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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신용카드만 'OK' 현금 결제는 'NO'
[커런트] 신용카드만 'OK' 현금 결제는 'NO'
  • 황철 기자
  • 승인 2007.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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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렌터카 업체의 이상한 ‘상거래'] 금호·에이비스, 현금 결제 시 신용정보 조회 강요 … 동의서 없이 구두로 의사 묻기도 직장인 A씨(29 · 서울 거주)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울산에 있는 고향집을 찾기로 했다.
자차가 없었던 A씨는 모처럼 나들이를 편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렌터카(rent a car)를 이용하기로 했다.
4인 가족 동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비 대비 경제적이라는 판단도 섰다.
그러나 렌터카 회사의 황당한 요구에 난감해졌다.
현금 결제를 하려면 제3보증인을 동반하거나, 신용정보 조회 절차를 필히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A씨 부부는 과도한 카드 사용을 자제하려고, 현금만 지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던 터였다.
결국 이들은 모처럼의 귀향 계획을 한주 미뤄야 했다.
주말이라 뒤늦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해도, 여유 좌석이 없어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신용정보 조회 기록이 남으면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최근 대형 렌터카 업체의 이상한(?) 영업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거래 관행상 신용카드보다는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 일부 자영업자의 경우, 불법이지만 카드를 사용하면 별도의 수수료를 얹어 받기도 하고 현금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렌터카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금호렌터카와 에이비스는 신용카드 사용을 거래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금 결제는 물론 체크·직불카드의 사용에도 제약을 둔다.
보증인을 동반하거나 신용정보 조회 절차를 필히 거치도록 한 것이다.
채무 연체자나 신용불량자의 경우, 차량 미반납 등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국내 중소형 렌터카 업체 대부분은 현금결제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일부 조건을 다는 경우도 주민등록증을 맡기는 정도. 금호 렌터카 한 관계자는 “렌트 업종은 대여업이기 때문에 특수한 리스크가 많다”면서 “신용이 확실한 사람에게만 렌트를 허용하고, 현금 결제 시 신용정보 조회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두 업체의 영업 관행이 선의의 피해자를 광범위하게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 미보유 고객들은 신용상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A씨처럼 부당한 요구를 받게 된다.
잦은 신용정보 조회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거래상 불이익 역시 고객들의 몫이다.
잘 알려진 대로, 신용정보 조회 기록은 3년간 정보 회사에 고스란히 남게 되고, 개인 신용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신용정보 조회 기록이 늘어나면 대출 계약,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금호렌터카 일부 지점에서는 정보조회 동의를 구두로만 받는 불법 행위도 만연하고 있다.
관련법상, 업체가 고객의 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이 회사 한 지점 관계자는 “별도의 동의서는 필요 없고, 구두로 의사를 물은 후 조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채무 면책자들의 경우, 불이익은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파산자들은 법원 결정으로 신용불량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신용정보 조회 시 거래 불가능 대상으로 치부된다.
최근 파산 결정을 받은 B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신용카드 발급조차 쉽지 않아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고, 현금 지불을 제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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