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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하이얼 “싸구려 중국산? NO!”
[비즈니스] 하이얼 “싸구려 중국산? NO!”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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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TV 등 출시 프리미엄 시장 공략 본격화 … ‘차이나 디스카운트’ 극복이 과제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 ‘하이얼’(Haier). 지난 2004년 첫 한국 진출 이후 미니 냉장고, 와인 냉장고 등 틈새상품에 주력해온 이 업체는 올 들어 최첨단 영상가전인 중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 냉난방 겸용 에어컨, 노트북 PC 등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산물, 의류, 완구 등에 이어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산’의 위협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지난 6월 초 LG경제연구원은 하이얼의 중대형 LCD TV 출시가 국내 가전업계에 몰고 올 파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배수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하이얼의 LCD TV가 국내 가전업체를 위협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얼은 지난해 말부터 32인치, 37인치, 42인치의 고화질(HD) LCD TV 3종류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HD 분리형의 경우 국내 중소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150만원대였다.
미니 가전으로 틈새시장 파고들어 그동안 하이얼은 국내 가전업체와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있는 틈새시장 개척에 치중해 왔다.
세계적으로 가전분야는 외국 기업의 성공이 어려운 까다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국 업체가 절대적으로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가전업체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포기한 면도기, 전동칫솔, 다리미 등 소형가전 분야에서만 겨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얼이 주목한 것은 미니 냉장고, 와인 냉장고, 미니 세탁기 등 미니가전 시장. 하이얼은 이미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하이얼의 미니 냉장고와 와인 냉장고(‘와인 셀러’)는 미국에서 50%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간판 제품. 하이얼의 미니 가전제품은 국내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와인 셀러는 출시와 함께 국내 시장 1위에 올라섰으며, 5kg 미만의 미니 세탁기는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이 2배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큰 제품이 필요 없는 싱글족과 소용량의 ‘세컨드’ 제품이 필요한 가구의 잠재적 수요를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출시한 소형 에어컨의 경우, 성수기인 7~8월 한 달 사이에만 3만대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트렸다.
하이얼은 이러한 성공을 발판으로 2단계 시장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말 출시한 LCD TV와 노트북 PC, 그리고 올해 5월 선보인 고가의 냉난방기 겸용 에어컨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대성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산업총괄팀 과장은 “와인 냉장고 등 틈새시장은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이익률도 낮아 하이얼의 존재를 알리는 정도”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가전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메이저 시장에 과감하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얼은 철저한 브랜드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 저가의 하청생산을 하던 기존의 중국 기업들과는 차이가 있다.
하이얼은 세계 160개국에 1만5천여종의 가전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이 중 95%가 ‘하이얼’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뛰어난 제품력과 철저한 품질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도 ‘싸구려’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하이얼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틈새시장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이 필수적이었다.
하이얼은 LCD TV를 내놓으며 핵심부품을 중국이 아닌 국내에서 조달해 조립 생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42인치 제품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은 LG필립스 LCD를 통해, 튜너는 LG 이노텍을 통해 조달해 국내에서 생산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하이얼 제품이 단순히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성능도 우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배수한 연구원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디스플레이 패널은 대만 기업에서, 그리고 나머지 핵심 부품은 중국에서 조달하고, 제조도 중국에서 했을 것”이라며 “원가 상승을 감수하면서도 국내 중소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을 낮춘 것은 하이얼이 단기적으로는 LCD TV 분야에서 손익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준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하이얼이 국내 중견업체를 활용해 기술력을 보강하고,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하면서 고객 대응력을 키워 결국은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얼의 LCD TV를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하이얼도 한국 시장은 글로벌 전략의 ‘시험대’라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위즈다 하이얼 부총재는 “한국시장은 하이얼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까지 국내 3대 가전 브랜드 진입 하이얼은 LCD TV 출시와 함께 중국업체로는 최초로 공중파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지난 4월 처음 선보인 두 편의 광고는 모두 ‘가격’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 한편은 하이얼 LCD TV의 생생한 화질 때문에 축구 경제에 몰입해 자신이 골키퍼라고 착각한 남자가 공항 대합실에서 벌이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올 들어 하이얼은 외국계 업체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서비스 망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용산에 직영 서비스센터를 개설한데 이어, 내년까지 백색가전 서비스센터를 전국 100여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물론 아직은 삼성전자, LG전자의 대안 브랜드로 자리 잡고, 2010년까지 국내 3대 가전 브랜드에 진입한다는 하이얼의 목표는 ‘희망사항’일뿐이다.
시장 상황도 하이얼에 우호적이지만도 않다.
하이얼은 여전히 유통 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메이저 유통 채널인 양판점을 뚫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2개의 특판점을 확보했지만, 200개가 넘는 대리점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하지만 이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비한다면 오히려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김대성 과장은 “국내시장에서 하이얼의 성공 여부는 중국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한국 찾는 ‘중국의 잭 웰치’ 장루이민 회장

"전세계 가전업체가 인수합병 대상"

1985년 중국 칭다오의 하이얼(당시 칭다오 냉장고 총공장)은 매년 2억원의 적자를 내는 파산 직전의 집단소유제 기업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하이얼은 한해 1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5위의 종합 가전업체로 성장했다.
세계 22개국에 23만명의 직원 거느리고 있으며 도쿄, LA, 시드니, 암스테르담 등에 8개의 디자인연구소와 10개의 기술개발센터를 두고 있는 중국이 자랑하는 간판 글로벌 기업이다.
이러한 하이얼의 기적을 이끈 인물이 바로 장루이민 회장이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하이얼을 중국 1위 기업으로 선정했으며, 장루이민 회장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 26위로 뽑았다.
1985년 파산직전의 하이얼을 맡게 된 장 회장은 품질에 하자가 있는 76대의 냉장고를 한대씩 망치로 부수면서 중국에서 처음으로 품질경영과 브랜드 전략의 지치를 내걸었다.
이후 철저한 품질관리는 하이얼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또한 ‘선난(先難)후이(後易)’ 즉 ‘뚫기 어려운 선진국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후진국으로 간다’는 독특한 세계화 전략을 세우고 다른 중국 기업들이 손쉬운 동남아로 진출할 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3천만달러를 투자해 냉장고 공장을 건설했다.
하이얼은 한때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삼보컴퓨터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장 회장은 “전 세계의 가전업체가 인수합병 대상”이라며 여전히 인수합병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잭 웰치’로 불리는 장 회장은 오는 7월27일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2006 제주 하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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