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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자녀교육 관심 높고 저축 개념은 약해
[기획취재] 자녀교육 관심 높고 저축 개념은 약해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6.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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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중산층 ② 홍콩] 월수입 50%가 식대 나머지는 아파트 모기지론 “즐기며 살자” ‘아시아의 진주’ ‘쇼핑의 천국’. 홍콩에 대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수식어만큼이나 홍콩 섬의 야경은 화려하다.
하지만 홍콩의 화려한 네온 조명은 지난 1997년 중국에 주권 반환 이후 해외이민 및 자본 유출 증가로 인해 아예 꺼져 버리는 줄로 알았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시 경제성장률은 -5.3% 기록했다.
홍콩 부호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동남아 등지로 이민을 떠났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아예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은행 대출을 받았던 홍콩의 중산층들은 높은 이자에 시달려 자신들이 거주한 고층에서 투신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었다.
당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던 많은 홍콩인들은 실제로 40층 고층에서 뛰어 내렸고 일부는 창문을 꼭 닫고 연기를 피운 채 잠드는 일명 ‘바비큐 차콜 피우기’ 방식의 자살이 유행처럼 번졌다.
사스가 발발한 지난 2003년 초까지 홍콩은 이렇게 암울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최근 홍콩의 중산층 모습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상속세 폐지, 중산층 급부상 지난 11월 9일 마닐라발 홍콩으로 떠나는 캐세이패시픽 항공편에는 필리핀 젊은 여성들로 가득 찼다.
이들이 홍콩행 비행기를 탄 이유는 대부분 홍콩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홍콩 중산층의 가정부로 취업한다.
홍콩의 중산층과 필리핀 가정부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다.
홍콩의 중산층들은 자녀 교육에 있어 영어교육이 가장 절실한 문제다.
필리핀 가정부는 우선 영어가 된다.
따라서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월급도 우리나라 돈 50만원으로 저렴하다.
영어학원비로 영어하는 식모 선생을 둔 셈이다.
ⓒ 출처 홍콩 필살기(삼성 출판사)
따라서 필리핀 가정부가 홍콩에 많이 들어온다는 점은 홍콩의 중산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홍콩의 경제성장 추이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홍콩 경기가 살아나면서 2004년에는 8.6%의 고도성장률 기했다.
특히 중국, 미국, EU 등 주요 경제권과의 활발한 교역활동에 따라, 수출 및 수입에 있어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작년에도 경제성장률은 7.3%를 달성했다.
홍콩 정부는 올해 홍콩의 경제성장률을 4∼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홍콩 경제는 지난 2003년 이래 연속 9분기 동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산층들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반증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최근 수년간 경제발전에 힘입어 지속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전 분야에 걸친 일자리 창출로 고용시장도 크게 호전되었다.
특히 서비스산업 비중 증대로 인해 최근 수년간 신규 일자리는 연간 1% 증대율을 보였지만 홍콩 중산층으로 간주되는 전문직의 고용 증대율 수치는 무려 4%에 육박했다.
지난 2003년 이래 새로 창출된 24만개 일자리 중 약 55% 이상이 전문직 등 3차 산업 종사자로서 중산층 위주 경제 중심의 구조조정 현상이 뚜렷했다.
요즘 홍콩 중산층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과 자녀교육이다.
중국 반환을 앞두고 떠났던 홍콩 상류층들이 홍콩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회귀하면서 이들 사이에선 호화주택 사들이기가 붐이다.
최근 홍콩이 상속세 제도를 폐지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홍콩은 지난해 11월 거주자의 부동산을 포함한 주식, 사치품 등의 상속 시에 부과되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홍콩은 비거주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꾸준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홍콩이 중화권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산 보유가 가능해진 곳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때문에 홍콩의 중산층은 아파트 구입에 열을 올린다.
특히 기존 홍콩 부자들이 살고 있는 리펄스베이 부근의 홍콩섬 남부 호화주택 단지와 빅토리아 피크 중턱 이상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가 중산층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빅토리아 파크 정상에서 바라본 홍콩의 고층 아파트 전경. 산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아파트 값은 비싸진다 ⓒ Economy21
홍콩의 중산층들은 저축개념이 약한 편이다.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만큼 즐기며 살자는 생각이 만연된 탓이다.
반면 이들 중산층은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편이다.
쇼핑 중심지로 성장한 구룡반도 침사추이에서 페리호를 타면 약 15분 후 홍콩섬의 선착장에 도착한다.
바로 이곳이 홍콩 야경의 발원지인 ‘센트럴’이다.
이곳엔 국제금융센터를 비롯해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차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가 모여 있어 홍콩의 주요 중산층이 낮에 모여드는 중심장소라 할만하다.
이곳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고급 바 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인근의 ‘소호’에서 저녁식사를 즐긴다.
지하철로 3~4역을 이동해 명품점이 모여 있는 ‘코즈웨이베이’의 명품 숍에 들러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코즈웨이베이역 근처의 타임스퀘어 광장은 연일 젊은 층들로 넘쳐난다.
