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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사장 바뀌면서 투자 갈팡질팡
[커버스토리] 이사장 바뀌면서 투자 갈팡질팡
  • 김성수 객원기자
  • 승인 2006.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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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 속앓이 사정] 대우건설 인수 뜻대로 안 돼…공제회 회원 수익율 눈치 보는 듯 순풍에 돛단 듯 잘 나가던 ‘거함’ 군인공제회호(號)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에서다.
군인공제회(이하 공제회)는 공격적인 투자로 ‘재무적 투자자(FI)의 인수 합병(M&A) 표본’이라 불릴 만큼 금융권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실제 M&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공제회다.
그러나 요즘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여기저기서 애꿎은 이름만 거론될 뿐 거둔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평가다.
군인과 군무원의 생활안정,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1984년 설립된 공제회는 연기금과 성격이 구별된 일종의 저축기관. 때문에 수익성을 강조한다.
지난 20여 년간 이 같은 투자원칙을 고수, 설립 당시 223억원에 불과했던 자산을 무려 5조원으로 키우는 성과를 냈다.
공제회의 회원 수는 지난 1월 현재 16만7천500여명(89.6%)으로, 현역 장교 · 부사관 · 군무원 등이 매월 2만∼50만원씩 내는 회비가 주된 자본이다.
회원 저축 3조9천여억원과 주택사업, M&A에 투자한 분양금 및 차입금 등 총 5조2천여억원이 공제회의 기본자산이다.
이 중 건설 사업에 40%를, 사업체 운영에는 20% 정도를 투입하고 있다.
나머지는 주식과 채권, M&A 등을 통한 기업 인수자금으로 사용한다.
공제회 산하 사업체는 14개. 제일식품, 대양산업, 대신기업, C&C, 고려물류, 공우 ENC, SOC 사업관리단 등 7개의 직영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토지신탁과 한국캐피탈 등 3개 법인체와 덕평 등 4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업 42개사, 건설업 25개사와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결과 공제회는 지난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이익을 거뒀다.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공제회는 지난해 목표 480억원보다 3배 이상인 1천7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상이익은 2천760억원. 금융 분야에서 2천885억원, 건설 분야에서 2천374억원, 사업체에서 522억원 등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공제회는 이렇게 모인 막강한 현금동원력을 앞세워 부동산과 주식 · 채권, M&A 등 ‘돈 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으론 수익성만 쫓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만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지만 적극적인 지분참여로 M&A 시장에선 ‘큰손’ ‘숨은 실력자’등으로 불린다.
공제회는 지난 1987년 덕평CC를 인수하면서 첫 M&A 물꼬를 텄다.
1998년 고려물류사업소(냉장 물류창고)를 인수했고, 2001년 대한토지신탁을 비롯 중부리스금융, 경남리스금융을 인수해 한국캐피탈을 설립했다.
2003년에는 금호타이어 지분 50%를 인수했고, 2004년 계열사인 공우ENC를 통해 무료 만화일간지 ‘데일리줌’ 지분을 사기도 했다.
이어 진로, 두산인프라코어, 해태제과 등의 인수전에도 참여해 두각을 나타냈다.
공제회의 M&A 투자엔 원칙이 있다.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에는 절대 개입치 않는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지분 인수 당시 JP모건, 칼라일 컨소시엄 등과 같은 쟁쟁한 외국 상대들을 제쳐 ‘토종 기업 지킴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지난해 진로 지분 협상과정에선 ‘토종자본으로 국민기업을 지킨다’는 대의명분으로 업무를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 천하’를 호령할 듯하던 공제회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신규투자가 거의 전무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내부 기강 또한 우려할 만큼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제회가 새 선장을 맞은 이후부터 잔뜩 움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조영호 이사장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게 그의 취임 일성이었다.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조 이사장은 조심스러운 입장도 숨기지 않았다.
‘큰손’또는 ‘거물’로 꼽히는 공제회를 맡은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는 “공제회 CEO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제회 안팎에선 조 이사장 체제에서도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조 이사장 취임 이후 공제회는 과거와 사뭇 다른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건설 인수전이다.
매머드급 매물이었던 대우건설은 조 이사장의 첫 시험대였다.
공제회가 조 이사장 체제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됐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 관련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줄곧 ‘러브콜’을 받아온 공제회는 돌연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인수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까닭에서다.
공제회 이사회에서는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항간에선 내부 갈등설도 흘러나왔다.
조 이사장이 비(非)육사 출신이라는 게 추측의 근거였다.
그는 학군(ROTC·7기) 출신으로, 비육사 출신이 공제회 이사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제회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전 불참은 과열에 따른 고가인수 전망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출신을 이유로 한 내부 갈등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제회의 ‘백기 투항’은 이뿐만 아니다.
공제회는 지난 7월 수천억원 들어간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손을 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지는 서울 마지막 노른자위로, 공제회는 지난 2004년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앞서 공제회는 2천4백여억원을 투자한 성남시 신흥동 성남제1공단 용도 변경과 관련 시와의 사전유착 의혹을 받기도 했다.
공제회는 성남제1공단 투자 자금 회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8월 대출 알선 명목으로 수억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직원들이 구속되면서 공제회에 대한 불신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공제회의 내부적 요인도 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 이사장 취임 당시 동종업체인 교직원공제회가 지난해 행담도 투자에 이어 영남제분 투자로 구설수에 올라 공제회 스스로 바짝 엎드려야 할 형편이었다.
또 대규모 M&A를 주도하는 부서인 금융투자본부 사령탑의 공백도 공제회가 주춤거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공제회 업무는 기획 · 관리 · 재무 ·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서는 단연 금융투자본부다.
대규모 M&A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곳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김성중 전 본부장. 그는 해태제과, 두산중공업, 진로, 금호타이어 등 공제회를 성공 신화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러나 올 초 김 전 본부장은 한국캐피탈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감사는 최근까지 계속됐다.
감사원은 조 이사장 취임 직후 국방부를 감사하면서 공제회의 경영과 자산운용, 복지사업 등에 대해 전면 감사를 실시했다.
이 감사는 지난 5월 말 마무리됐지만, 끝나기가 무섭게 지난 6월 국방부의 정기 감사가 곧바로 이어졌다.
또 최근엔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이쯤 되자 잇따른 감사로 공제회 사업에 차질이 초래됐다는 내부의 주장도 있다.
공제회의 관계자는 감사로 인한 사업 차질에 대해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고 애매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이어 “수익과 함께 안정성이 보장되는 투자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만 4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목표 620억원의 73%를 이미 달성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공제회의 회원 급여율은 연평균 7% 정도. 은행이자의 2배에 가까운 수익을 회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공제회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대한통운 등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들은 모두 투자대상 후보. 굵직굵직한 M&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공제회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매복 중인 조 이사장의 작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성수 객원기자 sungsu08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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