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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손욱-“초등학교 때부터 ‘트리즈’ 교육 필요”
[피플]손욱-“초등학교 때부터 ‘트리즈’ 교육 필요”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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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욱 삼섬SDI 자문역 “초등학교 때부터 ‘트리즈’ 교육 필요” “모방기술, 모방제품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해요. 그걸 뒷받침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트리즈’(TRIZ)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손욱(61) 삼성SDI 자문역은 범국가적인 트리즈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트리즈는 1940년대 구(舊)소련에서 만들어진 창의적 사고의 방법론으로, 인텔, 포드, BMW 등 상당수 선진기업들이 이를 자사의 기술혁신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SDI 사장과 삼성종합기술원장을 지낸 손 자문역은 ‘삼성의 혁신 전도사’, ‘식스시그마의 선각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삼성에 트리즈를 퍼트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삼성 등 소수 대기업의 연구개발 파트를 중심으로 비밀스럽게 전파되던 트리즈는, 지난 5월 삼성 7개 전자계열사들의 ‘삼성트리즈협회’ 결성을 계기로 식스시그마, 블루오션 전략에 이은 또 다른 혁신이론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의 뛰어난 기술력의 배후에는 바로 트리즈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손 자문역이 트리즈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삼성SDI에 있던 1995년경. 그는 “브라운관의 핵심 부품인 전자총에 대해 자문해주던 일본인 전문가로부터 일본에 트리즈가 도입돼 큰 인기라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련의 ‘국가기밀’인 트리즈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서방에는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다 소련이 무너지자 미국 기업들은 가장 먼저 소련의 트리즈 전문가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갔다.
트리즈에 대한 관심을 끈을 놓고 있지 않던 손 자문역은 1999년 삼성종합기술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도입에 나섰다.
러시아에서 트리즈 전문가들을 직접 채용했고, 여러 건의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해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부터는 모든 연구개발에 트리즈 적용을 의무화했다.
“트리즈는 200만건이 넘는 특허를 분석해 창조적 문제 해결에 사용되는 공통 원리를 추출해 놓은 것이죠. 단순한 개선이나 개량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획기적인 아이디어, 즉 도약(Breakthrouh)이 필요할 때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원리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요.” 트리즈가 확산되면서 냉장고 홈바, DVD 픽업, PDP 전극설계 등 특허 출원과 놀라운 원가절감 사례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손 자문역은 ‘식스시그마는 지고, 트리즈가 뜬다’는 식의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트리즈가 식스시그마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식스시그마나 트리즈를 한때의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식스시그마의 바탕 없이는 트리즈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트리즈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기업경영에도 적용가능하다.
손 자문역은 “트리즈의 핵심 개념은 모순의 해결”이라며 “정치나 공공영역에서도 갈등을 줄이고 상생의 해법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해 7조원의 정부 예산을 연구개발에 쏟아넣고 있어요. 그런데도 독창적인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죠. 그중 일부라도 초등학교에서부터 트리즈를 교육하고, 중소기업들이 트리즈 전문가들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 쓴다면, 몇 배의 효과를 내고 국가 전체의 창의적 역량도 훨씬 높아질 겁니다.
”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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