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경제 거꾸로 읽기] 개보다 작은 군인 밥그릇
[경제 거꾸로 읽기] 개보다 작은 군인 밥그릇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제공
  • 승인 2006.11.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대인 이모씨는 애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몸무게가 3kg도 안 되는 귀여운 애견이다.
이씨는 이 개에게 '캐니대'라는 사료를 먹이고 있다.
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 사료다.
사료 봉지에는 설명문이 적혀 있다.
"아미노산, 킬레이트 미네랄 함유·소화효소 첨가·살코기만 사용·식물성 약초 허브 사용·알레르기 유발성 곡물(옥수수, 콩, 밀)은 사용하지 않았음·100% 천연성분·10가지 피부, 모질 개선 원료 포함…." 이른바 ‘기능성사료'다.
애지중지하는 애견의 알레르기를 막아주는 사료다.
애견의 털이 말끔해지고, 피부도 깨끗해진다고 해서 이 사료를 골랐다.
봉지에는 하루 권장량도 명시되어 있다.
▲몸무게 1~4.5kg인 '자견'에게는 60~170g ▲4.5~11.3kg인 개에게는 170~225g ▲11.3~22.5kg인 개에게는 225~450g ▲22.5~33.8kg인 대형 개에게는 450~560g을 권장량으로 하고 있다.
이 사료는 가격이 1.3kg 한 봉지에 1만원이다.
이씨가 키우는 작은 개에게는 하루 120g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면 한 봉지로 열흘을 먹일 수 있다.
하루 사료 값을 따지면 1천원 정도다.
그러나 대형 개에게는 권장량의 평균만 잡아도 하루에 500g 정도를 먹여야 한다.
한 봉지로 이틀 반밖에 먹이지 못한다.
단순계산으로 하루 4천원 어치의 사료를 줘야 한다.
'초이스'라는 먹이도 있다.
7.5kg 한 봉지에 3만3천원이다.
하루 500g을 먹인다고 하면, 보름을 먹일 수 있다.
그럴 경우 하루 사료 값은 2,200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칠 수는 없다.
개에게도 '간식'이 필요하다.
이 간식 값이 만만치 않다.
서울 둔촌동의 한 '애견센터'에서 판매하는 '간식' 가운데 '참칫살' 2조각이 든 간식은 2천원이나 된다.
개 통조림인 '시저'는 1,200원이다.
'헬로 도기 웰빙 닭'이라는 닭살 간식은 15개가 든 봉지 하나에 4천원을 받고 있다.
'치즈 슬라이스 사사미'라는 간식은 400g짜리가 1만원이다.
'사사미 저키'라는 간식도 400g짜리가 1만원이다.
이씨의 경우, 애견에게 사료 외에도 간식을 이것저것 구입해서 먹이고 있다.
그러니 개를 먹이는 비용은 '사료 값+α'다.
어쩌면 'α'가 사료 값보다 많을 수도 있다.
이씨에게는 군에 입대한 아들이 있다.
요즈음 군대는 대단히 좋아졌다고 들었다.
햄버거와 닭튀김이 나올 때도 있고, 탕수육, 카레라이스, 자장면과 냉면이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김치도 '주문김치'다.
먹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기사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지난 6월 보도된 기사다.
"우리 군은 국방부가 마련한 '2005년 급식 운영지침'을 기준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
1인당 하루 4,665원으로 한 끼에 1,555원이다.
"그러면서 15사단 장병의 어느 날 식단이 소개되었다.
아침은 북어챗국과 생선묵볶음, 점심은 해물찌개, 돼지갈비찜과 콩나물무침, 저녁은 김치찌개, 떡볶음, 명태살 계란찜 등이 급식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국군 사병의 몸무게는 무거운 대형 개와 비교해도 곱절 이상이다.
한창 먹을 나이다.
그렇지만, 하루 급식비를 따져보면 4,665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군에서 '간식'을 준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씨의 아들은 기껏 애견만큼의 돈을 들인 음식을 먹고 있다는 얘기가 될까. 아니면 애견이 사람보다도 호강하는 것이 될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제공 www.cs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