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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물류 패권 꿈꾸는 금호그룹의 노림수
[비즈니스] 물류 패권 꿈꾸는 금호그룹의 노림수
  • 정락인 기자
  • 승인 20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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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인수 통해 물류패자 꿈꿔 … 물류업계 지각변동 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은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 그룹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호그룹이 꿈꾸는 새 역사의 중심에는 대한통운이 있다.
대한통운 인수는 절박하기까지 하다.
그룹 최고 경영자인 박삼구 회장까지 직접 나설 정도로 금호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금호그룹은 왜 대한통운 인수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일까. 종합물류업 진출 호시탐탐 금호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뿌리 찾기와 명맥이 닿아 있다.
원래 금호그룹의 모태는 운수사업이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지난 1946년에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운수업체이기도 하다.
1987년에는 민항 사업권을 따내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출범시켰다.
이후 타이어,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지금의 금호그룹이 됐다.
금호그룹은 또 택배개념이 없던 1989년에 금호특송을 출범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룹 경영진에서 시장잠재력을 믿고 의욕적으로 택배사업을 밀어붙였던 것. 하지만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었다.
금호특송은 계속해서 적자가 누적됐고 5년 후에는 눈물을 머금고 매각하는 실패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금호특송이 지금 국내 택배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택배의 모태가 됐다.
금호그룹 관계자들은 현대택배를 볼 때마다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그룹경영진이 택배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994년에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으며 택배사업 진출을 가시화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법. 금호그룹은 두 번 다시 실패를 맛보지 않기 위해 우선 보스턴컨설팅에 경영진단을 맡겼다.
하지만 택배사업 진출은 금호그룹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해 보스턴컨설팅의 경영진단 결과 택배사업 진출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 갈 길 바쁜 금호그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택배사업 진출을 포함한 종합물류기업 플랜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호그룹은 우선 택배사업 진출 대신에 제3자 물류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종 목표는 역시 종합물류기업이다.
국내 간판 물류그룹인 한진을 능가하는 물류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계속 밝혀왔다.
이를 위해 금호고속과 아시아나항공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한국복합물류(KIFT)를 계열사로 합병했다.
만약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기존 항공사업과 고속버스사업에 대한통운의 육상물류와 택배, 항만하역사업이 더해진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종합물류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통운이 금호그룹의 물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호 ‘러브콜’에 대한통운 ‘시기상조’ 대한통운 인수와 무관하게 금호그룹은 택배사업에 꼭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물류사업의 핵심 임원인 J씨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택배사업에는 반드시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며 “지금은 대한통운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종합물류기업 진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에 이어 자산 규모 1조3천억원대의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재계 7위인 한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물류 아성과 같은 한진과 물류 패권을 다툴 수 있다.
현재 금호는 대한통운 지분 13.47%를 소유한 3대 주주다.
최대주주인 골드만삭스 계열의 트라이엄프인베스트먼트가 20.55%를 소유하고 있지만 투자 목적의 주식 보유여서 경영권에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대 주주인 STX그룹도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적이어서 금호의 최대 인수 라이벌이 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대한통운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였다.
STX그룹도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종합물류기업을 꿈꾸고 있다.
기존 해운물류를 기반으로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육상물류, 항만하역까지 물류영역을 넓혀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인 것. 금호그룹과 치열한 인수전이 예고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최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대한통운 인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대한통운이 다국적 기업에 팔려나갈 염려는 희박하다.
우선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반대할 공산이 크다.
대한통운은 유사시 전시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전략기업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매각에 대해 법원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실시하겠다고 이미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에서 51%의 지분을 먼저 확보하는 기업이 대한통운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통운 인수금액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다.
현재 점쳐지는 대한통운 인수자금은 약1조~1조5천억원 정도. 대한통운 보유 자산이나 물류기업의 위치, 브랜드 가치 등을 감안하면 몸값을 섣불리 예견하기 힘들다는 게 M&A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상태로 보면 금호그룹이 STX그룹보다 대한통운 인수고지에 한발 더 다가선 분위기다.
