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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피플] ‘왕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던 날
[이코노미피플] ‘왕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던 날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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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전 사우너 정국정씨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렸다.
LG전자 ‘직장왕따’ 정국정씨가 구자홍 전 LG전자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한범수 판사는 지난 10일 “LG전자 구 전 대표는 정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씨는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정씨가 구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다 (본지 307호 보도) 정씨는 ‘내부고발자’다.
본사와 하청업체간 ‘검은 거래’를 낱낱이 밝혀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후 정씨는 번번이 진급에서 누락됐다.
치욕적인 ‘왕따’도 당했다.
지난 99년 5월27일. 드디어 ‘왕따’의 실체가 드러났다.
정씨를 제외한 LG전자 컴퓨터시스템고객지원팀 전 사원에게 전달된 전자우편을 통해서다.
“〔필독〕업무전달!!!”이라는 문구로 시작된 전자우편의 골자는 네 가지. ▲정씨의 ID 회수 및 다모아(직원이 공유하는 메일) ID 공지 금지 ▲정씨 PC 사용금지 당부 및 (적발 시 해당 PC 소유자) 책임추궁 ▲다모아 메일 발신 시 정씨 수신인 대상에서 제외 ▲회사 비품 정씨에게 빌려주는 행위 금지 등이다.
정씨를 ‘왕따 시키라’는 영(令)이나 다름없는 전자우편이었다.
이를테면 ‘왕따메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LG전자는 버젓이 존재한 ‘왕따메일’이 정씨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사문서 위·변조혐의를 들어 정씨를 형사 고소했다.
고소인은 구 전 대표와 이○○ 상무. 정씨는 치열하게 법정싸움을 펼쳤고, 무려 18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정씨 역시 반격했다.
구 전 대표를 무고혐의로 고소했던 것. 정씨는 ‘승리’를 확신했다.
고소장에 구 전 대표의 인감이 버젓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 전 대표의 인감이 찍힌 소송위임장까지 있었다.
이 소송위임장에는 “정씨 관련 소송을 이○○상무에게 위임한다”는 구 전 대표의 뜻이 표현돼 있다.
하지만 정씨의 꿈은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검찰은 번번이 구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수 차례 재기수사명령이 잇따랐음에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구 전 대표가 정씨에 대한 회사 측의 고소 여부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 이는 LG전자 변호인 측의 주장과 일치한다.
법정싸움 당시 LG전자 권오준 변호사는 “LG전자 내 대표이사 인감은 257개가 사용되고 있다”면서 “구 전 대표가 257개의 인감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구 전 대표가 정씨에 대한 고소 여부를 몰랐을 리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판결문의 일부 내용이다.
“… 구 전 대표는 당시 회사 대표이사로서 직원의 직무수행과 관련 발생한 문제를 임직원들이 대표이사 명의로 고소를 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막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직원들과 정씨를 둘러싼 문제점을 알면서도 방조한 책임이 있다 … 구 전 대표는 공동불법행위자다….” 이에 대해 구 전 대표의 소송대리인 최동규 변호사는 “판결문을 꼼꼼하게 검토해 본 후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최 변호사는 지난 7월 초 ‘구 전 대표가 정씨에 대한 소송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본지의 질문에 대해 “일개 직원의 소송건에 대해 구 전 대표가 인지했을 것으로 보는가”라면서 자신 있게 반문한 바 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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