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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선비 정신을 되새겨 보자
[CEO칼럼] 선비 정신을 되새겨 보자
  • 이코노미21
  • 승인 200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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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kois 사장 ] 얼마 전까지 언론에 회자되던 법조인의 금품수수 의혹과 교수들의 논문 표절 시비뿐 아니라 재벌기업들의 비자금 사건은 명분 없이 이익만 추구한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의 현 주소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회 지도자를 선출하거나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도덕성을 중요한 지표의 하나로 생각해왔다.
이는 조선왕조 500년을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학사상, 그 중에서도 의리를 지키고 절개를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적 인간의 정신인 선비정신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맹자가 주유천하 중 양나라 혜왕을 만났을 때 혜왕이 맹자에게 “어르신께서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셨는데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맹자는 “왕께서는 어찌 이로움을 찾으려 하십니까. 저는 오직 인과 의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선비들이 사서삼경을 공부하고 사대부가 된 후 현실의 이로움 보다는 명분과 이상에 집착하게 된 구조적 이유였다.
조선 성리학의 큰 줄기를 이루었던 율곡 이이는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요,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라는 말로 시대적 상황에 적합한 제도를 통해 백성의 삶을 제고할 것과 10만 양병설을 주장했고 임진왜란을 몸소 경험했던 광해군은 현실주의자로 몰락해가는 명과 새로 부상하는 청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추진했다.
인의를 중시하는 사대부들의 틈에서 율곡의 10만 양병설은 무산됐고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명에 대한 의를 배신했다 하여 인조반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병자호란 때 척화론을 주장한 삼학사는 청 태종의 심문과 조롱을 받으면서도 “싸움에 이기고 지는 문제보다 언관으로서 마땅히 대의를 지킬 뿐이다”고 대답하고 순절했다.
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현실보다는 대의명분을 얼마나 중요시 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반 백성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익이라 한다면 선비가 지향하는 가치는 그 사회의 양심이고 지성이며 인격의 기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비들은 비록 현실의 이익으로 백성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는 못했으나 그들의 도의적 행동은 백성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어떤가. 자유 시장경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명분에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았던 선비정신은 아예 사라져 버린 듯하다.
자유 시장경제의 시스템 속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이를 부인하고 싶지 않다.
정당한 경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최소한의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까지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CEO는 명분 있는 실리 추구에 기업의 운명을 걸어야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기업이 오래 가는 것이다.
요즘처럼 어지럽고 불안한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CEO라면 명분과 실리를 균형 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선비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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