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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경제정글’의 새로운 공룡 ‘한국공학한림원’
[스페셜리포트] ‘경제정글’의 새로운 공룡 ‘한국공학한림원’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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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 남중수 유력 CEO 포진… 김우식 · 진대제 · 오명 핵심멤버 지난 7월13일. 과학·산업계의 이목을 끄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대기업과 간판 벤처기업을 각각 이끌고 있는 CEO 두 명이 강도 높은 ‘입씨름’을 펼쳤던 것.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설전을 벌인 주인공이다.
두 CEO는 ‘30년간 국내에서 대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라는 주제를 사이에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유력 CEO, 석학들 즐비 예봉은 변 사장이 먼저 치켜들었다.
“중소기업의 척박한 토양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면서 포문을 연 변 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대기업이 권력을 거머쥐고 있으니까 따라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기업의 ‘횡포’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다.
윤 부회장의 ‘맞불’ 역시 만만찮았다.
“중소기업들이 돈도, 사람도, 기술도 없어 사업을 못하겠다면서 정부나 대기업에 내놓으라고 하는데, 초기 대기업 사장들은 그런 게 다 있었느냐. 대기업인 삼성이나 현대, 한진도 60~70년대 창업 당시 구멍가게에서 시작했다.
”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 아니라 ‘도전정신의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다.
두 CEO는 이처럼 한바탕 격돌했다.
하지만 설전의 열매는 달콤했다.
열띤 토론을 펼친 뒤 두 사람은 “기업하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경제전문 이성희 변호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가 대면한 상태로 토론 또는 논쟁을 펼쳐야 화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할 수 있다”면서 “윤 부회장과 변 사장의 논쟁 같은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부회장과 변 사장의 이날 설전은 한 과학기술·산업계 단체가 주최한 ‘CEO 집담회(集談會)’에서 이뤄졌다.
이는 정기행사다.
8월, 12월을 제외하고 매월 개최된다.
‘CEO 집담회’는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이다.
그래서 높게 평가된다.
이 자리에선 CEO들의 노하우가 공유되고, 전문 경영정보도 오고간다.
하지만 'CEO 집담회'에 참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CEO 집담회’를 주최한 산업계 단체는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통과한 CEO에게만 기회를 부여한다.
한마디로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CEO 집담회'를 주최한 산업계 단체의 실체가 궁금하다.
산업계의 '수뇌집단'으로 불리는 한국공학한림원(이하공학한림원)이 'CEO 집담회'의 주최자다.
지난 96년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설립된 공학한림원은 ▲우수한 공학기술인 발굴 및 우대 ▲공학기술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통해 창조적인 공학기술 개발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공학한림원의 조직은 총 6개. ▲6개 전문분과위원회(전기전자정보공학·기계공학·건설환경공학·화학생명공학·재료자원공학·기술경영정책) ▲7개 특별위원회(국제협력위원회·출판위원회·상벌위원회·회원위원회·기획사업위원회·재정위원회·교육홍보위원회) ▲4개 준상설위원회(미래위원회·에너지자문위원회··공학교육위원회·국책사업위원회)▲최고경영인평의회(Business Executive Council) ▲사무처 등이다.
공학한림원의 중심 조직은 ‘이사회’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을 비롯,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노기호 전 LG화학 사장, 남중수 KT 사장,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등 14명이 이사진이다.
다소 독특한 조직인 ‘최고경영인평의회’도 주목된다.
구성원은 전·현직 CEO 83명이다.
학계인사는 배제돼 있다.
게다가 공학한림원과 별도의 임원진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공학한림원 속 공학한림원’으로 불린다.
임원진은 회장·의장·부의장 5인으로 구성돼 있다.
회장과 의장은 각각 윤 부회장과 이용경 전 KT 사장이다.
부의장 5명은 노기호 전 사장, 추지석 효성 전 부회장, 조남원 삼부토건 부회장, 조병우 유풍 회장, 한규환 현대모비스 부회장이다.
최고경영인평의회 위원에는 권오현, 이기태, 이상완, 황창규 등 삼성전자 CEO 군단이 포진하고 있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희국 LG전자 사장, 김재학 효성 사장의 이름도 눈에 띈다.
관료 출신으론 오명 전 과기부총리, 남궁석 전 정통부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정회원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최고경영인평의회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조직이다.
▲최고경영인으로서 산업발전 선도 ▲공학기술인의 위상 제고 ▲산업 및 기술부문에 대한 정책개발 및 건의 ▲국내외 산업기술 발전 동향에 대한 정보교환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CEO포럼·CEO조찬집담회·이(異)업종 회원사 사업장 교환방문(연 4회 개최) 등을 주최하고 있다.
ⓒEconom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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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학한림원의 사업은 그다지 독특하지 않다.
공학기술과 관련 국가적 연구조사사업·국제교류를 위한 대내외 협력사업에 주력한다.
원론적 수준의 활동이다.
공학한림원이 주최하는 ‘코리아 리더스 포럼’은 단적인 사례다.
코리아 리더스 포럼은 국가 현안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 결집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공학한림원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맨 파워’다.
