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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프라이버시 해결사 ‘CPO’
[실리콘밸리] 프라이버시 해결사 ‘CPO’
  • 송혜영 통신원
  • 승인 2000.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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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법률자문 영역 세분화, 미국 전역에 70여명 활약…기업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판도 요즘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고객과 프라이버시 소송에 휘말려 망신을 당하고 결국은 문까지 닫는 기업이 생겨날 정도다.
이 때문에 AT&T나 마이크로소프트, 익사이트앳홈, 더블클릭, 프로비디안 등 내로라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프라이버시 담당 경영자 ‘CPO’(Chief Privacy Officer)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US뱅콥은 최근 고객 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팔아먹은 것이 문제가 되자 여론수습책으로 서둘러 CPO를 고용했다.
익사이트앳홈은 온라인 옐로 페이지 디렉터리 업체와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로알토의 반독점·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크리스 켈리를 CPO로 영입했다.
골치 아픈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한 크리스 켈리는 지금 익사이트앳홈에서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고객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린 토이즈러스도 마이클 램을 CPO로 고용해 한시름 덜었다.
샌디에이고와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고객들은 토이즈러스가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의 신상정보를 마케팅 회사가 열람하도록 허용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웹 주소 판독용 바코드 리더인 ‘큐캣’을 만드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CPO 랜달 브로버그도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큐캣은 잡지나 신문에 인쇄된 웹 주소를 스캔해 일일이 웹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해당 사이트로 바로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기기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론자들은 웹사이트를 추적하는 용도로 큐캣이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나섰다.
각각의 큐캣은 고유의 일련번호를 갖고 있어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바코드를 스캔할 때마다 그 내용이 디지털 컨버전스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랜달 브로버그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덕분에 디지털 컨버전스는 이미 배포한 40만개의 큐캣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말까지 1천만개 이상의 큐캣을 더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건강관리 업체나 의료기관은 필수” CPO의 역할이 특별할 건 없다.
뭔가 새로운 업무라기보다는 기업의 전반적인 법적 문제를 담당하는 변호사 영역이 더욱 세분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대부분 법적인 문제 중에서도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만 전담하며 직원의 프라이버시 교육을 맡기도 한다.
현재 미국에는 전국을 통틀어 약 70여명의 CPO가 존재하며, 이 수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은 CPO라는 개념이 미국보다 보편화한 곳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CPO를 ‘데이터 보호 매니저’라는 타이틀로 부른다고 한다.
스웨덴만 해도 2천명의 데이터 보호 담당 전문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전문 CPO를 영입하지 못한 기업들은 대부분 자문변호사들이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아메리칸비즈니스인더스트리 그룹의 알란 웨스틴은 “건강관리 업체나 의료 관련 업체는 필히 CPO를 영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CPO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겉으로는 CPO가 고객의 사생활과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업과 고객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보다는 기업 입장에 선다는 것 때문이다.
CPO 대부분이 미국 정부의 사생활 보호법이 더 강화되지 않도록 로비를 펼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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