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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약세장은 ‘절망’ 아닌 ‘기회’ ③
[커런트] 약세장은 ‘절망’ 아닌 ‘기회’ ③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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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헐값 주식 매입 ‘붐’ LG·LS·GS·LIG 등 주가 하락세 틈타 주식매입 연일 ‘약세장’이다.
호전될 기미도 없다.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일시적인 ‘쇼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내외 환경 탓에 ‘주가 상승’이 언제부터 시작될지 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증시시장의 미래는 그야말로 깜깜하고 불투명하다.
개인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식을 팔자니 ‘손해 보는 장사’고, 계속 가지고 있자니 ‘애물단지’다.
반면 ‘약세장’ 속에서도 연신 희희낙락하고 있는 투자자도 있다.
이른바 대기업 오너가(家)가 그들이다.
이들에게 ‘약세장’은 기회다.
헐값에 자사주를 매입, 지배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너의 자사주 매입 ‘붐’ 가장 눈길을 끄는 재벌총수는 ㈜LG 구본무 회장이다.
구 회장은 지난 5월18일·6월23일 각각 9만3천주·22만3천주를 장내 매수, 지분율을 10.33%에서 10.51%로 끌어올렸다.
그것도 ‘헐값’에 매입, 약세장의 ‘기회’를 톡톡히 누렸다.
LG주(株)가 하락세로 접어들자마자 자사주를 발 빠르게 매입했던 것. LG의 지난 4월6일 주가는 3만5천800원(이하 종가)대에 달했다.
이는 LG의 올 상종가(3만8천300원·1월16일)에 육박하는 수치다.
하지만 4월6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그렸다.
구 회장이 두 번째 자사주를 매입한 6월23일 LG의 주가는 2만7천원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4월6일을 정점으로 봤을 때 약 25%가 빠진 주식을 구 회장이 매입한 셈이다.
LG 한 관계자는“구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배당금 등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면서“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다소 싼값에 자사주를 매입한 게 사실이라도 해도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 SKC 최신원 회장의 약장세 속 자사주 매입 행보도 흥미롭다.
최 회장은 올 들어 무려 17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멈춤’도 ‘감속’도 없이 꾸준하다.
최 회장의 행보는 한마디로 ‘야금야금’이다.
절대 ‘크게’ 매입하지 않는다.
올해 가장 많이 매입한 자사주는 2만5천여주, 증가한 지분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 회장이 올해 매입한 자사주를 모두 합쳐도 상황은 마찬가지. 총 17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했음에도 지분율은 1.28%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지분율 0.81%에서 불과 0.47% 끌어올린 수치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지만 ‘태산’까지 오르기엔 너무도 멀어 보인다.
최 회장의 ‘자사주 매입’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로선 최 회장의 속내를 알 길이 없다.
‘SKC 오너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 ‘SK 최태원 회장과의 결별 준비’ 등 갖가지 추측들이 떠돌지만 ‘답’은 최 회장만이 가지고 있다.
SK측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 현승현 회장의 주식 매입도 주목된다.
현 회장은 지난 6월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에 걸쳐 동양종합금융증권㈜ 주식 67만3천여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동양종금증권 지분율은 0.33%에서 0.79%로 소폭 증가했다.
현 회장 역시 절묘한 시점에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 4월27일 1만4천650원을 기록한 동양종금의 주가는 이후 급격히 하락세를 탔다.
현 회장이 동양종금의 주식을 매입할 때 주가는 1만원대. 정점에서 약 30%가 빠진 상황에서 주식을 덥썩 매입한 셈이다.
◆ ‘오너’ 지분 헐값 매각 ‘붐’ LS전선 구자열 대표는 지난 5월26일 자사주 1만4천800주를 장남 동휘씨에게 매각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LS전선 주가의 하락세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주식을 동휘씨에게 팔았다는 점. LS전선의 주가는 지난 5월12일 4만4천원을 기록, 상종가를 기록한 이후 급격히 하향세로 돌아섰다.
최저점에 떨어지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개월. 지난 6월14일 LS전선의 주가는 2만8천원대까지 급락했다.
구 대표가 자신의 주식을 동휘씨에게 넘긴 시점은 하락세가 한창이던 5월26일이다.
결국 구 대표는 ‘헐값’에 자신의 주식을 아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준 셈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최근 GS건설 11만주를 조카들에게 넘긴 것도 비슷한 사례다.
허 회장은 지난 6월15일 GS건설 주식 11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같은 날 허 회장의 동생 GS건설 허명수 부사장의 아들 주홍씨, 태홍씨가 각각 2만5천600주, 2만4천400주를 장내 매수했다.
허 회장의 동생 GS홈쇼핑 허태수 부사장의 딸 정현양도 같은 날 6만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이 역시도 헐값에 매매됐다.
GS건설 주식은 5월 중순 7만원을 넘으면서 정점을 그린 뒤 하향세로 접어들어 주식매매가 있었던 6월15일 경에는 6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대표와 허 회장의 사례는 주가가 낮을 때 지분을 매입, 지배체제도 강화하고 향후 한꺼번에 상속 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 재벌2~3세 헐값 주식 매입 ‘붐’ 재벌2~3세들의 ‘약세장’ 속 주식 매입 ‘붐’도 눈길을 끈다.
LIG손해보험(손보)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구자원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이사는 지난 5월22일부터 26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30만주를 매입했다.
이는 지분 확대를 통해 기업 내 지배력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구 이사도 LIG손보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자마자 자사주를 매입했다.
LIG 손보는 지난 5월12일 1만8천700원으로 상종가를 기록한 뒤 급격히 하락세를 탔다.
5월22일부터 자사주를 매입한 구 이사로선 ‘약세장’을 틈타 지분 확대에 성공한 셈이다.
한마디로 도랑도 치고 가재까지 잡은 격이다.
무기화학제조업체 백광산업의 후계자 김성훈 이사도 ‘약세장’ 속에서도 지분 확대를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백광산업 김종의 회장은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자형이다.
김 이사는 지난 4월 중순부터 6월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14만170주를 매입, 지배권 확립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김 이사의 지분율은 15.73%에서 16.44%로 확대됐다.
김 이사가 이처럼 본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백광산업의 사실상 지배주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성원건설·신성건설 등 중견건설사, 서원·나자인 등 코스닥 상장업체의 2세들도 약세장을 틈타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와 재벌2~3세들이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경영 안전성 확보보다는 지배체제 확립 및 원활한 경영권 상속을 위한 포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약장세 속 오너 일가들의 주식 매입 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에 놓인 개인투자자들로선 ‘꿈’ 같은 얘기일지 모른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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