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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시골 남자의 코스닥 입성기
[커버스토리] 시골 남자의 코스닥 입성기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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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베디드 국내 1위 김현철 MDS테크놀러지 사장 ‘성공비결은 역지사지’ “저는 학교 다니면서 반장도 한번 못해봤어요. 유일하게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부장을 해본 것이 전부죠. 친구들도 제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의아해합니다.
” MDS테크놀로지 김현철(43) 대표의 외모는 전남 영광출신답게 시골집 아저씨나 옆집 형님처럼 꾸밈없고 소탈하기 그지없다.
멋이란 도통 낼 줄 모르고 머리 감고 말리기 좋다는 이유로 스포츠형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눈초리만은 누구보다 살아 빛난다.
올해 380억원 매출에 77억원의 순이익, 내년에는 500억원 매출에 100억원의 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둔 MDS테크놀로지 김현철 대표를 만나 임베디드 SW 분야에서는 절대강자로 입성한 사연을 들어봤다.
‘취업난’ 김 대표는 조선대 전자공학과 졸업을 1년 앞둔 1988년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에 취업하는 친구들과 달리 좀처럼 취업이 안 돼 조바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 그는 결국 벼룩시장에 실린 두 줄짜리 광고를 뒤져서 서울 성수동에 밀집한 공장을 찾아갔다.
무슨 일이라도 시켜달라고 매달렸다.
당장에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는 안 쓴다”는 공장 측의 고갯짓에 씁쓸히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다가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그가 처음 맡은 일은 바로 그가 지금 사업하고 있는 임베디드 분야였다.
운이 좋았던 편이기도 하지만 일에 빠져들다 보니 점점 재미가 붙더라는 것이다.
결국 몇 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1994년 창업을 강행했다, 당시 직원은 2명으로 여의도의 조그마한 오피스텔에서 출발했다.
그것이 지금의 MDS테크놀로지의 모체다.
선택과 집중 사업을 하다보면 누구에나 위기는 오는 법. 김 대표에게도 IMF 때가 가장 위기였다.
외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느라 7천여만원의 부채가 있었는데 그 부채는 한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1억5천만원으로 둔갑해 버리고 말았다.
당시의 상황은 한마디로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고민 끝에 아내에게 "어렵게 장만한 집을 담보로 잡아서라도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고 은행에 다니던 아내는 의외로 순순히 동의를 해줬다.
그는 태연한 아내의 모습에 되레 자신이 놀랐다고 회고했다.
1998년, 위기 후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것을 김 대표는 절감했다.
당시 IT시장은 네트워크 분야가 강세였지만 김 대표는 휴대폰 임베디드 분야를 택했다.
당시 휴대폰 수요는 급증했고 김 대표가 독일에서 독점 수입해 한국의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Trace32'라는 솔루션은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덕분에 1년 만에 모든 부채를 갚고 버렸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나의 좌우명을 세웠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남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역지사지’. 그가 오늘 날 2명의 회사를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끌어올린 비결이다.
얼마 전 전 직원 워크숍에서 유형테스트를 했는데 ‘잭 웰치, 이건희, 정주영’같은 유형을 젖혀두고 김 대표의 유형은 ‘전원일기의 김혜자’ 유형이 나와 전 직원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게 했다.
그의 성격과 경영 스타일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부분이다.
‘임베디드’ 임베디드라는 용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경한 단어다.
하지만 현대인은 누구나 임베디드의 혜택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란 특정 목적을 위해 적합한 하드웨어를 설계한 후 소프트웨어를 내장하여 최적화시킨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임베디드를 “딱딱한 기계 덩어리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즉 휴대폰, 정보기기, 자동차 등 전기전자와 연관된 거의 모든 제품에 내장돼 제품의 지능화 및 부가가치를 높이는 솔루션이다.
