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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경제 정글서도 ‘포효’ Ⅱ
[스페셜리포트] 경제 정글서도 ‘포효’ Ⅱ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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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입성한 노무현 사시 동기들] 서정석 대구은행 신건수 기아차 김병재 중앙에너비스 사외이사 이기배 대신증권 LG석유화학 강보현 SK케미칼 현대상선 입성 노무현 대통령과 안대희 대법관 그리고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지 않다.
부산상고가 최종학력인 노 대통령과 달리 안 대법관과 조 재판관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연배도 비슷하지 않다.
노 대통령(46년생)과 안 대법관(55년생)은 10년차다.
조 재판관은 51년생이다.
하지만 세 사람은 절친하다.
의기투합도 잘한다.
뜻이 같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드’가 일치한다.
안 대법관과 조 재판관이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을 때 ‘코드논란’이 일었던 까닭이다.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사법시험이다.
이들은 사시17회 동기생이다.
사시17회 동기생의 모임인 ‘8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안대희·조대현·손길승 두고 외나무다리 결투 8인회는 사시17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7기로 입소한 예비 법조인들의 친목모임. 세 사람을 비롯, 정상명 검찰총장·이종백 부산고검장·서상홍 헌재 사무처장·김종대 헌재 재판관·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강보현 변호사 등이 회원이다.
그렇다고 세 사람이 같은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판검사 경력은 일천(?)하다.
77년 대전지원에서 판사생활을 한 게 전부다.
안 대법관은 ‘정통 검사’다.
요직은 모두 섭렵했다.
80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시작으로 특수1·2·3부장(96~97)·대검중수부장(2003년)·서울고검 검사장 등을 거쳤다.
그는 특유의 강직함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검찰 내에 ‘안대희파’가 존재할 정도다.
조 재판관은 ‘정통 판사’다.
80년 서울민사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비서실장(99)·서울고법 부장판사(2000)·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2003) 등을 거친 뒤 ‘법복’을 벗었다.
세 사람은 이처럼 서로 다른 법조인 생활을 했다.
이런 그들이 지난 2004년 ‘경제정글’에서 조우(遭遇)했다.
판이한 법조경력처럼 ‘처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사람은 ‘칼’을, 다른 한 사람은 ‘방패’를 들고 있었다.
지난 2003년 정재계를 한바탕 큰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대선자금수사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발생한 ‘처음’이자 ‘최대’사건이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고름을 도려내야 새 살이 난다’는 게 노 대통령의 뜻이었다.
이와 관련해 수사를 맡은 주인공은 안 대법관. 그는 노 대통령이 선사한 ‘칼’을 직접 넘겨받았다.
이를테면 ‘칼잡이’였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 등 노무현 정부 공신들도 안 대법관의 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재벌총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중 가장 강한 철퇴를 맞은 장본인은 SK그룹 손길승 전 회장이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04년 1월 계열사 부당지원과 조세포탈, 불법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재벌총수로선 첫 번째 구속사례다.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된 기업인 처벌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손 전 회장의 변호인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안 대법관의 절친한 동료 조 재판관이 변호인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안 대법관이 ‘칼’을 들었다면 조 재판관은 ‘방패’로 맞선 셈이다.
실제 조 재판관은 손 전 회장의 보석과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꼭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사시17회 동기생이 재벌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기세싸움을 펼치는 사례는 또 있다.
사시17회 동기생이자 8인회 멤버인 정상명 검찰총장과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은 ‘삼성’을 사이에 두고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은 경북고 1년 선후배 사이다.
68년 졸업한 정 총장이 1년 선배다.
고향도 비슷하다.
정 총장은 경북 의성, 이 실장은 경북 경산이다.
때문에 두 사람은 절친하다.
검찰 내 TK(대구경북)인맥을 이끌어온 ‘거봉’인 것도 똑같다.
그만큼 이들은 같은 길을 걸어왔다.
지난 77년 광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정 총장은 검찰청 공안3과장(93년)· 형사1·2부장(93~94년) 등을 섭렵한 후 지난해 ‘총장’에 등극했다.
이 실장은 형사5부장(96)· 형사1·4부장(97년)·제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98년) 등을 역임했다.
99년 대검 수사기획관을 마지막으로 옷을 벗은 그는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SK분식회계·대북송금·LG대선자금 사건 등 굵직한 기업 관련 소송을 맡았다.
그가 ‘삼성호’에 승선한 것은 2004년이다.
삼성에버랜드 CB사건을 둘러싼 수사가 본격 진행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정 총장의 검찰은 지금 삼성에버랜드 CB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관련자 소환은 모두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이건희 회장·이재용 상무뿐이다.