공학한림원엔 국내 내로라하는 CEO와 학자가 총집결해 있다.
그렇다고 ‘모든’ CEO가 공학한림원의 멤버가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극소수의 CEO와 학자만이 공학한림원에 승차할 수 있다.
일각에선 “공학한림원의 멤버가 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공학한림원의 회원은 정회원· 후보회원 기타 외국·명예·교포회원으로 분류된다.
7월 현재 공학한림원에는 284명의 정회원과 214명의 후보회원, 기타 외국·명예·교포회원을 포함, 모두 651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 중 정회원은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일단 전문분과위원회→전체회원심사위원회→이사회→총회서면결의 등 4단계를 무사통과해야 한다.
이는 기본이다.
4단계 과정에서 거쳐야할 절차만 해도 회원후보자 지명요청·회원지명추천서·참조추천서 접수 등 12개에 달한다.
정회원 선정과정이 무려 10개월이 걸리는 까닭이다.
이 같은 까다로운 통과절차를 거쳐 지난해와 올해 공학한림원의 정회원 배지를 단 CEO 및 학자는 총 51명. 지난해엔 송문섭 전 팬택앤큐리텔 사장,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 김종광 전 한국바스프 회장, 현대자동차 박황호 고문, 김&장법률사무소 백만기 변리사, 이현재 중소기업청장 등 28명이 정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학계·연구계에서는 최영락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좌경룡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장, 김석삼 경북대 공대 학장, 심종성 한양대 교수, 전경수 서울대 교수, 이재성 포항공대 교수, 박화영 한국기계연구원장,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장 등이 뽑혔다.
황우석 교수가 공학한림원의 정회원에 선정된 것도 2005년이다.
‘줄기세포 조작사건’ 이후 ‘공학한림원 정회원 박탈설’이 떠돌았지만 황 교수는 여전히 정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황우석, 여전히 정회원 자격 올해에도 최형진 성균관대 교수 등 학계인사(14명)와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 등 재계인사(8명), 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총 23명의 유력인사가 정회원에 선임됐다.
특히 김명희 이화여대 교수, 최순자 인하대 교수 등 2명이 여성공학인으로는 처음으로 정회원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10여 년 간 이어져온 공학한림원의 ‘금녀(禁女)의 벽’이 허물어진 셈이다.
공학한림원 이유정 행정관은 “올해를 계기로 공학한림원의 여성 정회원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학 및 생명공학과 정보공학을 접목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국내 의료영상정보처리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점을 인정받았다.
최 교수는 정보소재 및 제어기술에 관련된 연구업적을 비롯해 여성공학기술인협회를 창립해 여성공학기술인의 육성에 기여한 공적이 높게 평가됐다.
공학한림원은 요즘 새로운 ‘멤버’를 선택하고 있다.
정회원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공학한림원 측은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쟁쟁한 후보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행복한 고민이다.
‘맨 파워’를 바탕으로 재계의 새로운 ‘파워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공학한림원의 미래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한국공학한림원의 탄생 배경

이기준, 김우식 ‘끌고’ 윤종용 ‘밀고’
당시 관례 깨고 산업계 CEO 대거 기용 ‘파격’

지난 95년 WTO 체제가 출범하자 과학기술 및 산업계에선 “민간중심의 산업기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권위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WTO체제 이후 예상되는 세계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YS(김영삼)정부가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 및 공학계열 학회 등에서 요청한 ‘산업계 민간단체 설립건의’를 수용하자 한국공학한림원(이하 공학한림원)의 설립이 본격 추진됐다.
공학한림원의 초대 이사진은 이기준 전 경제부총리, 백영현 고려대공대 교수, 김우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 김종진 전 포항제철(현 포스코) 사장, 박운서 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사장, 김주용 전 현대전자 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다.
초대 회장은 이기준 전 총리가 맡았다.
공학한림원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108명의 창립정회원과 32명의 명예회원을 선발했다.
공학한림원은 학술원의 하위개념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는 상호보완적 기능을 맡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회원이 대부분 학계에 소속된 것과 달리 공학한림원은 산업계 출신을 대폭 정회원으로 선택했다.
산업계 공학기술인들의 참여 범위를 확대했던 것. 공학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려면 산학협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확신에서다.
이는 선진공학아카데미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 선택이었다.
또한 65세 이하로 정회원 자격을 제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 정책 및 공학교육 정책개발에 회원들이 활기차게 참여하는 길을 열어둔 것도 공학한림원의 특징이다.
<공학한림원 연혁> 93. 12.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 및 공학관련 학회 등에서 한국공학원 설립 건의 94. 12.22 근거 법률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공포 1995. 7.18~10.11 제1· 2차 설립추진위원회, 제1·2차 설립준비위원회 1995. 10.30 산업자원부에서 법인으로 설립 인가 1996. 4.15 제1차 이사회 창립회원·명예회원 확정·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안) 의결 1996. 6.11 제2차 이사회 임원선출(안)· 한국공학원 규정(안) 의결 1996. 6.19 창립총회 1999. 1.29 한국공학한림원으로 명칭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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