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글로벌] ‘황허 치수’ 이제 디지털로 잡는다
[글로벌] ‘황허 치수’ 이제 디지털로 잡는다
  • 박영서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2010년 이후부터 디지털 통제 … 통계자료 분석·연구해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 중국에는 ‘천하통일보다 어려운 일이 황허(黃河) 치수’라는 얘기가 있다.
기원전 2070년 하(夏)왕조의 시조인 우(禹)가 황허 치수의 공을 인정받아 요(堯)로부터 제위를 물려받았다는 고사는 치수가 나라의 근본이자 최대 난제였음을 강조하는 방증이다.
실제로 황허는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원전부터 1949년까지 2천여 년 동안 1,500회나 크게 범람해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이처럼 치수가 힘든 황허를 다스리기 위해 최근 중국 정부가 역사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황허 치수에 IT 제어기술을 접목, 2010년 이후 황허에 대해 전면적으로 디지털 통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최근 그 골격을 완성했다.
‘디지털 황허’는 자연 모습 그대로의 황허를 컴퓨터 환경 속에 구현한 것으로 수천 년 동안 축적된 통계자료를 분석·연구해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황허의 실시간 수량과 저수고 상황, 황토 분진 함유량이 표시되고 수문까지 원격 제어하는 첨단 기능이 들어가 있다.
또 디지털 황허의 응용범위를 재해방지 및 수질제어, 토사유지, 수리공정관리 등에까지 확대해 컴퓨터상에서 황허 운행의 일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위성원격탐지기 등 각종 탐지측정기를 설치해 유속의 변화와 유량의 증가 조짐, 수질오염 상황을 몇 분 안에 컴퓨터 전산정보망에 전달할 수 있는 장치도 구축해놓았다.
당국은 황허를 컴퓨터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범람 예방 외에도 수질안전, 퇴적물이 쌓여 하천 바닥이 높아지는 천정천(天井川) 현상 방지, 갈수기 유량 확보 등을 실현하기로 했다.
디지털 황허 공정 중 일부는 이미 가동에 들어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70년대 이후 갈수기 때마다 황허에 22차례나 강물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며 “적정 유량을 유지하는 것이 디지털 황허의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황허의 진흙 유실을 막고 창장(長江)의 최대 지류인 우장(烏江)의 물을 이용해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초대형 토목공사에도 착수했다.
이 사업에는 약 1천억위안(15조원)이 투입된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18년간 16만3천 곳에 제방을 새로 만들거나 대대적인 준설작업을 벌이게 된다.
귀저우(貴州)성 우장 유역에서는 발전용량이 300만㎾에 이르는 초대형 발전소 건설이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창장(長江)의 홍수를 막기 위해 건설되는 싼샤(三峽)댐 공사에 맞먹을 유례없는 대형 토목공사다.
서쪽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원해 산시(陝西)성, 간쑤(甘肅)성 등의 황토고원을 거치며 5,464㎞를 흐르는 황허는 매년 16억t의 토사를 유실시키며 중국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다.
이제 중국 공산당은 우(禹)왕의 치수신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왕은 아버지 곤이 9년간이나 황허의 홍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벌을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이를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 13년간이나 찬 이슬을 맞으며 황허 치수에 대해 생각하며 지냈다고 한다.
여기에는 자기 한 몸의 고달픔으로 천하의 백성을 평안케 하려는 우왕의 대의가 담겨있다.
지구촌 최강국으로 무섭게 도약 중인 현대 중국이 과연 2000여 년 전 우왕이 추구했던 ‘대의’를 달성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서 기자 pys@heraldm.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