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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반은‘군복’반은‘사복 그들은‘야누스’인가
[커버스토리] 반은‘군복’반은‘사복 그들은‘야누스’인가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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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의 두 얼굴] ‘국내 우량기업 토종지킴이 · 해외펀드 대항마 · M&A 신(新)강자 · 군 재테크 사령부 ….’ 군인공제회의 닉네임들이다.
적지 않은 별칭만큼이나 군인공제회는 최근 주목받는 단체다.
때론 엄청난 자금력으로 M&A시장 판도를 뒤흔들기 일쑤다(관련기사 22-24쪽). 때론 지나치게 비대해진 ‘힘’ 덕분에(?) 각종 ‘특혜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군인공제회가 국회 국정감사(매년) · 감사원 감사(수시) · 국방부 감사(격년) 등 각종 감사에 시달리는 까닭이다.
군인공제회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군인공제회법’이라는 특별법을 근거로 설립됐다.
회원은 대략 16만6천여명(2005년 12월 현재). 장기복무 하사 이상의 군인과 군무원 · 국방부 및 소속기관 공무원 · 국방과학연구소 · 국방품질관리소 등만이 회원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군인의 군인을 위한’ 조직인 셈이다.
자산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총 자산은 무려 6조9천억원 수준(2005년 12월 현재).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천759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22년간 ‘흑자기록’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사업수완이 빼어나다.
이른바 ‘군인사회’에서 군인공제회의 역할은 크다.
무엇보다 유일무이한 현역 군인복지기관으로서 지금까지 총 수익의 68%를 회원들에게 환원해줬다.
이로써 직접 환원된 금액만 해도 4조5천억원대. 이는 군인공제회의 큰 자부심이다.
군인공제회의 산하사업체 역시 대부분 ‘군’과 관련성이 깊다.
군인공제회는 그 산하에 ▲직영업체 ▲위탁관리업체 ▲독립법인체 등 세 부류의 사업체를 두고 있다.
독립법인체는 법적으로 별개의 법인격(法人格)이 부여된 사업체다.
대한토지신탁(부동산전문 신탁금융기관) · 한국캐피탈(여신전문 금융기관) · 덕평관광개발(골프장) · 용산대행(법인대리점)이 여기에 속한다.
직영업체는 군인공제회가 직접 경영하는 사업체다.
내부적으론 독립적으로 회계업무를 처리하지만 대외적으론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지휘한다.
인사권 역시 이사장에게 있다.
연말 회계보고도 이사장이 직접 받는다.
제일식품사업소(군 장병 급식지원) · 대양산업(신발 공급) · 대신기업(봉제업) · 고려물류(물류사업소) · 공우ENC(주로 시설관리) · SOC사업관리단 · C&C(SI업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위탁관리업체는 군인공제회가 국방부로부터 위탁받아 경영하는 사업체로 태릉 · 남수원 · 남성대 골프장 등이 있다.
군인공제회 성격 논란 ‘현재진행형’ 이들 사업체 중 제일식품 · 대양산업 · 대신기업은 국방부 직영공장 개념이다.
전시 및 평시 군수물자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C&C와 공우ENC는 국방정보화사업지원 · 군 시설관리 및 환경사업을 전담하고 용산대행은 군용차량보험을 대행한다.
순수 수익사업체는 덕평관광개발 · 고려물류 · 대한토지신탁 · 한국캐피탈 등 4개가 고작이다.
얼핏 봐도 군인공제회는 국방부의 산하기관이나 하부조직 쯤으로 판단된다.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 산하기관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사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한다.
그 예로 민간투자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을 꼽는다.
이런 논쟁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군인공제회의 성격을 둘러싸고 ‘법정소송’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과연 군인공제회의 실체는 무엇일까. 국방부의 ‘식구’일까, ‘민간기관’일 뿐일까.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라사랑카드사업’과 ‘사이버 지식정보방 민간투자사업’은 이 같은 논란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나라사랑카드사업’은 ‘전자통장체계’ 또는 ‘전자병역(전역)증’(이하 전자병역증)을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전자병역증은 이를테면 ‘신분증’도 되고 ‘금융카드’도 된다.