그 사전절차로 오는 31일 이학수 부회장 소환이 확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 법무법인의 수장인 이 실장은 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다고 절친한 선배 정 총장에게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로 이것이 동료도 선후배도 필요 없는 ‘경제정글’의 냉정한 현실이다.
사시17기는 명실상부한 노무현 정부의 핵심이다.
법조계의 주요 자리는 모두 사시17회가 꿰찼다.
헌법재판소 9인 중 전효숙 소장·조대현 재판관·김종대 재판관 등 3명이 사시17회다.
서상홍 헌재 사무처장도 동기다.
검찰은 정 총장을 비롯 이종백 부산고검 검사장·임승관 대검 차장검사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법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대희, 김능한 대법관을 비롯 이호원 제주지방법원장·차한성 청주지방법원장·김관재 광주지방법원장·손용근 춘천지법원장 등 6명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법조계뿐 아니다.
재계에서도 ‘위세’를 떨치긴 마찬가지. 본지 취재 결과 사시 17기 중 8명이 대기업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 인물은 강보현 변호사다.
8인회의 핵심멤버인 강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지난 80년 부산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지법 마산지원판사(82)·수원지원 판사(84)·서울고등법원(88) 판사를 거친 뒤 법복을 벗었다.
93년 법무법인 화백을 설립한 그는 중소기업 고문변호사단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재계에 이름을 날렸다.
강 변호사는 SK그룹과 인연이 깊다.
99년 SK케미칼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그는 현재 SK투자신탁운용 비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영역을 넓혀(?) 현대상선의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정 총장·이종백 부산고검 검사장·임승관 대검 차장검사와 함께 검찰 사시17회 ‘빅4’로 불렸던 이기배 변호사도 재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변호사는 대검공안부장(2003)·법무부 법무실장(2003)·광주지검 검사장(2004)·수원지검 검사장(2005) 등 요직을 거친 검찰 내 핵심인물이었다.
이 변호사는 검찰에서 나오자마자 기업으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은 까닭이다.
그는 현재 대신증권·LG석유화학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부산지원 판사(80)·마산지원 판사(84)·대구고등법원 판사(87)·부산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한 이찬효 변호사는 지난 3월27일 부산도시가스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부산도시가스는 SK E&S의 계열사다.
김병재 변호사도 눈길을 끈다.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겸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86)·서울고등법원 판사(88)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그는 현재 법무법인 광장을 이끌고 있다.
김 변호사의 광장은 참여정부의 난제 중 하나였던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코스닥의 통합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연착륙하는데 ‘공’을 세웠다.
LG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에도 광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현재 중앙에너비스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8월31일 이학수 부회장 소환 가능성 솔솔 이밖에도 대구지방법원(80)·대구지법상주지원 판사(82)·대구지방법원 판사(83)·대구지법 영덕지원장(85) 등을 역임한 서정석 변호사는 대구은행의 사외이사로 영입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고검 형사부장(2003)·대검 공안1·2과장(93~94)을 거치면서 ‘강력통’으로 명성을 떨친 신건수 변호사와 춘천지검 차장검사 출신인 김수철 변호사는 각각 기아자동차와 경동보일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사시17회엔 유독 인재가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법조계 출신 사시17회는 재계에서도 주가가 높다.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사시 17회 출신 변호사들이 기업의 ‘입질’을 당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사시17회 출신 법조인들의 전성시절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동기’이기 때문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진다.
‘권력의 마차’에 우연찮게 동승했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노무현 정부가 막을 내린 이후 사시17회 법조인들의 미래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시17회 정계·법조계 인맥 분석

법조계는 친노 정치권은 반노
노 대통령 동기 사시17회 모두 한나라당


사시17회 출신이 법조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기생인 사시17회는 법조계의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
헌법재판소 9인 중 전효숙 소장·조대현 재판관·김종대 재판관 등 3명이 사시17회다.
서상홍 헌재 사무처장도 사시17회다.
검찰은 정상명 총장이 사시17회다.
이종백 부산고검 검사장· 임승관 대검 차장검사도 동기생이다.
사시17회 출신 판사들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안대희· 김능한 대법관을 비롯 이호원 제주지방법원장·차한성 청주지방법원장·김관재 광주지방법원장·손용근 춘천지법원장 등 6명이다.
이처럼 법조계 내에 검찰총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장관급 인사에만 대통령과 사법연수원에서 동문수학한 인사들이 여럿이다.
전 재판관의 헌재 소장 지명을 둘러싸고 정치권 등에서 전 재판관의 판결 성향을 문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17회 동기생 중 현직 정치인은 두 명 뿐이다.
진영·안상수 의원이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사시 17회 출신 여권 정치인은 없다.
원외도 마찬가지다.
사시 17회 출신인 정인봉 전 의원 역시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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