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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피플] 수세미 영업사원에서 세계적인 경영자로
[이코노 피플] 수세미 영업사원에서 세계적인 경영자로
  • 진희정 기자
  • 승인 2006.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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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영어는 물론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이탈리어까지 구사하는 CEO, 경영학 박사이자 국제디자인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CEO, 연간 300권 이상 책을 읽는 독서광에 베스트셀러 작가, 외국계 기업 창립 시 초대 CEO로 부임한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장, 미국 본사의 전략팀 멤버로 활동하는 인물, 그가 바로 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 사장이다.
잘 나가는 이 사장의 경력만 들으면 고생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의 인생은 역경과 극복의 나날이었다.
군 제대 후 대학교 3학년에 복학했을 때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공부로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는 ‘죽기로 마음을 먹으면 산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밤낮없이 책상에 앉아 있었고 어학공부에 재미가 붙어 외국어를 하나씩 섭렵했다.
직장생활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이장우 사장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곳은 동아건설이었지만 한 달도 채 못 돼 그만두는 처지가 됐다.
다음으로 입사한 곳이 바로 한국3M이었다.
그의 보직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세미를 파는 일이었다.
남들 같으면 하찮은 일이라고 당장 그만 두었을 지도 모르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더욱 열심히 뛰어다녀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포스트잇과 디스켓 영업을 거쳐 미국 3M 본사에서 영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게 됐다.
지금은 일상화가 된 포스트잇도 1980년대 초반에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시장이었고, 컴퓨터 소모품 분야는 자신의 전공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 사장은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노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었다.
한동안 안정적인 생활이 있었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1995년, 제가 속한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본부와 다른 몇 개의 부서가 외부에 같이 매각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마침 이메이션의 한국법인이 생긴다는 것과 CEO를 구한다는 얘기도 들었죠. 당시 물망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쟁쟁한 사람이었습니다.
” 이장우 사장은 자신이 그동안 일했던 사업부서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었고, 마침내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메이션코리아의 초대 사장으로 부임할 수 있었다.
미국 3M 본사에서의 근무성과와 많은 미국 동료들이 자신을 호평해 준 덕이었다.
위기에 강한 리더가 빛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이익잉여금이나 조직의 경험, 노하우가 축적되기도 전인 창업 1년 만에 IMF가 터졌던 것이다.
자본금 20억원을 포함해 연간 적자가 29억원이나 되는 상황이었다.
주변에서는 “이메이션은 이제 망할 것”이란 얘기까지 떠돌았다.
이장우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사무실 규모를 반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자신이 사용하는 사무실 크기도 줄이고 일부 회의실도 없앴다.
접대비를 포함한 비용, 부서 규모와 인원도 축소했다.
이 사장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단순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매출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주요 품목의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당연히 사내 반대의견도 있었고 심지어 이메이션 국제담당 책임자까지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설득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미국식 경영의 핵심은 과정이 아닌 결과만 보고 평가하므로, 외부의 어떠한 경영환경에도 실적이 부진하면 그 책임은 한국 사람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좋은 리더는 위기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태평성대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누구나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으니까요.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리더가 결국 회사에 도움이 됩니다.
” 원화의 엄청난 평가절하로 미국 달러 기준 이메이션코리아의 영업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본사에서는 사업이 부진할 경우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구사한 틈새시장을 공략한 고가 전략은 주효했고 1998년 결산에서 15억원의 흑자로 반전시켰다.
전년 대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었다.
어려움을 이기고 결과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자, 미국 본사에서 그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한국 시장을 위해 무려 400만달러나 투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250억원에 이르며 CD-R/RW 분야의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새 화두는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기존의 CD-R/RW, DVD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USB 저장장치, 광마우스, 키보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PC 주변기기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이장우 사장의 향후 포부다.
그는 이미 2년 전에 USB 저장장치를 한국에서 디자인 및 개발해 론칭했다.
외국 본사에서 제품이 나온 이후 세계의 각 현지 법인으로 제품이 판매돼 나가는 것과는 반대였다.
또한 최근에는 날씬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신제품까지 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이 사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이메이션코리아의 CEO 외에도 아시아태평양지역 USB 플래시 사업본부장과 미국 전략팀 멤버 일을 맡겼다.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추진력이 인정 받은 것이다.
이장우 사장의 경영철학은 회사가 재미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즐거움이 있어야 일에도 더욱 충실할 수 있고 창의력도 더욱 살아난다는 얘기였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자기계발을 위한 여행을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며, 직원들 책값으로 1년에 2천400여만원이나 지출한다.
직원 개개인이 발전해야 회사가 더욱 커나간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사장은 성공한 지금까지도 어려웠던 시기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수세미 영업사원 시절, 자신의 일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계속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또한 끊임없는 독서와 공부로 자기계발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분야의 도전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매진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습은 더욱 빛나 보였다.
진희정 기자 jhj155@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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