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커런트] 도서전집 싸게 사려다 돌반지 날린다
[커런트] 도서전집 싸게 사려다 돌반지 날린다
  • 황철 기자
  • 승인 2006.12.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기 도서판매] 안 쓰는 가재도구 현금 교환 '접근'…피해자 늘어도 구제 방법 '전무' 최근 양은정(가명 32)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안 쓰는 옷가지나 가재도구 등을 현금과 바꿔준다며 접근한 40대 중반 여성을 집안에 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아동도서를 제작·판매하는 (주)한국헤밍웨이의 방문 판매원.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고, 양씨는 60만원 상당의 도서 전집 구입을 제의받았다.
현금이 없으면, 집안의 금붙이나 귀금속과도 교환해 준다는 말에 현혹됐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아이에게 아동도서 한권쯤은 사줄 요량이었던 터라, 별 생각 없이 남아도는 돌반지 등을 건네줬다.
판매원은 잠시 후 책을 갖다 주겠다며 집을 나갔고, 약속대로 도서는 몇 분 후 배달됐다.
하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았고, 뒤늦게 석연찮은 마음도 들어 반품을 결심했다.
양씨는 곧바로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불통이었다.
본사에 항의해도 그런 영업사원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 왔다.
사기를 당한 것 같아 이곳저곳에 문의해 보니 유사한 사례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최근 유아도서 방문 판매원들의 사기 행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수십만 원대의 도서전집을 안 쓰는 옷이나 생활용품 등과 교환해 준다며 접근해, 고가의 귀금속까지 챙겨가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도서전집 가격은 턱없이 높게 부풀려진 것이 많고, 이 과정에서 반품이나 환불의 기회는 박탈당하기 일쑤다.
이들 사기 판매자들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아예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씨는 “마음씨 좋게 생긴 아줌마가 안 쓰는 옷을 잘 보상해 준다고 하니 별 생각 없이 문을 열어줬고, 얘기도 얼마나 잘하는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솔직히 계약서 등을 작성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상술에 넘어간 잘못도 크지만, 그 사람들 행동을 보면 안 사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주)한국헤밍웨이의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한국헤밍웨이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교육단체와 언론사로부터 <한국교육산업대상> 등을 수상한 제법 공신력 있는 아동교육도서업체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뒤늦게 사기 사실을 알고 구제를 받으려 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판매원은 연락두절이고 해당 업체도 책임을 회피한다.
또 다른 피해자 김수정(가명 28)씨는 “이름과 연락처를 요구했더니, 그냥 회사로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며 “나중에 환불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결번이더라”고 말했다.
본사로 피해를 호소해도 정상적인 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
확인 결과, 한국헤밍웨이는 영업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헤밍웨이 고객관리 관련부서 관계자는 “방문판매원들의 경우, 정식 직원이라기보다는 본사에서 도소매로 책을 가져다 파는 개인사업자라고 이해하면 된다”면서 “우리는 영업직원들에 대한 관리는 애초부터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본사의 시장 감시는 주로 인터넷의 저가 판매 규제 등에 주를 두고 있다”며 “가해 직원들의 신상명세를 안다면 조사를 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구제해줄 길이 없다”고 밝혔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