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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일방해지 억울 계약 위반 당연 Ⅱ
[스페셜리포트] 일방해지 억울 계약 위반 당연 Ⅱ
  • 진희정 기자
  • 승인 2006.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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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업계 ‘딜러십’ 놓고 이견 팽팽 … 서로 ‘네 잘못’ 떠넘기기 지난 1987년 수입 개방화 물결을 타고 수입차 국내 판매가 허용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입차업계는 연간 100대도 팔지 못했던 초기와는 달리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3%대가 넘는 3만대 이상의 시장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에 따라 수입업체가 딜러 계약을 일방 해지해 딜러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입장 차이로 인한 논란도 불거지는 추세다.
결국 업계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는 셈이다.
지난 2003년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당시 렉서스 딜러였던 SK글로벌과의 계약을 일방 해지한 이후, 지난해에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프리미어모터스와 이별을 통보했고, 올해 들어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가 분당딜러인 유진&컴퍼니,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DCK)가 전주 딜러인 김현모터스의 딜러십을 각각 해지 통보했다.
수입차 딜러를 맡으면, 전시장 인테리어 및 부가 비용으로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여기에 정비공장까지 지으면 투자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딜러십이 해지되는 상황에 이르면, 그동안 투자했던 돈을 환수할 길이 없어진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개인이나 중소 딜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동안 판매 누적적자가 있었던 경우 피해는 더욱 막심해진다.
결국 이를 놓고 수입업체와 딜러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의 경기 분당지역 딜러사인 유진&컴퍼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MBK를 제소했다.
딜러 측이 “수입업체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MBK 측에서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으니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양측의 쟁점은 계약 내용의 위반 여부다.
계약서에는 딜러 측 주주 변동 사항에 대해 60일 내에 통보하라는 내용이 명기돼 있는데, 유진&컴퍼니 측이 지난해 일본 IT기업 퀸랜드의 자본(지분 50%)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를 60일 이내에 MBK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입차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너무 억울한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진&컴퍼니의 김유진 사장은 한성자동차에서 다년간 벤츠 영업을 하다가 딜러 사장이 됐으며, 업계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꿈을 이룬 인물’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자본 유치와 관련해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계약서의 글귀 한 줄 때문에 딜러 해지를 시켰다는 것은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벤츠가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호조를 보이자, 자금 투자 여력이 없는 김 사장 대신 대기업을 물색해 딜러 자리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밖에 “MBK 관계자의 지분 참여를 거부해 생긴 결과가 아니냐” “퀸랜드 자회사인 오토큐브가 폭스바겐 딜러의 지분도 갖고 있기 때문에 판매 및 마케팅 관련 정보가 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 업계에 떠도는 소문도 상당하다.
유진&컴퍼니, 벤츠 제소 현재 유진&컴퍼니의 김유진 사장은 어떤 법적 분쟁보다는 대화로 일을 해결하고 싶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계약 해지에 대한 공문이 이미 나갔고 유진&컴퍼니는 내년 1월까지만 벤츠 딜러를 하게 될 것이며 독일 본사에 문의하고 내부 회의를 거쳐 최종 계약 통지서를 보낸 만큼 재고의 여지는 없다”며 “현재 효성을 포함해 분당 딜러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진&컴퍼니의 감정은 이미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계약 위반을 했다고 한 번 봐주기 시작하면, 나머지 14개 딜러들 역시 봐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크라이슬러와 지프, 닷지 등의 차를 판매하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DCK)는 지난 4월30일 전주지역 딜러의 계약을 해지시켰다.
이를 두고 수입업체와 딜러 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최근 딜러 측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DCK를 제소한 상황이다.
전주딜러인 김현모 사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14년 9개월 동안 크라이슬러를 위해 일해 온 딜러”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에 따르면, 올 초 DCK측에서 월 7대씩 3개월 동안 21대를 팔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목표대수의 80% 정도를 달성할 정도로 노력했지만, 수입업체 측에서 인정해주지 않고 지난 4월 딜러 해지시켰다는 것이다.
이미 김 사장은 그동안 크라이슬러 딜러를 하며 전시장과 정비공장을 짓는 등 시설투자를 하느라 수억원의 돈을 까먹은 상황이다.
DCK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판매를 못하기 때문에 딜러를 해지시킨 것은 아니다”며 “정비를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고객에게 과다 견적을 청구하는 등 딜러십을 유지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이 수입차 딜러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브랜드와 접촉하거나 실제로 폭스바겐 광주 딜러십을 따서 현재 운영 중이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또 추가적으로 전시장의 위치를 익산에서 전주시내로 옮기는 등 시설 확충을 요구했지만,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김 사장이 이를 들어주지 않자 판매목표 미달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역시 딜러십 반납 이후의 마무리 작업이다.
예를 들어 전시장의 간판을 딜러와의 협의 없이 DCK측에서 떼어갔다거나, 부품 처리 문제 등으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모든 것이 양측의 감정 악화로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수입업체와 딜러들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3년 한국토요타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딜러십을 일방 해지시켰을 때부터 큰 논란을 빚었다.
당시 SK는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간 것이 계약해지 요건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판매 증가세가 유지되고 회사도 회생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런 결론이 내려져 양측은 팽팽한 법정 싸움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토요타는 결국 2005년 SK 측에 3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2년여에 걸친 분쟁을 끝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볼보가 프리미어모터스와의 계약을 일방 해지해 업계에 파장을 불렀다.
차량 판매에 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또한 GM코리아 역시 캐딜락과 사브의 딜러였던 SAG의 계약을 일방 해지시켰다.
수입업체와 딜러들의 문제에서 가장 큰 쟁점은 딜러 측에서는 “수입업체가 불평등 계약과 일방적인 해지 등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고, 수입업체 측은 “딜러가 우리들이 요구하는 일정 기준에 미달되거나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가 커지면서 이런 문제들이 자꾸 불거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업체들의 계약 해지가 원만한 방법이 아닌 일방 해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상사의 한국법인인 TT코리아가 진세무역의 딜러권을 해지할 때 적절한 보상과 함께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가 있다.
수입업체 횡포인가? 딜러들 실수인가? 하지만 최근 잇달아 생기는 문제들은 수입업체와 딜러들이 상호 충분히 의사교환이나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딜러 계약을 하기 때문에 결국 법정 싸움이나 공정위 제소까지 가게 된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계약 해지가 됐다고 해도 다른 부문의 흑자로 덮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개인이나 중소규모의 딜러들은 그대로 손해를 안아야 한다.
수입차업계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딜러십 반납이 가장 큰 사례다.
어쨌든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서로간의 상호 협의가 없다면, 앞으로 업계 발전은 물론 각 브랜드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진희정 기자 jhj155@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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