전자병역증만 있으면 신분 확인과 금융결재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세계 최초 사업이다.
정부의 혁신 우수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혁신박람회’에도 출품됐다.
그만큼 ‘주목받는’ 사업이었다.
‘나라사랑카드사업’의 추진업체는 다름 아닌 군인공제회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5월9일 국방부 및 병무청과 ‘나라사랑카드 관리운영대행 약정서’를 수의계약을 통해 체결했다.
국방부 및 병무청이 군인공제회에 ‘나라사랑카드사업’을 ‘대행(代行)’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과 정식계약을 체결한 군인공제회는 현재 ‘나라사랑카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 시행일은 2007년 1월(예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행’의 성격이다.
‘대행’은 말 그대로 ‘대신(代) 행(行)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나라사랑카드사업’을 군인공제회가 국방부 및 병무청을 대신해 추진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대행’은 행정기관의 하부기관 또는 보조기관(산하기관)만 맡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분명 ‘국방부의 산하기관’이 맞다.
하지만 여기엔 비화(秘話)가 숨어있다.
군인공제회가 이 사업을 ‘대행’하는데까진 수많은 진통이 있었다.
무엇보다 국방부는 ‘나라사랑카드사업’을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에 위탁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위탁’(委託)과 ‘대행’은 엄연히 다르다.
‘위탁’을 맡을 수 있는 주체는 행정기관의 보조기관·하부 행정기관이 아닌 동등한 기관이거나 민간기관 뿐이다.
‘위탁’이냐 ‘대행’이냐에 따라 계약방식도 달라진다.
군인공제회 성격 두고 법정소송도 ‘대행’은 수의계약으로 결정된다.
반면‘위탁’은‘공개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은“~ 행정기관은 민간 수 탁기관을 선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공개 모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라 사랑카드사업’의 추진 방식에 대해 법적 검토를 마친 국방부 법무담당관은‘대행’대신‘위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 약정서는 비록‘나라사랑카드 관리운영 대행 약정서’라고 하고 있지만 ~ 소관 사무를 민간에 위탁해야 할 것이다~.”자칫 잘못하다간 수의계약을 통해‘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수주하려던 군인공제회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판이었다.
공개 경쟁 입찰을 치를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와 군인공제회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위탁’이 아닌 ‘대행’을 한 것이다.
논란은 물론 있었다.
“국방부 법무담당관의 의견과 달리 ‘대행’을 결정하고 ‘수의계약’을 체결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군인공제회는 단호했다.
“국방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대행’을 한 것이고, 그래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군인공제회가 ‘국방부 산하기관’이라고 주장한 첫 번째 근거는 기획예산처의 ‘정부 산하기관 조사대상 기관 선정 기준(정부 산하기관 선정 기준)’이다.
정부 산하기관 선정 기준에 따르면 ‘정부 산하기관’을 출연기관 · 출자기관 · 위탁기관 및 기타 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기타 기관은 ‘정부가 기관장 임원 인사에 관여 또는 주무부처에서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예산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모든 기관 또는 단체’라고 못 박고 있다.
군인공제회측은 “정부가 군인공제회의 이사장 · 임원 인사에 관여하고, 예산사업계획을 승인 받는다”면서 정부 산하기관의 ‘기타기관’에 속한다고 말한다.
군인공제회는 또 ‘국방부 공문서 수신처 일람표(국방부 일람표)’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운다.
