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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잘 나가던 키즈랜드, 제 덫에 ‘허우적’
[이슈] 잘 나가던 키즈랜드, 제 덫에 ‘허우적’
  • 황철 기자
  • 승인 2006.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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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가입, 피해 사례 속출 … 이용자 급락, 옴니텔도 재앙 최근 (주)옴니텔이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키즈랜드’에 부당하게 가입, 피해를 호소하는 휴대폰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상의 이벤트 사이트에서 무료 가입을 미끼로 한 호객 행위가 성행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근래에는 휴대전화 기기변경이나 신규가입 과정에서 자동으로 가입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공짜’라는 말에 현혹된 고객들이야 어느 정도 자발적 의사가 있었다지만, 단말기 변경 과정에서 자동 가입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당하기 일쑤다.
이들은 수개월 후 ‘키즈랜드’ 가입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 매달 3천300원(부가서비스 10% 포함)의 이용료를 납부해 왔다.
피해 사실을 알고 해지와 환불을 요구해도 (주)옴니텔, 이동통신사, 가입 대리점의 책임 전가 속에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기 변경시 자동가입 피해도 ‘키즈랜드’는 (주)옴니텔이 개발한 가장 각광받는 모바일 콘텐츠 중 하나다.
지난해 2월 LG텔레콤과의 제휴를 시작으로 SK텔레콤, KTF, KT프리텔 등 국내 이동통신사 모두에 동일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키즈랜드는 올 4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가입자 15만명을 돌파할 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화려한 날은 갔다.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던 가입자 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급락하고 있다.
옴니텔 확인 결과, 현재 키즈랜드 가입자 수는 9만명 선. 5개월 동안 6만명 정도가 줄어들었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키즈랜드’가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년 동안 피해자들의 원성이 자자했으니, 거품이 빠져나가는 것도 일견 당연해 보인다.
아래 사례는 기기 변경이나 신규 가입 과정에 발생하고 있는 ‘키즈랜드’ 피해의 단면을 보여준다.
수년 간 LG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 김모씨(28·여)는 지난 5월, 노후 단말기를 새 기기로 변경했다.
새 단말기에는 몇 가지 부가 서비스 등록에 대한 문자 알림이 들어왔다.
대부분 음성, 발신자 표시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부가 서비스에 대한 가입 공지였고, 이후 몇 가지 이벤트 안내가 수신됐다.
김씨는 광고나 이벤트 문자가 워낙 많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벤트 안내 중에는 ‘키즈랜드’ 무료 가입 사실을 알리는 문자가 포함돼 있었다.
문자메시지에는 한 달 이후 해지가 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어린이 관련 콘텐츠이다 보니 자신과는 상관 없는 서비스라 여기고,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가입 사실은 물론, 한 달 후 유료로 전환된다는 사실조차 기억할 리 만무했다.
김 씨는 3달 가량이 지난 8월, 이용대금 명세서에 키즈랜드 서비스 이용료로 3천원이 과금된 것을 확인했다.
전달에도 똑같은 액수가 지출된 상태였다.
김씨는 단말기를 구입한 대리점에 항의했지만, 정확한 가입 경로는 본사 측에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LGT에 문의해도 대리점과 옴니텔의 과실이라며 발뺌했다.
결국 양쪽을 오가며 지루한 싸움을 벌인 끝에, LGT측에서 가입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 전액 환불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키즈랜드라는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몰랐고, 가입 권유 등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그나마 환불을 받았으니 다행이지만, 과금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의 경우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입 경로 확인이 안 될 만큼 이동통신사의 고의성이 인정됐지만, 온라인 상의 이벤트를 통해 자진 가입한 고객들은 해지 때까지 지불한 이용료를 돌려받기 힘들다.
이들은 대개 포인트나 싸이월드 도토리 등을 제공한다는 이벤트에 끌려 무료 가입에 나선 사람들이다.
문제는 무료 기간 종료 후, 유료 전환 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옴니텔과 이동통신사에서 관련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고객들이 일일이 확인하고 해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관행을 시정했다는 게 옴니텔과 이동통신사들의 설명이지만, 3월 이후 신규 가입자들에게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키즈랜드’와 관련한 항의성 민원이 폭주하자 “가입이나 유료 전환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라”는 지도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옴니텔은 가입자들에게 유료 전환 시기에 맞춰 SMS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최근 모바일 콘텐츠 키즈랜드에 부당하게 가입,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합
그러나 정통부의 문제 제기가 있은 3월 이전 가입자들은 별도 공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구제받기가 힘들다.
이들 중에는 아직까지 과금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잠재적 피해자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통부 지도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주요 포털 사이트에 항의성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여 동안 정액 요금을 납부하다가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키즈랜드와 관련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기보다는 기존 가입자 가운데 뒤늦게 과금 사실을 안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청구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해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기기 변경 등의 과정에서 대리점을 통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해당 지점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자체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 관련 대리점과의 계약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 같은 고객 돈으로 배 채우기 그러면 옴니텔은 문제가 된 키즈랜드를 통해 그동안 얼마나 벌어들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즈랜드는 옴니텔에게 효자 중의 효자다.
키즈랜드는 월정액 3천원 중 90% 이상이 이윤으로 돌아올 정도로 최고의 수익성을 보장한다.
옴니텔이 별도로 키즈랜드 사업부를 신설한 것을 보면 이 서비스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키즈랜드는 이같은 옴니텔의 각별한 기대와 정성에 충실히 부응했다.
지난 1분기 키즈랜드 사업으로 발생한 매출액은 13억 5천만여원에 이른다.
옴니텔 전체 국내 매출액 46억 4천여만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 1억 2천만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옴니텔은 키즈랜드의 초고속 성장에 힘입어, 지난 분기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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