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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빚 얻어 내 집 마련’에 목숨 걸지 말자
[머니] ‘빚 얻어 내 집 마련’에 목숨 걸지 말자
  • 여진욱 (주)에셋비
  • 승인 2006.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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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재테크] 주택대출금 상환에 40대 허송세월 … 여유로운 노후 꿈도 못 꿔 4천만의 재테크 1순위는 내 집 마련이다.
내 집을 마련하는 시점은 긴 인생의 재무설계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언제가 적합할까? 주택, 자녀교육 그리고 노후 중 하나는 포기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체 인생의 자금설계는 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전세(1억 2천)로 살고 있는 K씨(38), 늦게 결혼해 곧 아기가 태어난다.
아기한테 안정적인 공간을 주고 싶고 마흔이 되기 전에 내 집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 옥수동에 있는 아파트(4억 5천)를 살까 고민하다 상담을 신청했다.
모아둔 돈 4천만원에 부모님으로부터 5천만원을 빌리고 나머지 2억4천만원은 모기지론으로 상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기왕에 내 집 마련을 하는데 무리를 해서라도 생활환경 좋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많은 곳이 선택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2억원이 넘는 대출금이 부담이 되지만 일단 저질러 놓으면 수습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K씨의 경우 둘째 아이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둘째가 결혼할 시점엔 칠순이 넘을 것이 확실 시 된다.
맞벌이로 가계 총 소득이 월 500만원 선이지만 향후 10년 간 매월 250만원씩 주택자금으로 지출하고 나면 고용불안 상황에서 본격적인 자녀 교육비 지출이 가중되는 시기이다.
10년 간 가처분 소득 전부를 주택자금 상환에 집중해야 하고 그 상환이 끝난 시점부터 자녀 교육비 지출 등으로 저축 여력은 거의 없게 된다.
명퇴나 부부 한 사람이 아파서 직장을 다닐 수 없다면 파산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것이다.
커져버린 생활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인데 노후 생활자금으로 생각하는 월 180만원 정도를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유로운 은퇴생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두 자녀의 결혼, 대학자금, 유학자금까지 고려하면 향후 10년 간 주택 관련 대출금을 상환하는 모습은 어쩌면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대출금, 3년치 연봉 넘지 않도록 40대를 주택 대출금 상환하느라 빠듯하게 살고, 50대에는 자녀 교육시키는데 모든 수입을 쏟아 붓다 보면 어느새 준비되지 않은 은퇴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늦었다는 생각에 조급하게 서두르면 '집 있는 빈민'의 모습을 벗어 날 수 없다.
내 집 마련의 시기를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 가까운 미래의 주택가격 변화는 작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결정적인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자신의 재무 상태와 부채 상환 능력 그리고 전체적인 자금 포트폴리오 속에서 구입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능한 한 대출을 받지 않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혀 대출 없이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계 재무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출은 총 주택가격의 1/3을 넘지 않은 선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3년치 가계 총소득의 범위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주택 가격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분양가 또는 시가 기준이 아니라 등/취득세 등의 제반 비용과 리모델링, 가재도구 등의 구입 비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주택가격만 생각하고 구입했다가 추가되는 부분에 대해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추가로 일으켜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부의 LTV 규제(담보가치 대비 대출금 규제 - 투기지역 내 40%, 그 외 60% 미만)가 논란이 있지만 가계 재무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는 합리적이다.
소득연계대출(DTI-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총 부채상환 비율, DTI 40%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도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데 무리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 파산을 막는 안전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인생 자금설계를 통하여 지금 당장 집을 샀을 때와 5년 후로 미루었을 때를 비교해 보자. K씨의 경우 준비자금(1억 6천)과 소득(연간 6천만원) 대비 너무 무리한 주택 구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 경우 많은 재무목표 중에서 주택 마련과 어렵지만 자녀교육까지는 일부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만만치 않게 길어진 노후 문제와 자녀의 결혼자금 등의 재무목표는 거의 방치한 채 20년 정도를 보내야 할 것이다.
반면 5~7년 정도 미루었을 경우 장기 재무목표와 주택 마련을 위한 자금 형성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물론 주택 구입 시 눈높이를 조금 낮출 필요는 있다) 전체 인생자금 계획을 안정적인 배분 속에서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충분한 자녀 교육 그리고 빠른 안정을 위한 내 집 마련, 여유로운 노후생활 모두 포기하기 어려운 재무목표들이다.
중·고교 시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정작 자녀가 필요할 때(어학연수 또는 유학) 지원하지 못하는 가정을 많이 본다.
조삼모사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농림부와 국정홍보처가 6대 광역시 거주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후 농촌 이주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6.3%가 농촌에서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농촌으로 이주하고 싶은 이유 중 가족의 건강과 여가생활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이주하기 싫은 이유에 대해서는 생활편의시설 부족과 농촌 경험 부족, 소득 활동 제약, 의료서비스 부족 등으로 답했다.
2015년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 반면 경제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서는 은퇴생활을 기존 거주하는 곳에서 살려는 경향이 많다는 보고도 있다.
의료시설 문제와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과 이웃들,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 등의 이유로 가능하면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IMF 시기를 제외하고는 하락한 적이 없다.
오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강북의 아파트 가격도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인상률을 보였지만 '강북 소외'를 느끼는 것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자산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자산시장을 부동산과 금융시장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주식시장은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50~60년대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들은 주택 구입 시 많은 대출이 있었다.
그 세대들은 소득의 많은 부분을 주택 관련 대출 상환에 투입하였으므로 퇴직 이후 현금 자산이 부족하게 될 것이고 곧 다가올 은퇴 시기에는 소비 재원 충당을 위해 불가피하게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축소로 수요가 부족하게 되어 베이비 붐 세대들이 은퇴하는 2015년경부터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수익률 측면에서 주택 구입을 고려할 경우 장기적 전망으로는 밝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역모기지론

주택을 담보로 매달 생활비 대출

주택 마련과 노후대책,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역모기지론이다.
모기지론은 장기주택 담보대출로 고정금리인 것이 특색이다.
장기간에 상환하므로 대출금액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일반 담보대출 대비 금리가 높은 것이 흠이다.
반면 은퇴한 사람이 주택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을 경우 그 거주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 받아 쓰는, 모기지론과 반대되는 개념이 역모기지론이다.
미국, 프랑스 등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선진국에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과 보험사가 역모기지론 상품을 내놓았으나 판매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시된 상품은 변형된 주택담보대출에 불과한데, 역모기지론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대출 채권 회수율이 낮을 위험과 장기에 걸친 대출기간 중 시중금리가 올라갈 위험 그리고 대출자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생존하여 담보대출 비율을 초과할 위험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공적인 보조가 필요한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므로 활성화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여진욱 (주)에셋비 재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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