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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세금 늘려도 걱정 줄여도 걱정
[이슈인터뷰] 세금 늘려도 걱정 줄여도 걱정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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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론 vs 감세론] ‘비전2030’갑론을박 격화…‘분배’냐‘성장’이냐 지리한 논쟁 계속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의 충돌 형국이다.
한편에선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는 설득력이 없지 않다.
노파심이 절대 아니다.
일단 소비자 기대지수가 7개월째 하락하는 등 거시경제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중 소비자 체감 경기지수의 하락폭은 1년여만의 최대 ‘낙폭’인 3.1%를 기록했다.
반면 ‘아직은 괜찮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최근 실물경제지표의 부진에도 경기의 기조적 상승 추세가 살아있다는 게 ‘낙관론’의 근거다.
이에 대한 정부 및 여당과 한나라당·재계의 시각 역시 천지차이다.
여권은 ‘경제낙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성장’ 보다는 ‘분배’에 전념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 8일 당정이 합의한 내년 예산기금 편성안엔 이 같은 기조가 묻어있다.
무엇보다 복지 예산은 10%를 넘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영세민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지원 예산도 1조1천억원 증액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재계는 ‘경제낙관론’은 ‘허풍’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분배’ 보다는 ‘성장’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목청을 높인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현 정부는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데 국민이 바라는 분배는 성장”이라면서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보다 성장을 통해 번듯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진짜 분배”라고 꼬집었다.
양쪽의 경기활성화 해법도 ‘극과 극’이다.
여권은 ‘재정확대’를 통해 경제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큰 정부론’이다.
야권과 재계는 ‘감세’를 통해 내수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다.
가령 법인세·소득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개인의 소비심리자극을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시장’을 통해 해결하자는 ‘작은 정부론’이다.
양 세력의 충돌은 크게 보면 ‘분배론’과 ‘성장론’의 지리한 논쟁으로 볼 수 있다.
그 속엔 사회복지를 위한 ‘큰 정부론’과 ‘작은 정부론’의 충돌, ‘증세론’과 ‘감세론’의 첨예한 대립이 숨어 있다.
그만큼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라는 얘기다.
‘경제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종종 ‘정치적 파워게임’이 펼쳐지는 까닭이다.
과연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경제 난국을 타개할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또한 무엇일까.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열린우리당 박영선·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참여연대 박용대 변호사· 전경련 하동만 전무를 만나 경제위기 탈출 해법을 들어봤다.
정부가 최근 ‘2020년대 일류국가로 도약해 2030년에는 삶의 질이 세계 10위가 된다’는 내용의 ‘비전2030’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나친 경제낙관론’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하 박 의원) 한국은 지금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그런 의미에서 복지계획을 담은 ‘비전2030’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비전2030’이 발표돼 아쉽다.
오히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발표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하 원 의원) ‘비전2030’은 분명 의미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과대평가 돼 있다.
경제 변수나 국가적 부담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다.
‘비전2030’에 담긴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방법· 대안· 재원 조달방법 등은 빠져있다.
이를테면 허상의 장밋빛 결과만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참여연대 박용대 변호사(이하 박 변호사) 국가적 비전을 제시했을 뿐이다.
때문에 ‘비전2030’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면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전2030’에서 제시한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발전 모델을 택할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다.
전경련 하동만 전무(이하 하 전무) 현실 경제에 대한 분석이나 판단에 있어 단기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은 언제나 공존한다.
하지만 미래 한 국가의 비전을 다루는 것이라면 경제비관론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비전2030’을 통해 한국경제의 장기적 성장 이정표와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한 점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
체감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한국경제에 대해 낙관적이다.
‘비전2030’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서민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한다면.
박 의원 정부는 거시지표를 중요시한다.
때문에 “거시지표를 보면 괜찮은데 왜 경제가 나쁘냐고 비판하느냐”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서민 입장에선 “경제가 이렇게 나쁜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한다.
누구 말이 옳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서민들의 ‘아픔’에 대해 섬세하고 따뜻하게 다가서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데 소홀했던 점은 아쉽다.
원 의원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제경쟁에선 밀리고 있고, 중국 등 신흥 경제강국의 위세도 무섭다.
5년 후 국가 미래가 우려스럽다.
그나마 수출과 대기업 실적이 괜찮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의 소득은 반대로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뿐인가. 집값·교육비·생활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 변호사 정부도 지나치게 낙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민경기가 침체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참여연대는 변화된 산업구조가 경기침체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령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통신사업, 정보통신사업은 실질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식기반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굴뚝산업’의 부흥 시기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던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때문에 외형적으로 경제가 발전해도 ‘일자리 창출’ 등 서민경제에 돌아가는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와 관련한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하 전무 최근 경제성장률이 4~5% 수준에 있음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체감경기의 악화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자영업 및 중소기업의 어려움 등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건설경기의 침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체감경기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인한 하반기 성장률 하락을 감안할 때, 부진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박용대변호사
양극화 해소·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의도다.