중국 본토에 들어가 싸게 즐기기도 마천루가 이어진 센트럴에서 차로 30분만 가면 바다와 산이 펼쳐진 멋진 자연의 풍광을 접할 수 있다.
주말을 이용해 마카오나 주변 동남아국가로 쉽게 여행할 수 있다.
또 ‘KCR’ 지하철을 타면 1시간 내에 홍콩을 벗어나 중국 본토인 심천에도 들어갈 수 있다.
홍콩의 중산층은 주말을 통해 물가가 높은 홍콩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호강을 심천에서 누리고 돌아온다.
심천은 값싼 모조품 쇼핑 시장과 황제 사우나, 1시간에 5천원 정도하는 발 마사지 서비스로 홍콩 중산층을 유혹한다.
필리핀 가정부 두고 자녀교육 극성 홍콩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중산층 피터 스완슨(37)씨는 중국 공장에서 옷을 대량으로 주문해 판매하는 큰 오퍼상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으며 실적에 따라 다르지만 보너스도 1,500만원 정도를 받는다.
허이왕생씨 아내 권미정씨는 홍콩에서 제일 높은 110층 건물인 ‘TWO IFC' 건물의 은행원으로 일한다.
스완슨씨는 "홍콩의 집세가 워낙 비싸 작년에 아파트를 구입했어요. 모기지론을 이용했고 월 소비액은 절반이 식대, 나머지는 모기지 비용에 들인다”고 밝혔다.
△홍콩 중산층부분 허이왕생·권미정씨부부 가운데 3살난 아들 허이준 ⓒ Economy21
스완슨씨 부부 역시 필리핀 메이드를 고용했다.
월 50만원 정도가 가정부 월급이다.
3살 된 아들은 현재 홍콩 유아원(K1)에 보낸다.
홍콩의 경우 생후 2년 8개월만 지나면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서울에서 강남이 교육열이 가장 높다면 홍콩에서 학비 인상 액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카우롱이다.
이곳의 부모들은 하나같이 교육열이 높다.
그래서 카룬시티에는 유명한 학교도 밀집되어 있다.
홍콩 현지 중산층이 자녀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우선 홍콩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려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영어를 잘해야 한다.
홍콩 현지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받는 초봉이 7천에서 1만달러 정도지만 해외에서 대학을 나오고 영어를 잘하면 2배 이상의 봉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일찍부터 자녀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고, 중산층 이상 가정은 대부분 자녀를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의 대학에 진학시킨다.
공무원들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콩의 경우 영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는 공무원들은 학비를 정부에서 부담해주는 특혜를 받는다.
하지만 약 30만달러에 달하는 유학비용에서 반 이상은 역시 가정이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유학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홍콩에도 좋은 학교들이 있지만 선택의 폭이 좁고 최근 교육제도가 개혁을 반복, 혼란스럽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관계자 모임 때문에 최근 홍콩에 다녀온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의 송 실장은 “최근 홍콩 사람들은 부가 척도를 계층 구분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영어 발음으로도 가늠할 수 있었다”며 “인종차별은 줄어드는 반면 언어차별이 등장했다”는 지적했다.
한편 홍콩의 소매 시장은 중산층 위주로 더욱 전문화되어 가고 있다.
‘허치슨왐포아’라는 홍콩의 회사는 중산층을 겨냥한 대형 슈퍼마켓 테이스트(Taste)를 출범시켰다.
테이스트는 허치슨 왐포아의 생활시장인 파킨샵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홍콩의 대형 슈퍼마켓들은 최근 빵집과 샌드위치 바, 소시지 판매대나 와인판매대를 포함해 세분화, 전문화 되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홍콩의 중산층을 폭 넓게 수용하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다양하고 폭넓은 소비자 기호를 맞추고 싶었다.
‘테이스트’는 주머니에 여유가 있는 고객부터 알뜰구매자까지를 모두 겨냥한다"고 밝혔다.
작은 어촌마을에서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세계적인 상업도시가 되기까지 홍콩의 발전은 중산층이 도모해 왔다.
아편전쟁을 계기로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문화혁명 시기였던 1960~1970년대에는 중국 본토로부터 ‘홍콩 드림’을 안고 건너온 수많은 사람들로 홍콩은 크게 변했다.
홍콩 사람들은 “오늘날의 홍콩을 이룬 것은 그 때 홍콩드림을 안고 온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한다.
홍콩의 최대 재벌 리카싱은 홍콩 중산층이 가장 존경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학벌이나 집안 배경이 아닌 오직 본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최고의 부를 일군 리카싱. 그러나 현재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계급사회화 되어 가고 있는 홍콩 사회에서는 성공하기 위해 학벌과 집안 배경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홍콩의 중산층이 자녀교육에 대한 불타고 열정을 보이는 것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아직은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희망이 미미하나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협찬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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