금호그룹은 장내 주식 매입 외에도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 왔다.
대한통운의 마음을 사기 위한 각고의 정성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과 금호그룹의 교감설이 나오고 있을 정도.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물류업계는 한진, 현대택배와 함께 빅3 체제를 이룰 전망이다. ⓒ임영무 기자
하지만 대한통운 측은 금호와의 ‘교감설’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금호와의 물밑 접촉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 이국동 사장은 “어느 곳과도 M&A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를 한 건 없고, 항간에 떠도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아직 M&A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에 대한 최종 완공증명서(FAC)를 발급 받는 게 급선무다”며 “M&A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사내 분위기는 M&A와 무관하다.
대한통운 직원들은 M&A에 대해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워 한다.
회사의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모 직원은 “우리는 M&A는 잘 모른다.
회사의 경영진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며 “다만 새 주인이 나타난다면 우리와 기업·문화적인 정서가 맞았으면 좋겠다.
대한통운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곳 말이다”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정서는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한통운은 법정관리 중에도 주가가 연일 상승해 10만원 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현재 6개 국가 21개 현지법인을 오는 2010년까지 20개국 48개까지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안방 물류강자’가 아니라 ‘세계 물류강자’가 되겠다는 뜻. 대한통운은 브레이크 없는 페달을 밟은 듯 회사 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다.
대한통운이 금호와의 사전교감설을 일축하면서 애타는 것은 역시 금호그룹이다.
대한통운에 대한 ‘러브콜’이 자칫 짝사랑으로 끝나는 최악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보인다.
오히려 금호그룹 내부에서는 대한통운 인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선 그룹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하다.
박삼구 회장도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강하게 비추면서 직접 챙기고 있다.
금호그룹 일각에서는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그룹사의 물류를 한데 묶어 총괄부서를 신설하는 등 그룹사의 물류체계를 재편할 것이란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물류업계는 엄청난 지각변동에 휩싸인다.
기존 한진, 대한통운, 현대택배 등‘빅3’가 주도했던 시장에 금호그룹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이 뻔하다.
금호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와 함께 숙원사업인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터뷰| 장계원 한국복합물류 상무 “금호와 대한통운은 찰떡궁합” 금호가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애착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뭔가. “대한통운은 누구에게나 매력 있는 기업이다. 특히 금호는 이미 항공(아시아나), 육상(금호고속), 보관·자동화(한국복합물류) 등에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통운의 육상물류와 택배·항만하역이 더해지면 국내 최고의 종합물류기업이 된다. 우리는 성공한 물류모델을 만들고 이를 완성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다.” 대한통운 직원들은 M&A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하다. “대한통운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다. 그룹 회장께서도 대한통운의 인재를 사고 싶어 하신다. 물류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산업이다. 우수한 학벌을 가진 사람이 우수한 인재라는 등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금호는 대한통운의 모든 직원들에게 개인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와 대한통운의 기업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금호와 대한통운은 찰떡궁합이다. 금호가 가지고 있는 기업문화의 모토는 상생경영이다. 때문에 우리와 대한통운이 합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로 화합하면서 진취적인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금호가 호남기업 정서가 강하다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KIFT만 보더라도 임원진은 출신지역이 모두 다르다. 나도 영남출신이다. 직원들도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에서 골고루 모여 있다. 지역색이 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선입견이 아닐까 생각한다.” 금호와 대한통운이 합쳤을 때 물류시너지는 무엇인가. “금호는 자동차, 타이어, 건설 등 기반물량이 충분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화물 물동량으로 볼 때 세계 6위 규모다. IT부문도 금호의 강점 중 하나다. 이에 반해 항만·하역은 약하다. 조달물류나 항만하역 부문은 대한통운이 독보적이지 않은가. 금호와 대한통운이 만나면 한국의 DHL, TNT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금호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맡길 것이다.” 현재 글로벌 물류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가. “내년 1월에 중국에 정식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아직 오픈 전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3PL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만약 금호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해외 물류사업도 시너지를 발휘해 큰 성공을 거두리라 믿는다.”
정락인 기자 freedo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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