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난해 5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을 확정하고, 같은 해 7월 총리실에‘제주특별자치도 추진기획단’을 둬 기본계획을 마련, 지난2월 특별법을 제정했다.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선정한 이유는 섬이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제주지역에 한정돼 다른 지역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국제기준을 적용하는 데 적합한 여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제주도개발특별법(1991)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2001년)을 제정해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자치 역량도 고려됐다.
무엇이 달라졌나 주민들이 직접 피부를 느끼는 부분은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의 두 자치단체 이름이 없어지면서, 북제주군은 제주시와, 남제주군은 서귀포시와 통합된 주소 체계의 변화다.
여전히 주민들은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등의 호칭에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행정시의 역할도 현재로서는 정착되지 않았다.
우선 행정시장이 도지사가 임명하는 자리여서 예전의 기초자치단체장과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산편성권도 없다.
한 시장은 “예전에는 시장이나 군수가 주민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민숙원사업을 건의하면 가능할 경우 그 자리에서 예산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법률안 개정 건의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한 법률 개정 건의만 가능하지만, 제주도는 ‘법률안 제출 요청권’이 있기 때문에 법률안을 제출하면 중앙부처가 타당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조직이나 인사 운영에 있어서도 조례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제정책, 여성정책, 도서지역, 지역협력특보 등 5명의도지사 보좌관제도의 운영에 들어가 이들의 역할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방선거 때는 도의원뿐 아니라 5명의 교육의원을 주민 직선으로 뽑았고, 교육위원회는 도의회의 상임위가 됐다.
전국 최초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는 없는 자치경찰도 생겼다.
도지사의지휘·감독을 받는 자치경찰은 현재 38명이고, 45명(남자 30명, 여자 15명)을 선발 중에 있다.
후반기에 43명을 추가 모집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특별행정기관이었던 제주지방국토관리청, 제주지방보훈청, 제주지방해양수산청 등 7개 기관도 제주도의 부서 등으로 배치돼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행자부의 합동감사 등 중앙행정기관의 감사를 받아온 감사제도도 완전히달라졌다.
도는 중앙행정기관의 감사를 배제하고 민간인 7인으로 구성되는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두고, 최근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쳤던 고창실 전 제주산업정보대 교수가 위원장에 내정됐다.
행정 혼란 해방 이후 굳어졌던 도-시·군 2계층 행정체계가 단일화 되며, 도-행정시-읍·면·동사무소 사이에 업무조정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혼란한 모습이 표출되고 있다.
기존에는 시가 읍·면·동사무소와 연락했으나, 이제는 도가 직접 동사무소와 연락하기도 한다.
또한 5·31 지방선거 이후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단행된 대규모 인사에서 과거 시·군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며 불만 등도 나타났다.
서귀포시 동사무소의 한 직원은 “시의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명확한 업무분장도 이뤄지지 않은 터에 동사무소마다 6급 이하 직원들을대거 내려 보내는 바람에 양쪽 다 어정쩡한 상태”라며 “과감한 업무 이관을 통해 행정의 누수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권한이 위에만 집중되고, 책임은 아래에 있다”며 “현재의 기능대로라면 시는 사실상 사업소나 다름없는 성격이어서, 일선기관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권한의 재조정이 확실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축계획 심의와 인·허가도 예전에는 1주일이면 끝났으나, 지금은 시에서 법률적인 검토를 끝낸 뒤 도에서 심의를 하는 바람에 2주일이 걸리는 등 복잡해졌고, 묘지 신고와 농지원부, 상수도 관리업무 등의 취급도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주민 실생활 면에서는 시·군별로 1t당 상수도 요금체계가 609~790원으로 제각각이었으나 이제는 590원으로 낮춰 단일화 되고, 세목별 납세증명 발급 수수료가 종전에 비해 200원이 내려 부분적으로는 혜택을 보기도 했다.
자치권 충돌 제주도의회는 지난 7월 27일 올해 들어 의결한 ‘렌터카 영업제한’관련조례와 ‘자치단체 주요 업무 평가’ 관련 조례와 정부 부처가 법령 위배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데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도의회는 “중앙정부가 제주도 여객자동운수사업에 관한 조례 제정 과정에서 두 차례나 재의를 요구하고, 집행기관에 제소를 지시하는 등 자치입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제주도에 대해 진정으로 고도의자치권을 보장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지난 97년 자동차 대여 사업 영업구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뒤 렌터카 업체의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타 시·도 업체의 제주지역 내 영업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의 승인을 받았으나, 건교부는‘법령 위배’라며 대법원에 제소를 지시하고 있다.
또 국무조정실도 제주도의 자체평가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위해 업무평가위원회에 외부 및 전문인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자체평가조례를 만들자,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조례무효 및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에 내도록 도에 지시한 바 있다.
향후 과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와 시, 읍·면·동간 행정체제의 혼선이나 민원 불편사항이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자 제주도는 대책상황실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도는 연말까지 자치행정과장을 상황실장으로 해 2개반 6명으로 주민불편사항 해결을 위한 대책상황실을 마련했고, 행정시에도 별도의 상황실을마련하는 한편, 불편사항을 접수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환 지사는 출범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달라진 행정체계로 인해 도민 불편사항도없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새로운 변화도 도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가 2단계 과제로 추진하려는 △법인세율 인하 △국내외 항공사의 취항 자유화 △도 전역 면세지역화 등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제주도는 힘겨운 싸움을 벌인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넘어 2단계 과제의 제도화를 위해 중앙정부 관계자들과 도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도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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