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올해 3월, 업스타틀이라는 벤처 기업이 개발한 이 웹 워드프로세서를 인수한 뒤 신규 회원 접수를 중단했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사용자들은 아쉽게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회원 접수를 받기 시작한 게 지난 8월 17일부터. 이제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라이틀리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기사도 지금 라이틀리에서 작성되고 있다.
라이틀리의 메뉴는 모두 영문으로 돼 있지만 한글 사용자들이 쓰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작성된 기사는 라이틀리의 서버에 저장되고 필요하면 사용자의 컴퓨터로 내려 받을 수도 있다.
노트북에서 작성하던 기사를 다른 컴퓨터에서 열어볼 수도 있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다른 사람이 접속해서 열어보게 할 수도 있다.
웹 하드의 기능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설치 없이 쓰는 온라인 워드프로세서 웹 워드프로세서란 간단히 설명하면 프로그램 설치 없이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워드프로세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아래아한글이나 MS 워드 등을 거의 그대로 인터넷 공간에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한때 유행했던 ASP(어플리케이션 온라인 임대)와 비슷한 개념인데 요즘은 흔히 온라인 오피스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의미에서 SaaS(SW as a Service)라고도 하고 온디먼드(on-demand)라고도 한다.
실제로 써 보면 다른 워드프로세서와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소프트웨어가 내 컴퓨터에 설치돼 있느냐 웹에 설치돼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글을 입력하다가 폰트 종류를 바꾸고 글씨 크기를 키우거나 줄이거나 표나 그림을 중간에 집어넣을 수도 있고 스타일을 지정해 바꿀 수도 있다.
워드프로세서의 모든 기능이 그대로 구현돼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웹 브라우저 만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놀랍지 않은가. 라이틀리는 이처럼 훌륭한 서비스지만 유일한 서비스는 아니다.
최초도 아니고 딱히 최고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글과컴퓨터의 씽크프리가 있기 때문이다.
씽크프리는 라이틀리에 앞서 일찌감치 2000년 2월부터 웹 워드프로세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의 평가는 대단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MS 워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주목받고 있을 정도다.
씽크프리는 한컴의 자회사다.
한컴 출신으로 이찬진 전 사장과 함께 아래아한글 개발에도 참여했던 강태진 사장이 온라인 오피스 사업을 하겠다며 독립한 때가 1997년, 실리콘밸리에 건너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도 했지만 사실 너무 일찍 시작한 사업이었다.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이 더뎠고 수익모델 확보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한때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가 2003년 12월 한컴에 인수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6월, 정보기술 전문 잡지
이 잡지는 “MS는 두려움에 떨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떨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소개 기사도 눈길을 끈다.
“씽크프리의 등장은 우리가 얼마나 더 MS 오피스를 사도록 강요받아야 하는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그 대답은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이다.
” 씽크프리는 정보기술 전문 잡지 <네트워크컴퓨팅>이 주관한 웰커넥티드 어워드(Well-Connected Awards) 오피스 부문에서 MS 오피스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타오피스를 제치고 올해의 제품상을 받기도 했다.
씽크프리 역시 아직 한글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지만 영문 메뉴 정도만 읽을 줄 알면 큰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
씽크프리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완벽에 가까운 MS 워드와의 호환성. MS 워드 파일을 그대로 불러올 수 있는 것은 물론 씽크프리에서 만든 문서 파일도 얼마든지 MS 워드에서도 읽고 편집할 수 있다.
라이틀리가 MS 워드를 비슷하게 흉내낸 것과 달리 씽크프리는 MS 워드의 기능과 환경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MS,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 씽크프리와 라이틀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씽크프리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지만 구글의 지명도 덕분인지 최근에는 라이틀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보기술 전문 인터넷 매체 <씨넷>은 10점 만점 기준으로 라이틀리에 7.7을 주고 씽크프리에 5.3점을 줬다.
“여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적합하겠지만 업무용으로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게 라이틀리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였다.
일단 씽크프리는 자바로 만들어졌고 라이틀리는 AJAX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큰 차이다.
AJAX는 '비동기식 자바 스크립트와 XML'의 줄임말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HTML 방식의 웹 페이지에서 서버와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소프트웨어는 서버에서 구동되고 사용자의 컴퓨터는 그 결과만 전송받는다.
온라인 오피스를 구현하기에 최적의 언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자바로 구동되는 씽크프리의 경우는 컴퓨터에 자바 버추얼 머신이 반드시 설치돼 있어야 한다.
무료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번거로움만 빼면 AJAX나 자바 버추얼 머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월하거나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씽크프리가 훨씬 복잡한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끔 커서가 느려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온라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살 수도 있고 현재 3.0 버전까지 나와 있다.
씽크프리는 라이틀리와 달리 스프레드시트나 프fp젠테이션까지 망라한 완벽한 오피스 솔루션을 지향한다.
MS 오피스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주목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씽크프리 '라이트'는 당연히 MS 워드를 씽크프리 '칼크'는 엑셀을, 씽크프리 '쇼'는 파워포인트를 겨냥한 서비스다.
모두 웹에서 구동되고 웹에 파일을 저장한다.
다른 사용자들을 불러들여 하나의 파일을 공유하거나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씽크프리의 용량은 20MB가 채 안 된다.
MS 오피스가 CD 한 장 분량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가벼운 용량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무료다.
정보기술 전문 인터넷 매체, '지디넷'은 "MS가 불법 복제를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피스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디넷'이 그 첫 번째 대안으로 꼽은 것이 바로 씽크프리였다.
씽크프리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은 모 회사인 한컴과의 관계 때문이다.
한컴이 만드는 아래아한글이나 한컴오피스와 시장이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굳이 비좁은 우리나라 시장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일찌감치 강태진 사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씽크프리는 영어와 일본어를 비롯해 15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씽크프리나 라이틀리의 또 다른 매력은 MS 윈도즈 뿐만 아니라 리눅스나 맥킨토시, 다른 어느 운영체제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심지어 용량이 작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PDA(개인 휴대 단말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휴대용 저장장치에서도 파일을 열거나 편집할 수 있다.
MS 입장에서는 그동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탱해줬던 독점 상태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다.
MS도 '오피스 라이브'를 내놓으면서 온라인 오피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씽크프리나 라이틀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MS의 '오피스 라이브'는 기본적으로 MS 오피스를 설치한 사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서비스의 성격. 기존의 오피스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정도다.
MS 입장에서는 온라인 오피스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에 작정하고 뛰어들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MS 독점 무너뜨릴까 시장의 관심은 씽크프리나 라이틀리 같은 온라인 오피스가 확산되면서 MS의 독점이 무너지고 과연 시장 점유율이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MS 윈도즈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약간 웃도는 정도인데 MS 오피스의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MS 오피스가 MS의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심지어 오피스를 팔려고 윈도즈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결국 온라인 오피스가 확산되면서 MS의 시장 점유율은 상당부분 깎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MS와 구글, 그리고 한컴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
씽크프리는 한동안 기업용 시장에 주력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태진 사장은 "최근 미국 정부 기관이나 대형 도서관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조만간 대형 계약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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