때문에 정부 및 여권이 ‘성장’은 도외시한 채 ‘분배’만 강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복지국가’의 길목에 서있다.
양극화 해소·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은 확대돼야 한다.
언제까지 평생 동안 먹어야 할 것, 몸이 아팠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아등바등 거릴 것인가. 양극화 해소·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사회 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 확대는 사회정의를 위한 것이다.
필수불가결하다.
원 의원 ‘성장’과 ‘분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간다.
때문에 우선순위를 논할 수 없다.
다만 ‘경중’은 따질 수 있다.
지금은 ‘분배’ 보다는 ‘성장’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 때다.
물론 복지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
이는 사회정의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복지 등 분배정책이 ‘성장’을 저해해서는 결코 안 된다.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시장의 동력이 활성화 돼서 민간의 힘에 의해 복지 기회가 창출되고 일자리가 확대되는 것이다.
그 이상의 복지가 어디 있겠는가. 박 변호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부인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다.
국민의 합의 하에 증세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하 전무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은 국가 운명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기업과 정부가 각자 필요로 하는 몫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은 재정으로도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및 재계는 ‘분배’ 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법인세·소득세 등의 ‘감세’를 통해 내수경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박 의원 ‘감세론’은 달콤한 사탕과 같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결국 부담은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는 증명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감세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결국 재정적자를 불러일으켰다.
그 반작용으로 클린턴 정부가 증세를 선택했고, 이를 통해 적자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내수경기도 부활시켰다.
감세는 경제 회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원 의원 감세로 내수경기를 살릴 수 있다면 감세를 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원하지 않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성·일관성·책임성이 뒷받침된 감세여야 한다.
박 변호사 야당이나 일부 학자들이 감세를 주장하면서 법인세·소득세 감세를 주장한다.
가령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 돼서 해외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득세가 인하되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검증이 전혀 안된 논리다.
감세 때문에 경기부양이 일어났는지, 국가가 발전됐는지에 대해선 정확하게 검증된 게 없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으로 감세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하 전무 비효율적인 세출을 줄여서 여유가 있으면 그것으로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내수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정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투자가 부진한 현 시점에선 임시투자세액공제·R&D투자에 대한 세제상의 감면혜택 시한(일몰시한)을 연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세론’은 인기편향적인 대안일 뿐이고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원 의원 국민이 감세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이 침묵하라는 말인가. 감세론의 주장은 야당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인기 영합을 위해 무턱대고 감세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현재 기초연금제를 주장하고 있다.
대학등록금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재원을 ‘어디에서 충당하느냐’이다.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 ‘증세’를 통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옳지 않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예를 들어보자. 그동안 정부는 전국토개발계획, 혁신도시계획 등을 이유로 재정을 확대했다.
최근엔 국방비도 증가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또 “돈이 없다”면서 증세를 요구한다.
이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재정이 늘어난 것일 뿐 국민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간 무분별하게 늘어난 재정을 줄여서 또 다른 재원으로 활용하면 감세를 통해서도 충분히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현실성·일관성·책임성이 뒷받침된 감세가 바로 이것이다.
얼마 전까지 ‘증세론’을 외치던 여당이 최근 ‘감세론’으로 선회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를 두고 5·31 지방선거 참패가 불러 온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이 최근 감세카드를 꺼내든 배경엔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박 의원 여당이 감세론으로 유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5·31 지방선거 직후 거래세 인하와 관련 당에 보고서를 낸 적 있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됨에 따라 땅값이 오르고 있었다.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재원이 오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세를 올리는 것은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거래세 인하의 배경이 이것이다.
이는 감세가 아니다.
잘못된 조세정책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여당으로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민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조세정책은 무엇인가. 박 변호사 지금 중요한 것은 증세냐 감세냐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다.
이는 정치게임일 뿐이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증세, 감세 논의를 떠나 세제에 대한 합리성·조세 형평성을 가로막는 요소를 바로잡는 것이다.
올해 말로 일몰이 돌아오는 55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28개를 연장하는 것은 세제개혁의 후퇴임에 틀림없다.
이런 관점에서 계층간 소득세 과세기준 등 불합리한 제도의 개편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전경련 하동만 전무
하 전무 성장잠재력 확충 및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자연스런 세수 기반 확대 정책이 바람직하다.
적극적인 R&D 투자 지원·기업의 투자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 고리(투자↑→고용↑→가계소득↑→소비↑)가 형성돼 자연스런 세수 확대가 달성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은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조세정책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건설경기 부양, 우리나라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핵심부품 산업에 대한 집중 육성, 대기업-중소기업간 상생 발전 등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세제 지원이 요구된다.
근로의욕 고취·고소득 자영업자의 세원 투명성 제고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 공제자 추가공제 폐지·절세형 금융상품의 세제혜택 축소·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등은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므로 이에 대한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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