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커버스토리] 황폐한 봄날 맞은 동북아의 관문 ①
[커버스토리] 황폐한 봄날 맞은 동북아의 관문 ①
  • 김대섭 기자
  • 승인 2007.04.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첩첩산중’ 고립된 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 제자리 … 동북아 중심 국가 계획 물거품 될 듯 정부가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와 성장 동력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립한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동북아 중심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인 국가 정책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뚜껑만 급하게 열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정책의 중요한 핵심인 외국인 투자유치 규모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외투기업의 외국인 투자금액은 지난 2002년 40억3천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4천만달러로 약 20배 가까이 감소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총 사업비의 경우도 2002년 129.5억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2003년 15.9억달러, 2004년 4.2억달러, 2005년 25.4억달러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9.0억달러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더욱이 투자의 대부분이 개발사업과 항만·물류시설에 국한돼 있어 당초 목표했던 다국적 첨단기업의 투자가 미미하다는 것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 중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인천자유구역의 경우 지난 2004년에 체결한 양해각서 중 송도 디지털엔터테인먼트 클러스트(DEC)와 복합 레저타운인 월드 펄스 프로젝트 조성 등 약 70억달러의 투자가 물거품이 됐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실시한 경제자유구역 내 기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역 내 기업체들은 외자 유치의 정부정책에 대한 인지도 및 만족도가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력 확보, 노사간 협조체계의 구축, 영어사용 능력의 제고, 행정전산망의 조기 구축, 구역청 및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병원 및 학교에 대한 규제 개선 등의 개선방안 수립이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국 경제특구 비해 큰 격차 보여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의 모습과 달리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싱가포르 등의 경제특구는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화된 투자 인센티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낮은 임금을 강점으로 경제특구 등 특정지구를 지정해 외자 유치 창구역할을 하도록 하고 세금 감면 등 우대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상해포동(上海浦東)신구의 경우 지난 1990년부터 개발된 경제특구. 외자 유치 규모는 1990년 0.3억달러에서 2005년 56.5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해포동신구의 개발 초기 5년 동안의 투자유치 건수를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유치 건수(MOU 등 포함)는 올 2월 말 현재 총 37건. 구역청별로는 인천 14건, 부산·진해 17건, 광양만권 6건 등이다.
상해포동신구의 2646건에 비해 1.3%에 불과한 수치다.
싱가포르도 최근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현행 20%에서 18%로 인하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세 지원은 기본이고 협조적인 노사관계, 낮은 노동비용, 영어 인프라, 국제금융 중심지, 정부의 개방성, 거대 내수시장 구축 등 전반적인 경영환경 개선에 더욱 힘써 외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싱가포르는 올해 서비스와 제조업에서 78억달러를 투자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중국과 싱가포르의 경제특구와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시작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주변국 경제특구에 비해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시작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서 국가별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외자유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경제전문가들이 기존 정책에 대한 과감한 개정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경쟁국 경제특구들에 비해 도시건설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입지여건, 생산비, 인프라 등 투자여건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또 “특별법이 아닌 일반 개별법 절차를 따라야하고 행정 인허가 절차가 길고 복잡한 것 등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적으로 중국과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볼 때 내수시장, 고용관계, 물류 및 사회문화 인프라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으로 외국기업 및 투자자의 유인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투자 인센티브와 관련해 상해포동은 국내외 입주기업 사이에 역차별이 없지만 국내 경제자유구역에는 국내기업 입주 시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역차별 문제점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덜 준비된 미완성 정책 정부는 지난 2002년 7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발표한 후, 그 해 11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리고 이듬해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 등 3개의 경제자유구역을 지정, 재정경재부 내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각 지역별 구역청을 출범시켰다.
경제자유구역 추진 정책은 총 1억2237만평에 추정 사업비만 총 31조9599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5~10년 내에 우리나라가 동북아 지역 내 국제적 분업 확대와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경제네트워크의 형성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변방 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더 이상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생존전략 차원에서 선택된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 인접지역으로서 세계 수준의 국제공항을 바탕으로 동북아 비즈니즈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송도, 영종 및 청라 일원의 3개 지구 209㎢(6336만평)로 지정돼 있으며 추정 사업비는 14조7610억원. 국제업무 및 IT·BT 등 첨단산업과 인천공항 중심의 항공물류, 국제 금융 및 관광·레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해운물류 및 기계·자동차부품 클러스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경남 진해시 일원 총 5개 지역 16개 지구 104㎢(3171만평)에 추정 사업비는 7조6902억원이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은 광양항을 중심으로 해운물류, 소재산업(율촌 산업단지), 해양레저(여수 화양지구) 단지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전남 여수, 순천, 광양시 및 경남 하동군 일원 총 5개 지구 88.98㎢(2691만평)에 9조5087억원의 추정 사업비가 소요된다.
경제자유구역의 각 사업은 지역별로 2020년까지 단계별로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1개의 경제자유구역에만 집중해 정책을 수행해도 성공할지 미지수인데 3개로 나눈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인 지역 균형발전을 그대로 살려 애초부터 무리하게 3개의 지역으로 지정한 것부터가 문제다.
경제자유구역의 특수성은 배제하고 일률적인 정책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 경제자유구역 정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정부는 올 초 경제자유구역 추가 확대 지정 타당성을 검토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관계자는 “특정지역을 놓고 당장 추가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상반기 중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추가지정의 타당성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경제자유구역 추진 사업은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발표한 후, 불과 1년 만에 3개 경제자유구역청을 출범하게 되면서, 이미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수단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미흡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적절하게 작용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기능적 내용물들이 채워져 있지 못하다는 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의 가장 큰 원인. 더욱이 경제자유구역별로 설정된 추진 목표와 비현실적인 정책 수단들은 경제자유구역 사업 자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광양만사진 ⓒEconomy21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출발부터 특별법이 아닌 개별법이 규정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주는 투자업종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또한 행정인허 절차가 길고 복잡한 등 각종 행정규제도 걸림돌이다.
이와 함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원조달 및 집행계획 미수립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진행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구역청 간의 불협화음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의 전체 사업은 중앙정부의 경제자유구역위원회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지자체의 경제자유구역청, 관계기관인 대통령자문회의와 Invest Korea 등으로 구성돼 추진되고 있다.
위원회는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비상설 협의체로 재경부장관이 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고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이를 보좌한다(그림 1). 문제는 이들 관련 기관 간의 권한 위임 관계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해 국회 재경위원회에 해당 시·도지사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기본정책과 제도,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과 해제 및 변경, 기타 관련 의견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현재 해당 시·도지사가 배제되어 있어 역할이 차단됐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관계자는 “그동안 해당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해 해당 청 파견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불만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구역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지난해 확정된 경제자유구역 내 31개 규제 개선 방안에 따른 후속 방안도 조속히 도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의 신속한 사업 추진 및 본래 취지에 걸맞도록 사업 전반에 대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규제 개선 내용이 여러 부처 간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의지와 자세가 필요한 때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