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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자동차·휴대폰 등‘주력산업’휘청
[스페셜리포트] 자동차·휴대폰 등‘주력산업’휘청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8.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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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버팀목이 흔들린다] 환율 프리미엄 사라지며 한계 드러내…영업 구조조정 외면한 탓 지난 2월, 제롬 스톨 전 르노삼성자동차사장은 한국을 떠나며 의미심장한 충고를남겼다.
“지난 몇 달간 한국 업체들은 일본 경쟁업체와 비교해 15~20%의 경쟁력 저하를 경험했다.
환율 하락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자동차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율 변동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기업 내부의 경쟁력을 키워 극복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생산성과 효율성, 경쟁력을 더욱 촉진하는 방향으로 모든 조직을 바꿔 나가지 않으면 미래에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 최근 공개된 상반기 기업 실적은 제롬 스톨사장의 이러한 충고를 되짚어 보게한다.
LG필립스 LCD의 2분기 실적은 충격 자체였다.
이 회사는 LCD 패널을 팔아 이익은 고사하고 3천729억원이라는 최악의 영업손실만 떠안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LCD는 한국기업들에게‘대박’을 안겨준 대표적인 효자 품목으로 꼽혔다.
그동안 화려한 성공 신화를 써온 휴대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 에릭슨등 해외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반면,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열린 저가폰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가 치명타였다.
자동차, 반도체 업체들도 영업 이익률이 뚝 떨어지면서 몸살을 앓고있다.
제롬스톨 사장이 말한‘미래의어려움’이 벌써 현실화되었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물량 확대로 수출 증가세 그나마 유지 1997년 외환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스타’가 됐던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한국 기업들에게 또 한번의 시련기가 시작되었다는 경고를 하고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각종 보고서와 토론회를 통해‘제 2의 구조조정론’을 끊임없이 제기하기 시작했다.
원화 강세와 원자재 값 폭등으로 수출기업의 수익성은 이미 붕괴되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제2의 구조조정론은 외환위기이후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이‘미완’으로 그쳤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동안 부채비율축소, 현금흐름 강화등 재무제표상의 구조조정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즉‘영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1단계 구조조정의 성과에 만족한 채 구조조정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환율이었다.
원화가 저평가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손쉽게‘떼돈’을 벌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굳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는 2004년 말부터 본격화 된 급격한 환율 하락이 기업들에게 왜 그토록 큰 충격을 줬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달러당 1600원대(분기 평균)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가 무너지면서 원화의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그이후 환율은 무려 7년 가까이 1천100~1천200원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한국경제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외환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에, 이처럼 장기간 원화저평가 상태가 유지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등이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고환율 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유리한 환율 여건에 힘입어 많은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남겼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수 기업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은“수년간 수출 대기업에 1달러당 200~300원의 보조 금을 대준 것과 같다”고 말한다.
내수 중심인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이 수출기업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수출과 경제성장은 다소 둔화 되더라도 더 일찍부터 수출기업들이 더 낮은 환율에서도 수출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웠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환율은 2004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수출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는 지난해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률 하락에서도 확인된다.
2005년 전자(-4.9%포인트), LCD(-4.1%포인트), 자동차(-2.5%포인트) 등 거의 모든 수출업종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상장기업의 영업이 익률은 지난 1분기까지 6분기 연속하락세를 이어갔다.
세계경기 둔화 전망‘치명타’ 문제는 이런 수출 채산성 악화를 기업들이 언제까지 버텨 낼 수 있느냐에있다.
이와 관련해 수출 규모 자체는 여전히 매달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채산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수출물량 증가가 채산성 악화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채산성 악화를 물량 확대로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그동안은 미국 등 세계경기가 좋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상황이 바뀌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출가격을 좀처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신 연구위원은“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돼 수출가격을 올려야 하는데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원자재 값 폭등으로 크게 올라간 생산비용도 수출가격에 전가시킬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서는 오히려 달러 표시 수출단가가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있다.
그결과 지난해까지 80~90을 가까스로 유지하던 원화 표시 수출단가(2000년=100)는 올1분기에 79.1을 기록했다.
이는 똑같은 1달러짜리를 팔아도 기준시점인 2000년에 비해 원화로 79%밖에 못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환율만이 수출 경쟁력을 결정하는 유일한변수는아니다.
업종에따라환율변 동의 영향을 받는 민감도에서 차이가 나기도 한다.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의 소비 수요나 우리 기업의 자체 경쟁력도 수출을 좌우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요한 자본재 수출 국인 중국은 이미 지난해 경기 조절을 선언했다.
미국 경제 역시 상당기간 둔화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환율 하락이 본격화되자 곧바로 수익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기업의‘저력’에 대해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게한다.
어쨌든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스스로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더 이상 환율 프리미엄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통스럽지만 한동안 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구조조정 이슈들을 다시 꺼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겨레 이종근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


“하반기 실적 회복 전망은 오류의 반복”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는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제2의 구조조정은 아직 초기 단계일뿐이며 내년부터가 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기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대다수 분석가들의 낙관적 전망을 강하게 반박했다.
최근의 기업 실적 악화는 2단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인가? 대다수 분석가들은 하반기 실적 반등을 예상한다.
그들의 수익 예상은 지난 6분기 동안 계속해서 빗나갔다.
곧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지만 매번 틀렸다.
그들은 수익성 훼손의 원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원화 강세, 국제경쟁의 강화, 약한 국내수요로인한) 판매단가의 하락과(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투입비용의 증가, 매출 성장의 약세 등이 중요하다.
앞의 두 요인으로 인한 손실은 정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수익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개선이 일어날 걸로 보지도 않는다.
세번째 요인은 국내경제와 중국, 특히 미국 경제가 둔화된다면 한층 악화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올 하반기 수익성은 전년대비 다소 개선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2007년에는 하락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구조조정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제조업 고용은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은 중소기업에 한정되어있다.
제조업 임금 상승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락한 것도 아니다.
설비투자의 축소나, 한계사업, 수익을 못내는 사업을 정리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실제적인 신호를 아직은 발견할 수 없다.
구조조정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기업 경영진들이 결국 영업 환경이 계속 악화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내년부터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이다.
수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 작용하고 있는 다이내믹을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판매단가의 하락과 단위비용의 상승을 물량확대로 상쇄하려고 한다는 짐작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재고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재고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으로 예상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내년 산업생산과 수익성의 급락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경기 변화는 제2의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줄 걸로 보나. 미국 경제의 둔화와 신흥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감소는 수출기업을 크게 압박해 한국에서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다.
미국경제가 지나치게 둔화 돼 경기후퇴에 빠져든다면 영업 환경의 악화로 구조조정이후나타날기업의수익성회복이지연될것이다.
핵심변수는미국의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언제이자율인하를다시시작할것인가하는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지표와 미국의 주택시장,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달려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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