실제 <국방부 일람표>의 ‘기타기관’엔 군인공제회가 적혀 있다.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의 임원은 공직자로서 재산신고를 해야 하고 국가청렴위원회의 감독도 받는다”면서 “통념상 뿐 아니라 현행법상으로 분명한 공공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
“통념상 뿐 아니라 현행법상으로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는 ‘민간투자사업’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국방부의 민간투자사업인 ‘국방사이버지식정보방 사업’(지식정보방사업)의 예를 살펴보자. 지식정보방사업은 중대급 부대에 인터넷PC가 보급된 ‘사이버 지식정보방’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를테면 ‘군 PC방’이다.
이는 범정부적 사업이자 군 인적자원개발 종합계획의 일환이다.
국방부 · 교육인적자원부 등 11개 정부부처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식정보방사업으로 새로운 병영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PC를 통해 어학공부 및 각종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는 식이다.
사업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육 · 해 · 공 및 국방부 직할부대에 총 3천188개의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설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총 4만587대의 인터넷PC가 보급될 계획이다.
유선 및 무선인터넷 1천449 회선도 설치할 예정이다.
부수적으로 책상 · 의자 · 헤드세트 · 선풍기 등 비품도 필요하다.
총 사업비는 10년 간 1천285억원 수준이다.
국방부는 ‘지식정보방사업’을 민간사업자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공개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여기엔 쿠도F&S 주식회사, 주식회사 미디어솔류션 등 7개 사업자가 참여한 그랜드컨소시엄(가칭 국방사이버지식정보방주식회사)과 군인공제회가 참여했다.
최종 승자는 군인공제회였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20일 군인공제회를 1순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쿠도F&S측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 산하기관이자 공공기관인 군인공제회가 어떻게 민간투자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가능했겠는가”하는 의문도 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쿠도 F&S는 법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오는 24일 변론기일이 잡혀 있어, 조만간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쿠도 F&S 한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사업에서 보듯 군인공제회는 분명히 국방부의 산하기관”이라면서 “그렇다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 “설사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방부 산하기관인 군인공제회가 보다 많은 입찰정보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군인공제회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다른 정부 산하기관과는 달리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사회 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는 ‘공공부문 이외의 자’다.
여기서 공공부문은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정부투자기관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각종 공사 또는 공단이다.
군인공제회는 분명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민간부문인셈이다.
군인공제회 측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군인공제회가‘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수 있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또 있다.
“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군인공제회정관’은“공제회의 자본금은 부담금 및 사업에서 생기는 순수익금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조항은 없다.
실제로도 받지 않는다.
군인공제회의한 관계자는“군인공제회의 자본구성은 정부보조금이아닌회원부담금및순수익금”이라면서“때문에 공공기관이 아니고, 민법과 상법이 적용되는 민간기관인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법’에 따르면 상황이 애매해진다.
‘군인공제회법’ 제15조는 “공제회의 자본금은 회원의 부담금과 정부보조금으로 한다”면서 "정부보조금은 공제회의 보호 ·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교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조항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재향군인회는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민간기관이 될 수 없고, 군인공제회는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간기관”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정부보조금을 받은 적 없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라면서 "이는 공공부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나라사랑카드사업’과 ‘지식정보방사업’은 군인공제회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나라사랑카드사업’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이라는 명분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지식정보방사업’에선 ‘민간투자자’로서 사업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때론 정부 산하기관 때론 민간사업자 군인공제회 측은 이렇게 반박했다.
“예를 들어 홍길동(군인공제회)은 집에서는 가장(산하기관)이고, 직장에서는 은행의 부장(민간투자회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산하기관이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말은 억지다.
” 하지만 국방부 산하기관 군인공제회가 국방부 수주사업에 민간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얼마나 공정한 경쟁이 치러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절대 누설되지 않아야 할 입찰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실’을 방지하는 취지의 공개 경쟁입찰의 뜻도 훼손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이 감시감독 기능이 발달한 시대에 특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군인공제회나 국방부 모두 스스로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 경쟁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때로는 국방부 산하기관으로, 때로는 민간투자사업자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군인공제회. 그들이야말로 ‘군복’과 ‘사복’을 함께 입고 있는 ‘야누스’가 아닐까.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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