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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 ‘부당해고’에 우는 그들 … 비상구는 없다 Ⅰ
[스페셜리포트 ] ‘부당해고’에 우는 그들 … 비상구는 없다 Ⅰ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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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찬 복직투쟁자들 ] ‘내부고발’로 퇴출 당해 복직투쟁 나선 사람들 중앙대 부총장 비리 의혹 제기한 김창식씨 “복직으로 억울함 털겠다” 식약청에 가짜 참기름 제보한 A씨, 업체 측의 질긴 추격 끝에 피소 복직투쟁자 김창식(53)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앙맨’이다.
79년 2월 중앙대 경기도 안성분교 초대 공사감독으로 입사한 이후 줄곧 중앙대에서 ‘녹(祿)’을 먹었다.
꼼꼼한 성격 덕분에 근무평점은 늘 우수했다.
엄격한 일처리 때문에 도덕성만큼은 일품이라는 찬사도 종종 들었다.
98년에는 이사장 표창도 받았다.
중대 부속고 신축 이전 교사건설 공사감독 재직 시 공사비 16억원을 절감한 공로를 인정받았던 것. 그는 당시를 “행복한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던 중앙대로부터 ‘팽(烹)’을 당한 상태다.
지난해 1월 해임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길거리 내몰린 내부고발자 김씨는 내부고발자다.
2005년 10월 경 부총장 아들의 휴학비리 의혹을 정면으로 공론화 했다가 ‘철퇴’를 맞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반면 중앙대의 입장은 다르다.
▲밀린 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다 학교 측의 고소로 벌금형(300만원)을 선고받은 것 ▲총장을 비롯한 중앙대 이사진의 명예를 훼손한 것 등이 해고의 사유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아귀’가 조금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앙대의 정관 및 인사규정은 해고 사유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벌금형과 명예훼손은 해고의 사유로 충분치 않아 보인다.
김씨가 “부총장 아들의 휴학비리를 공론화 한 것 때문에 해고당했다”고 확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현재 ‘복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법원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도 심신을 괴롭히기 일쑤다.
“혹시 내부고발을 후회하지는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뜻밖에도 “후회막급이다”라고 털어 놓는다.
“직장 비리는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능사인 것 같다”는 회한도 마구 쏟아낸다.
내부고발자이자 복직투쟁자의 쓰디쓴 ‘애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내부고발자들의 삶은 고달프다.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내부비리 의혹을 공론화하면 어느 샌가 더 큰 ‘화(禍)’가 밀려온다.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심지어 조직을 감시하는 감사가 내부비리 의혹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퇴출되는 역설적인 사례도 있다.
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양시경(45) 전 감사. 그는 JDC가 사업 부지를 턱없이 높은 가격에 매입해 국고를 손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퇴출’ 당한 주인공이다.
JDC가 당시 매입하려 했던 사업 부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동흥동 일대 30만평의 땅. 여기엔 ‘헬스케어타운’ 조성이 계획돼 있다.
JDC는 지난해 중순 이 사업 부지 매입의 사전 절차로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두 차례에 걸쳐 표본감정을 실시했다.
한국감정원의 평가금액은 대략 15만원 선. 양 전 감사는 “터무니없는 감정가”라면서 재감정을 요구하며 맞섰다.
그가 이처럼 강경하게 주장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사업후보지 내 표준공시지가는 평당 1만여원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감정원 외 다른 감정평가기관들(3곳)은 표본감정 결과 평당 8만원을 제시했다.
한국감정원 평가금액의 절반 수준의 감정가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양 전 감사는 한국감정원의 표본감정 대로 사업부지가 매입되면 200억원 이상의 국고가 손실될 수 있다는 의견을 수차례에 걸쳐 JDC 경영진에 전달했다.
그는 “만약 한국감정원의 평가금액 대로 사업 부지를 매입하면 총 450억원(30만평×15만원)이 소요된다”면서 “평당 8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보다 200억원 이상 많은 매입비가 소요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는 명백히 막아야 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JDC 이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JDC 경영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게 양 전 감사의 한탄이다.
결국 그는 이를 ‘공론화’ 시켰다.
제주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헬스케어타운 사업부지의 토지가격 부풀리기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것. 하지만 양 전 감사는 지난 7일 전격 해임됐다.
그가 제기한 의혹들을 감사한 건설교통부가 “사실과 다른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기업 감사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 퇴출 지위고하 막론 그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에도 JDC는 물론 감사기관인 건교부·감사원마저 ‘쉬쉬’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의 주장은 실제 설득력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28일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헬스케어타운 사업부지 내 서귀포시 동흥동 2066번지와 2070번지가 각각 평당 2만6399원과 2만7444원에 낙찰됐다.
이는 한국감정원의 토지감정가 15만원선 보다 무려 6~7배 낮은 낙찰액이다.
양 전 감사는 “이 결과는 JDC가 헬스케어타운 사업 부지를 턱없이 높은 가격에 매입하려 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자신의 주장이 틀림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JDC측은 “단면만 보고 해석하면 안 된다”면서 “제주지방법원의 낙찰액이 낮았던 것은 부지 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감정원이 높은 감정가를 제시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복직투쟁을 전개하면서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실추된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부고발로 인해 조직에서 쫓겨난 복직투쟁자들은 양 전 감사처럼 명예회복을 꿈꾼다.
자신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복직을 통해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을 ‘복직’으로 해소하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내부고발로 해고된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증과 홧병에 시달린다.
내부고발 직후 직장에서 버림받은 전 LG전자 직원 정국정(42)씨는 지난 2000년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병명은 불안신경증과 홧병.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김창식씨도 극도의 정신 불안에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부당하게 해고당한 이후 육신과 영혼이 황폐해질 정도로 괴롭다”고 실토했다.
문제는 당사자들만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가족도 맘고생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씨의 부인 공진희(40)씨는 남편이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뒤 두통·불면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홧병과 급성 스트레스 질환까지 앓고 있다.
복직투쟁자들의 스트레스가 가족에게도 전이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양심을 따랐지만 오히려 본인과 가족까지 몸과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격이다.
명예회복 위해 복직투쟁 ‘밝은 마음 한의원’ 강영복 원장은 한 사람의 스트레스는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의 소견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서 행동했는데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면 사람은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억울함 때문에 쉽게 이겨내지도 못한다.
특히 이런 경우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속한 처방이 필요하다.
ⓒ임영무 기자
그렇다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은 어느 정도 확충돼 있을까. 아쉽게도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자 보호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보호 가능한 내부고발자를 공직자와 공공기관이 관계된 부패행위를 제보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된 경우에만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이 역시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국가청렴위원회에는 독자적인 조사권이 부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국가청렴위에 따르면 공직 관련 부패신고는 2006년 한해 89건에 불과했지만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은 무려 1536건에 달했다.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이 17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2002년~2006년의 내부고발 결과 역시 비슷하다.
이 기간 공익 관련 내부고발 수는 505건에 그쳤다.
반면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은 총 9135건에 육박했다(표 참조). 민간영역의 내부고발 숫자가 공익 관련 내부고발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민간영역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의 한 관계자는 “민간영역의 내부고발 수가 공익 관련 내부고발 수보다 훨씬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때문에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일침을 놓았다.
내부제보자 색출보다 사실 확인 우선 내부고발자와 관련된 문제의식은 이뿐 아니다.
법적·제도적 보완장치도 필요하지만 조직 스스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용환(51)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대표는 “내부고발이 이뤄졌을 때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를 하는 문화를 탈피해야만 내부고발자가 보호되고 그에 따라 복직투쟁자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36면>
△전 중앙대 직원 김창식씨는 “부총장의 비리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면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아래는 지난 98년 예산절감의 공로를 인정받아 중앙대 이사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있는 모습.
이는 김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그는 지난 2004년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비리 의혹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출신이다.
그의 고발 내용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당시 혈액비리 의혹 감사 결과를 통해 ▲부적격 혈액 출고 등 혈액 안전관리 소홀 ▲헌혈 유보군 확인 조회 시스템 미개발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웃지 못할 경험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김 대표에게 징계위원회의 출석통보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혈액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대한적십자는 내부고발자를 징계할 생각만 했다”면서 “이는 비단 대한적십자사의 문제만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은 자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선 조직 스스로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 색출하거나 그들을 징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고발자 보호책 시급 실제 내부고발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시정하기 보다는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 또는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중순 식약청에 가짜 중국산(産) 참기름 판매업체를 내부고발했다가 낭패를 당한 A씨의 사연은 대표적이다.
A씨는 최근 내부고발로 타격을 입은 업체측의 집요한 추적으로 신원이 노출되는 바람에 갖은 고초를 겪었다.
회유와 협박은 기본. 심지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까지 당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김 대표는 “A씨는 현재 해외출장도 맘대로 가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각 업체들은 여전히 가짜 중국산 참기름을 판매하고 있거나 판매를 준비 중”이라면서 “이는 내부고발로 문제점이 드러난 업체들이 문제해결을 꾀하기 보다는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내부고발은 양심의 목소리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때문에 칭찬받아 마땅하고 보호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은 조직으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아 길거리로 나앉기 일쑤다.
그리고는 복직투쟁자로서 험난한 인생을 시작한다.
언제쯤이면 이들에 대한 보호대책이 완벽하게 마련될 수 있을까.

