나게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일단 선택을 했으면 집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개성공단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실험실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개성공단 현지에서 살펴본 다양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이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았다.
개성공단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 개성공단이 대내외 생산기지로서의 제 몫을 하자면 시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통행 문제만 해도 근래에는 많이 좋아졌으나, 출입 수속에 여전히 지체 현상이 남아 있다.
업체 대표들은 기업 활동에 불편한 통행 문제가 단계적으로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다른 과제들을 제기했다.
“우리 기업은 고급 인력이 필요해서 북측의 우수 이공계 대학 출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공단 내에 이들이 거주할 곳이 없어 애로에 봉착해 있고, 앞으로 더 인력이 필요하나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걱정입니다.
” “지금까지는 담보 능력이 있는 남쪽의 중견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해서 그나마 은행돈을 빌리기가 쉬웠어요. 앞으로 협동화 단지나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갈 중소기업들은 담보 능력이 취약해서 제대로 사업하기 어려울 겁니다.
지난번에 산업은행 총재의 말씀으로는 건축 · 설비에 90%까지 융자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중소기업으로선 은행 문턱이 높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담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 “이제 개성공단에서 이벤트성 행사는 지양하면 좋겠어요. 대신, 개성 현지에서 대리점이나 영업소 책임자들을 초청 교육한다든지 하는 기업 활동에 도움 되는 일을 벌여야 합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기능훈련센터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교육훈련은 각 공장들이 자기 특성에 맞게 실시하면 됩니다.
공무원들이 자리를 또 몇 개 만들어 보려는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 “개성이 특수 지역이다 보니 물류비용이 부담이죠. 현재는 육상으로만 다니니까 부산에서 물류를 이동시킬 경우 육상이 철도보다 3배가량 더 듭니다.
대략 40피트 기준으로 운송비를 뽑으면, 육상은 115만원 정도이고 철도는 40만원가량에 불과해요. 하루빨리 경의선이 뚫려야 합니다.
” 이제 개성공단은 입주기업 대표단체가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을 했고, 본 단지의 전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입주 기업들이 정당하게 요청하는 바는 개성공단의 진척을 위해 잘 받아 들여져야 하겠다.
또 한 가지 흐뭇한 일은 북측 근로자들이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년 전에 찍었던 신분증의 사진을 교체해야 할 정도로 인물이 훤해지고 영양 상태도 호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녘 동포에게 개성공단이 정말로 일하고 싶은 곳, 남측 기업인들과 협력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된다는 것은 어쩌면 남북 모두에게 가장 큰 성과일 수 있다.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을 경제 부문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몇 고비를 넘으면서도 한 발 한 발 성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개성공단이 압축 개발과 성장의 신화를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경웅 국회 개성포럼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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