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CEO탐구] 공격 경영 일색…‘통합금융사’성공할까
[CEO탐구] 공격 경영 일색…‘통합금융사’성공할까
  • 황철 기자
  • 승인 2006.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 보험사 인수, 소매금융 매진…3월 재임설·그룹 회장설‘회자’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은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CEO 중 하나다.
강 행장은 취임 후 시종일관 국책은행과 민간은행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이용해 중소기업 여신시장에서 막강한 공격성을 드러냈고, 소매금융, PB 등 민간 부문에서도 강공 드라이브를 퍼부었다.
최근 들어서는 보험·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인수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모두 기업은행의 최종 지향점인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들이다.
금융권에서 역시 기업은행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 이상 강 행장이 내세운 자산 200조, 국내 수위권 금융그룹 도약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허황되다고 치부하지 않는다.
강 행장이 2년 6개월 동안 보인 막강한 경영 능력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빅뱅의 새로운 진원지로 기업은행이 지목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산 100조원, 빅5 진입 강권석 행장 취임 후 기업은행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올 초, 강 행장이 당기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10조원, 총자산 100조원이라는 ‘1, 10, 100 경영 목표’를 내놓았을 때만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국책은행으로서 빅 4(국민, 우리, 신한, 하나) 은행들이나 제시할 법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강 행장은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기업은행의 총자산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고,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5천억을 돌파했다.
2004년 3월 취임 당시 총자산 76조원, 연간 당기 순이익 2천240억원(2003년 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비약적인 성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올 연말 기업은행이 빅4 은행에 이어, 순이익 1조원 클럽에 무난히 입성할 것이라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강 행장은 취임 2년여 만에 당기순이익을 5배 가까이 늘리며 기업은행을 국내 굴지의 대형 금융기관 반열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권석 행장의 고성장 욕구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1, 10, 100’ 목표가 아직 종료되지 상태에서 또다시 ‘2, 20, 200’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임기 중 보여준 성장세를 몰아 당기순이익 2조원, 시가총액 20조원, 총자산 2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5년 내 세계 50위권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도 공공연히 드러냈다.
국책은행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 굴지의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복안. 그의 야심은 종합금융그룹 전환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 강 행장은 내부적으로 영업 구조 개혁과 자체적 자산 증대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보험사, 증권사 등 타 금융사 인수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에 걸 맞는 체질과 외형을 두루 갖추겠다는 것이다.
내부적 주력 과제는 소매금융 확대와 사업 다원화다.
강 행장이 임직원들에게 예금 유치와 카드 사업 확대를 강도 높게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 행장은 지난 1일 “ 핵심예금 유치와 확대를 하반기 최대의 지상과제. 총예금 증대는 자산 200조원 달성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며 소매금융 강화를 역설했다.
또 “기존 카드사를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자체 성장을 시급히 도모하겠다”며 “카드 비즈니스를 핵심 성장 영역으로 키운다”는 뜻을 전달했다.
외부적으로 보험사, 증권사 등 타 계열사에 대한 인수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종합금융그룹 전환을 위해서는 금융권역을 아우를 수 있는 계열사군을 구성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우선적으로 중소형 보험사 인수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증권, 카드사 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LIG생명은 종합금융사 전환의 첫 번째 열쇠다.
기업은행은 최근 보험사 인수 TFT를 구성하고, LIG 손해보험과 실무자간 왕성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강 행장은 그동안 보험업계 진출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이를 위해 중소형 보험사 인수, 합작 보험사 설립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했다.
기업은행의 최대 강점인 중소기업금융 노하우를 활용, 가장 높은 수준의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보험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강 행장은 지난 8월 기업설명회에서 “중소기업 고객들도 보험, 증권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원하고 기업은행도 비이자 수익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민영화를 하든 안 하든 종합금융사로 도약할 준비를 하겠다”며 지주사 전환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2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고 퇴직연금시장이 확대되면서 보험업 진출이 매우 시급하다”며 계열사 확충의 필요성을 강설했다.
임기 종료 후 거취는? 금융권에서는 보험사 인수 건이 이르면 연내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 인수가 가시화되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 행장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탠다.
강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종료된다.
기업은행의 명운을 가늠할 대업을 완성하기에 3년이라는 임기가 너무 짧다.
임기 종료 전까지, 종합금융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강 행장을 채찍질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강 행장의 공격적 경영이 더욱 가열 차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 행장이 그 동안 벌여 놓은 일이 워낙 중요하고 큰 사안들이라, 임기 전에 어느 정도 금융그룹 전환의 뼈대는 만들어 둘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 증대와 M&A 성사를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영업·경영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소 성급하지만, 강 행장의 3월 재임설과 종합금융그룹 전환 후 지주사 회장 등극설도 제기되고 있다.
강 행장이 보험사 인수와 종합금융그룹 전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임기 후 거취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까지 흘러나온다.
위 관계자는 “창사 후 최대 변곡점을 맞은 기업은행에게 강 행장의 재임이 경영 일관성을 위해 가장 필요할 수 있다”면서 “향후 금융그룹으로 전환되더라도 업무추진력이나 행내 입지 등을 볼 때 강 행장이 지주회사 회장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