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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지금 대한민국의 ‘바다’는 아수라장
[커런트] 지금 대한민국의 ‘바다’는 아수라장
  • 김성수 객원기자
  • 승인 2006.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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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파문 ‘무법지대’ 로비·청탁 등 의혹 남발 … 검찰 전면수사 착수 ‘업체 로비, 부실 심사, 정·관계 개입, 대통령 측근 연루, 비자금 조성 ….’ 정부의 야심작 ‘경품용 상품권’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에 얽힌 미스터리가 전체 상품권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각종 의혹은 ‘사정태풍’으로 번지고 있다.
사태의 진원지인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그리고 서울보증보험 등은 시종일관 ‘책임 미루기’만 거듭,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기 위해 쉴 새 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등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검찰이 허둥지둥 칼을 빼들었지만 칼날은 무뎌질 대로 무뎌진 상태다.
오락실 상품권을 둘러싼 잡음은 2002년 2월 문광부가 게임제공업 경품용 상품권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출판·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시행 초기 게임 제공업소, 즉 오락실에서 유통된 상품권은 3∼4종류에 불과했다.
그러나 관련법 폐지와 성인 위주의 경품게임의 활성화로 1∼2년 새 100여 개로 폭증했다.
이는 상품권을 경품으로 한 ‘스크린 경마’ 등이 폭발적으로 확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사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안일한 관리와 사후관리 소홀은 상품권 난립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실제로 “자유업으로 분류돼 규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상품권의 불법적인 유통은 기승을 부렸다.
특히 상품권 환전은 법망이 미치지 못하는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오락실 환전소를 감독·단속할 수 있는 규정은 지금까지 전무하다.
당시 대부분의 상품권들은 가맹점이 전혀 없으며,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 환전용으로 유통됐다.
사태의 심각성이 악화되자 문광부는 결단을 내렸다.
2004년 12월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한 것. 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였다.
문광부는 무분별한 상품권의 난립과 환전을 방지하기 위해 성인게임물은 개발원에서 인증 심사를 거쳐 문광부 장관이 공고하는 상품권만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문광부와 개발원은 61개 신청업체 중 22개 상품권 인증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선정된 상품권을 놓고 인증 심사 기준 및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업계에선 문광부의 인증을 받은 상품권 중 비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상품권이 80% 이상으로 추정했다.
허위 가맹으로 선정된 업체가 즐비하고, 심지어 불법 환전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은 발행사도 있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시 말해 문광부가 이른바 ‘딱지상품권’들을 무더기로 인증했다는 얘기다.
가맹점 없이 환전용으로만 유통되는 딱지상품권은 탈세나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상품권 인증제를 놓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이쯤 되자 업계 안팎에선 불법 환전을 봉쇄하겠다는 목적과는 달리 기형적 형태로 변질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우려했다.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은 “문화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상품권의 근본 취지와는 전혀 다른 일부 상품권 발행사들이 인증을 받아 상품권 유통의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딱지상품권이 오락실을 독식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불법 환전은 더욱 활개를 쳤다.
게다가 영등위의 무차별적인 허가로 ‘스크린경마’ ‘바다이야기’ ‘황금성’등 사행성 게임은 ‘물 만난 고기’마냥 전국 곳곳에 침투했다.
당시 지정업체 심사를 총괄한 권혁우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팀장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지만 서류가 미비된 업체가 많았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결국 상품권 인증제는 도입 석 달 만에 물거품이 됐다.
문광부의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다.
문광부는 업체들의 허위서류 제출이라는 명목으로 100% 폐지, 또 다른 해법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7월 ‘상품권 지정제’로 전환한 것.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기 위해선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예정서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더했다.
심사에서 떨어지면 개발원에 서류조차 제출할 수 없는 방식이다.
문광부는 서울보증보험의 지급 보증 등 업체선정 요건을 강화해 지난해 8월 9종의 상품권을 지정했다.
이렇게 지난 7월까지 선정된 상품권 발행업체는 모두 19곳. 삼미, 한국문화진흥, 한국도서보급, 한국교육문화진흥, 인터파크, 싸이렉스, 해피머니아이앤씨, 씨큐텍, 안다미로, 싸이렉스, 다음커머스, 기프트캐시, 씨에스클럽코리아, 포리텍, 세이브존아이앤씨, 코윈솔루션, 동원리소스, 티켓링크, 차이컴, 코리아트래블즈 등이다.
2년 사이 상품권 규모 27조원대 급성장 그럼에도 지정만 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각종 로비가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발행사 19곳 가운데 11곳이 인증제에서 탈락한 업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로비·청탁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상품권 발행사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향응과 로비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용삼 문광부 게임음반과장(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무과장)은 로비 의혹에 대해 “혼란스러웠던 상품권 시장을 정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인증제를 도입했다”며 “선정 과정에서 고위층이나 정치권의 로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상품을 개발한 유기형 서울보증보험 과장도 “향응이나 로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심사체계가 특정인에게 로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부실감사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동안 경품용 상품권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최근 2년 사이 4천억원대에서 27조원대로 급성장한 것. 개발원에 따르면 지정제가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발행된 상품권 액수만 26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53억 장, 하루 평균 1천억원어치씩 발행된 셈이다.
반면 이들 상품권의 1.5∼2%만 가맹점에서 사용, 대부분 오락실에서 환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환전수수료(10%)만 2조6천여억원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정부는 올 초에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 사행성 게임장을 무기한 단속하는 한편 불법 게임기도 몰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품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고위 당정회의의 사행성 게임 근절대책도 7월 말에서야 나왔다.
5월 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보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불어 국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게임장 상품권 폐지를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4월 ‘경품용 상품권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대안으로 채택되면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성인오락실 업주들은 이 법률안을 막기 위해 문광위 소속 의원 등을 상대로 다양한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6월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35명은 상품권 인증 심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감사청구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문광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과 손봉숙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과 11월 유사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으나 겨우 문광위와 정무위를 통과한 뒤, 아직까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김성수 객원기자 sungsu08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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