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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파란만장 1년, 떨고 있는 은행장들
[커런트] 파란만장 1년, 떨고 있는 은행장들
  • 황철 기자
  • 승인 2006.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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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돌입, 금융권 핫이슈] 국민 · 외환 · 농협, 비리 · 의혹 점철 … 국책기관장들 혹독한 신고식 치를 듯 국정감사를 맞은 은행장들의 시름이 깊다.
여느 해보다 파란만장했던 일년,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진 과거·현대사의 중심에 이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재매각을 앞두고 불거진 ‘론스타 의혹’은 국민·외환은행 전현직 인사들을 줄줄이 국회 증인대에 세울 예정이다.
‘론스타 먹튀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된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 등이 심문 대상 일순위다.
뇌물수수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한 채 경영 현장에 복귀한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은 이번 국정감사 최고의 관심 인물이다.
정 회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0억원대 국정원 예금 횡령 사건에 대한 증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에 당면 현안인 농협 신용·경제 사업 분리 문제까지 정 회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성태, 김창록, 양천식 국책은행(한국 · 산업 · 수출입) 총재 3인방 역시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를 전망이다.
국책은행의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가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맞물려 폭발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밖에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은 부당 · 불법 영업으로 증인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대북계좌 개설 문제 등으로 국회의 부름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론스타 파장, 어디까지 론스타의 외환은행 관련 의혹은 금융권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다.
소관위원회인 국회 재경위와 법사위에서 증인으로 지목된 인사만 어림잡아 7~8명선. 국민 · 외환은행 임원 외에도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이사, 김영무 김&장 대표변호사 등 외곽부대의 진용(?)도 화려하다.
실제로 어느 선까지 증인대에 나설 것인지는 감사 당일까지 미지수지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감 전부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증언 한마디가 외환은행 재매각이라는 현재 진행 사안에 심각한 파급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증인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론스타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강 행장으로서는 폭발 직전인 비난여론에 기름을 붓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 론스타 비리가 드러날수록 국민은행이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긍정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론스타 먹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은행이 넋 놓고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달 말, 증인 채택 과정에서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해서 4조5천억이나 국고를 유출시킨 국민은행장, 당연히 정무위원회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서 조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일갈을 날린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강 행장으로서는 비난 여론을 어떻게든 론스타와 과거 금융관료들에게 돌리지 않는 한, 외환은행 인수건이 자신의 앞날에 이점이 아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론스타 문제는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에게도 골칫거리다.
양 행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국책은행장 자질 검증 과정에서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양 행장 취임 전, 노조의 출근 저지 이유 중 하나도 그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의 관련자라는 점이었다.
그는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으로서 론스타의 적격성 승인을 주도했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 역시 올 국정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뉴스메이커다.
정 회장을 구속으로 몰고 간 현대차 3억원 뇌물 수수 의혹은,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국감의 핫이슈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 회장이 보석 이후 경영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국회 심문에 대한 관심은 더욱 크다.
공공 금융기관, 존폐까지 달렸다? 정 회장은 최근 적발된 농협직원 국정원 예금 90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경영 현안인 신용경제 사업 분리 문제를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국정감사가 정 회장 개인을 떠나 농협 조직 전체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 내외부에서 정 회장 복귀, 신경 분리 등에 대한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현 상황은 농협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도 가열 차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성태 한은 총재, 김창록 산은 총재, 양천식 수은행장은 모두 기관장 취임 후 첫 국정감사를 맞게 된다.
이들은 맞아줄 혹독한 신고식은 국감 전부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감사원은 지난 달 말 금융공기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결과 보고서에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비아냥에 걸맞게, 이들의 방만한 경영 행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정부투자 기관장보다 4배 이상 높은 총재들의 연봉, 과다한 인건비와 성과급 지급에 대한 비판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자회사에 편입시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속한 매각을 권고했다.
감사원이 재경위 국감의 단골메뉴인 문어발식 영역 확장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김창록 총재는 물러날 곳이 없다.
거부 입장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드러내지 못할 경우, 자칫 임기 초부터 경영 능력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김 총재가 취임 당시부터 세계적 투자기관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등 금융자회사가 꼭 필요하다는 뜻을 누누이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SC제일은행 존 필메리디스 행장은 외국인 CEO로서 유일하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정무위에서는 SCB(스탠다드차터드)와 옛 제일은행 합병 이후, 통합비용이 부적절하게 지출됐다는 금감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SC제일은행을 활용한 SCB 본사의 부당 · 불법 여신 행위도 집중 추궁된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의 경우 최근 논란이 된 대북계좌 개설 문제로 국감 증인대에 설 가능성이 큰 상태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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