자동으로 온도조절 기능을 갖춘 냉장고도 임베디드 덕이고 전문가보다 더 맛있게 밥을 지어내고 "밥이 다 되었다"고 음성안내도 해주는 전자 밥솥 역시 임베디드 기술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PC를 쓸 때 윈도 XP라는 운영체제를 쓰듯이 휴대폰을 쓰려면 그에 맞는 OS가 필요하죠. 우리가 개발한 이에 해당하는 OS는 ‘네오스’라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네오스’는 시장에서 가볍고 응답시간이 빠르며 어떤 것도 구성할 수 있는 호환성이 높은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MDS테크놀로지는 이미 국내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임베디드용 실시간 운영체제(RTOS)를 비롯하여 DMB 단말 및 방송 서비스 개발 솔루션인 ‘BIFS(Binary Format for Scenes)’ 등의 제품을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자체 개발 솔루션의 매출 비중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DS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현대자동차 등 650여 고객사를 두고 있을 만큼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개발 생산성 및 품질을 좌우하기에 발주기업들로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
MDS의 통합 개발 솔루션은 국내외에 가장 많이 보급된 표준 개발 솔루션으로 최신 개발환경을 지원하며, 안정성과 신뢰성을 이미 평가받은 상태다.
이 회사의 설계 자동화 솔루션, 시험 자동화 솔루션, DMB 솔루션 등도 차별화된 특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업영역이 폭넓어 한 산업분야가 침체하더라도 MDS로서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
물론 내년 이회사의 목표는 800개 이상의 고객사 유치다.
‘아카데미’ MDS테크놀로지는 임베디드 전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경영전략 중 하나다.
아니 회사 운영의 근간을 이룬다는 표현이 맞다.
김 대표는 임베디드 아카데미는 한마디로‘오프라인의 임베디드’라고 표현한다.
총 7개의 강의실로 동시 250명을 교육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이는 국내 최대다.
임베디드 강의는 워낙에 고가의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운영하기 어렵다.
수강생 한 명의 자리에 2천만원의 장비가 들어간다.
강의장 설비비용도 그렇고 강사진도 국내 최고수준인 셈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 직원 1,200명도 1주일간에 걸쳐 여기서 임베디드 관련 교육을 받고 갔다.
김 대표가 아카데미 운영을 중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임베디드 분야에서 보다 뛰어나고 유능한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것. 가능성이 있으면 당연히 채용이다.
그가 헤드헌터를 사용하지 않고 현장 검증을 통해 뽑은 직원은 그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자사의 매출 증대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출된 학생들은 이미 MDS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배웠고 향후 다른 회사에 가더라도 자신이 배워왔고 손에 익은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이 분야는 우리가 거의 독점"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카데미 덕이다.
‘초상화’ 김 대표 방에는 놀랍게도 삼성 이병철 회장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직원이 직접 그린 이초상화를 보면서 김 대표는 삼성 이 회장의 창업 정신을 되새겨 본다고 했다.
MDS테크놀로지의 대고객사인 삼성 직원이 김 대표의 방에 들어온다면 긴장할지, 감동할지(?) 모를 일이다.
△“사업을 머리로 하지 않고 마음으로 했던 것이주요했던 것 같아요. 향후에도 바르고 의롭고 정직한기업이 되겠습니다”
직원 사무실의 한가운데 기둥에는 이상헌 부사장의 초상화가 붙어 있다.
김 대표가 초상화를 붙여준 사연은 “부사장이 너무 고마워서”란다.
또 “회사가 힘들 때 잘나가던 코오롱전략기획실을 나와 13명뿐인 자신의 팀에 합류해줬고 회사 발전에도 크게 공을 세워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상헌 부사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UCSD MBA를 거친 인재다.
얼마 전 김 대표는 이 부사장을 가족과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 유니버시티대학에 1년간 유학을 보내줬다.
작년에 그가 가장 좋은 실적을 내어주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례 차원이다.
직원에게 뭐든 나눠주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맘이며 경영 노하우다.
‘부자 직원’ MDS의 전체 직원 중 57%가 기술 인력이다.
그런데 이들은 코스닥 상장 이후 대부분 부자가 됐다.
창업 초기 100%이던 김 사장의 지분을 계속 직원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다(현재 김 대표는 40%의 지분만 갖고 있다). 주식을 받은 직원들은 상장과 함께 평균 1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은 거의 없고 나갔던 직원이 돌아오는 경우마저 생겼다.
