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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수출 잘 되니 살 맛 나네요! ⑥
[커버스토리] 수출 잘 되니 살 맛 나네요! ⑥
  • 김대섭 기자
  • 승인 2007.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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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뜰어보기] - 나섬유씨의 FTA<섬유산업> 주말도 일하지만 주기상승·성과급 기대감에 힘들지 않아 국내 모 섬유업체의 수출 관련 부서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나섬유(35)씨.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한미 FTA 타결 이후, 일주일에 이틀씩은 꼬박 야근을 하고 있다.
주말도 포기한 상태다.
한 주의 첫 시작인 월요일 아침, 이번 주도 처리할 일들이 수북하다.
하지만 나씨는 이런 바쁜 상황이 힘들기보다 매우 즐겁다.
회사가 2002년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했지만 큰 폭의 수출 증대로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는 흑자가 예상돼 앞으로는 연말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출 업무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사고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 멀게만 느껴졌던 승진도 바라볼만 하다.
업무 늘었지만 일은 술술 풀려 더욱이 몇 년 전부터 국가간 FTA 흐름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조금씩 사놓았던 섬유관련 주식도 연일 오름세를 보여 재테크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FTA 이후 일이 술술 풀리는 분위기다.
그동안 전자,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대학동창들이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의 성과급을 자랑할 때마다 조금은 부러웠던 나씨. 하지만 이젠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먼저, 금요일까지 가장 중요한 대미 수출 계획안을 다시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
통관 절차 간소화와 관세 철폐 및 인하에 따라 대미 수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FTA 타결로 수출품이 미국 공항이나 항만에 도착할 경우 기존보다 절반이 줄어든 48시간 이내에 반출할 수 있게 바뀌어 인건비와 물류비가 대폭 줄었다.
원산지 증명을 수출자나 생산자, 수입자가 자율적으로 작성해 발급할 수 있도록 간소화하고 원산지가 맞는지 여부를 수입국 세관 당국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원산지 현장검증제도’를 도입한 결과다.
관세 철폐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경쟁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높다.
FTA 타결로 섬유류 중 품목 수 기준으로는 86.8%, 수입액 기준으로는 61.2%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기 때문이다.
물론 린넨, 리오셀, 레이온, 여성재킷, 남성셔츠 등 5개 품목에 대해서만 원사 기준(얀포워드) 적용을 예외 받았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큰 이득을 보고 있다.
품목 기준으로 나머지 13.2%는 5년 또는 10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세를 없앨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 섬유 관세율은 13.1%로 우리나라 섬유 관세율 9.3%보다 3.8%p 높았다.
나씨는 새로운 대미 수출 계획안에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회사 부설연구소의 상반기 경영평가보고서를 살펴봤다.
FTA 타결 이후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가격 경쟁력 확대와 중국으로 오더를 집중했던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주력 제품을 중·고가 제품으로 신속하게 전환한 것이 매출액 증가에 적중했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적자였던 폴리에스테르 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정부가 중·고가 시장 선점 효과 증대 등을 위해 원부자재와 완제품 생산업계 간의 협업 지원을 확대하고 패션 의류기업의 디자인·브랜드·마케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섬유펀드를 구성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섬유제품의 미국 수출액은 연간 1억8천만달러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 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미 수출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에 대한 보고서도 대미 수출 계획안에 첨부할 예정이다.
내일부터는 이틀간 대구 출장이 계획돼 있다.
스케줄을 점검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대구의 섬유협력업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섬유업체가 밀집한 대구 지역이 오랜만에 되찾은 호황에 업체들은 물론 지역경제가 눈부시게 살아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다.
그 담당자는 섬유공단 주변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FTA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섬유산업이 이미 10년 전에 수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게 이유. 지금의 수출 증가는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국내 임금의 1/3 수준으로 섬유제품을 만들고 있고 생산시설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경쟁력 증가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통한 수출에 기대 커 나섬유씨는 대구 출장을 마치면 바로 개성공단으로 가야 한다.
FTA의 원산지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은 한국에서 생산된 원사로 직물을 짜고 한국에서 최종적으로 의류를 만들어야 무관세 혜택을 준다는 것. 우리나라는 중국 등에서 수입한 원사로 해외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외가 인정되지 않으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추세다.
FTA 협상 과정에서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해 한반도에서 비핵화가 진전되면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할 근거를 협정문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씨는 개성공단 내에 생산공장 설립이 가능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해 보고 현재 중국, 베트남 등에 위치한 생산공장의 국내 이전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다음 주 안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시찰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지난 번 우회수출 의혹을 받았던 중국 공장 건에 대한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 산업자원부에 보고해야 한다.
FTA에 따라 값싼 중국산 섬유류의 우회수출 의혹이 발생할 경우 한국 세관은 섬유수출품에 대해 원산지를 검증하는 ‘간접검증’을 실시하게 되고 산자부는 섬유업체들의 기업정보를 취합해 미국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 섬유업체에 우회수출 혐의가 있으면 미국 세관당국이 업체를 현장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관련 자료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실 미국이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 방지를 이유로 국내 업체의 경영정보를 포함해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하고 감시활동을 펼치는 것은 탐탁치 않다.
어쨌든 이번 주말에도 일 때문에 사무실에 나오게 될 듯싶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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