내부고발자에 대한 두 가지 시각

한편에선 ‘배신자’ 다른 편에선 ‘공헌자’
내부고발로 해고된 복직투쟁자들, 시민단체로부턴 투명사회상 받아


내부고발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두 가지다.
내부고발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조직에게 그들은 배신자요 폭로자일 뿐이다.
하지만 해당 조직과 상관없는 곳에선 이들을 사회의 파수꾼이라고 부른다.
LG전자 내부비리 고발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면서 10여 년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국정씨와 KT 내부고발자 여상근(52)씨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정씨는 지난 96년 LG전자와 하청업체 사이에 자행되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후 강제 해고된 내부고발자다.
여씨도 “KT가 고속철도 노선 주변에서 필요 없는 잡음전압 공사를 하면서 케이블을 교체해 600억원을 낭비했다”고 2005년 8월 국가청렴위에 신고한 뒤 2006년 6월 파면된 내부고발자이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부턴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해고됐지만 사단법인 한국투명성기구로부터는 투명사회상을 받았다.
한편에선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주홍글씨를 새기고, 다른 한편에선 사회를 투명하게 했다는 공로를 인정한 셈이다.
김용환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 대표는 “내부고발은 조직에 대한 사랑과 충성심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향후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폄하하기 보다는 조직을 투명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공헌자’로 인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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