김 대표는 매년 추석에 임직원 가족을 초청해 회사 앞 이마트 구로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자유롭게 구입하도록 하는 행사를 갖는다.
‘테라 카페’ MDS테크놀로지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테라’라는 사내 카페가 있다.
어렵게 사업할 시절 잘 가던 인근 레스토랑 간판명이다.
테라에는 바리스타(완벽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제조하는 전문가) 경력 9년차인 정식 직원이 스타벅스 원두를 사용해 커피전문점 이상의 맛을 내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이 카페는 15층 MDS테크놀로지 사무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자리에 위치했다.
원래는 김 대표의 방으로 낙점됐던 곳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회사를 방문하는 손님과 임직원을 위해 선뜻 자리를 내주었다.
“임베디드 기술을 눈으로 보여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대신 커피를 생각했어요. 최고의 커피로라도 우리 기술의 우수함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김 대표가 사인해 내놓는 커피 교환용 쿠폰(직원용은 500원)으로 마시는 커피는 정말 일품이었다.
다만 카페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임베디드 장비와 안내서가 거슬렸다.
카페는 카페 분위기만으로 충분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은 김 대표의 쉴 새 없는 임베디드 설명에 금세 잊혀졌다.
‘배삼룡과 구봉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목동에서 사무실까지 1시간 10여분을 걸어서 출근하는 김 대표는 인기드라마 ‘주몽’을 모른다.
10시면 취침에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드라마엔 관심이 없다.
△MDS테크놀로지의 문화공간인 '테라' 커피숍은고객과 직원을 위해최상의 커피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그가 아는 연예인이라면 코미디언 배삼룡과 구봉서 정도. 하지만 그는 최신형 휴대폰을 쓴다.
그것도 1년에 두 번 정도는 갈아치운다.
휴대폰은 자신의 일이며 즐거움이고 취미인 셈이다.
지난 2월부턴 좋아하는 술도 끊었다.
술을 마셨을 때 하고 마시지 않았을 때 하고 이익을 계산해보니까 안 마시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신 출퇴근용 차를 팔아버리고 자전거를 샀다.
가끔은 자전거로, 가끔은 도보로 출근하는 재미를 그는 안다.
이동 중에는 잭 웰치의 육성녹음 테이프를 청취한다.
영어 및 경영강의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한 후에는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다.
‘친구&친척’ 휴가철이 오면 김 대표는 매년 전라도 영광에서 목장을 하는 시골친구를 찾는다.
초등학교 6학년을 함께 보낸 친구지만 왠지 그 친구 좋다고 한다.
친구가 힘들 때 축사를 지어줬고 현재 친구는 2마리 소를 불려 110여 마리의 소를 키운다.
그는 친구를 찾아가 주절주절 대화를 하지는 않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라고 자랑삼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어떻냐고 묻자 “시골의 친척들은 가끔 전화를 걸어와 “현철이 니가 서울서 맨든 컴퓨타를 이번에 나도 장만했다”며 흐뭇해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안타승부’ 코스닥 시장을 바라보는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낸 적이 있다.
제아무리 아이템이 탁월하고 매출액이 돋보여도 역시 코스닥업체는 가장 중요한 것이 누가 CEO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좋아도 대표가 다른 맘을 먹고 회사를 팔아치우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MDS테크놀로지 김현철 대표는 예외다.
자신이 비록 똑똑하지는 않지만 이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당하죠, 물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하는 법이구요.” 그의 꿈은 현재 국내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 내년에는 세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 10대 회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휴대폰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주로 모바일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지만, 앞으로 영역을 더욱 확장해 자동차,?항공,?국방 분야에도 적극 투자해 관련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의 목표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를 위한 라인업을 갖춰왔다면, 이제 그는 이를 기반으로 적용분야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명실상부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시점에 섰다.
하지만 그는 결코 홈런을 원하지 않는다.
임베디드 기술만으로 홈런이 아닌 안타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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