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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고임금' 논쟁보다 '노사화합'할 때
[커런트] '고임금' 논쟁보다 '노사화합'할 때
  • 김원기 기자
  • 승인 2007.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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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생산성 대비 임금 과다"…노동계 "생산성 증가 세계 최고" 국가 경제를 넓게 살펴보는 거시경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임금은 거시경제의 양대 지표라 할 수 있는 ‘물가’와 ‘성장’에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좀 단순화시켜 보면 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면 물가 오름세를 부추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 임금이 기업의 생산성 증가 추세를 초과해 오르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국가의 경제 성장잠재력을 잠식한다.
이런 의미를 담은 임금의 ‘인상 폭’을 둘러싸고 요즘 재계와 노동계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임금 인상률은 하향 안정 추세” 재계는 우리 경제의 실력에 비춰 임금이 너무 오른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열심히 일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는데도 먹고 살기 힘든게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우선 임금인상률 추세를 살펴보면 크게 봐서 옆나라 일본과 반대방향이다.
일본은 경제가 호전되고 있어 주요 기업들이 10여년만에 대졸 초봉을 올리는 등 임금이 본격적인 오름세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금이 오르긴 올라도 그 폭이 매년 적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하향 안정 추세이다.
노동부가 최근 지난 3월말 현재 100명이상 사업체 6562개소 중 임금교섭이 타결된 516개소(7.9%)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타결 기업의 평균적인 협약기준 임금인상률은 4.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에 비해 0.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말 현재 임금교섭을 완료한 사업장 중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기업은 ‘10개사 중 1개사’(11.4%)의 비율에 달했다.
특히 5천명 이상 대기업의 임금인상율은 2.0%로 지난해 같은기간(6.6%)에 비해 그 폭이 크게 줄어 들었다.
협약기준 임금인상률(3월말 현재 기준)은 2000년 7.6%, 2003년에는 6.0%로 하락한 후 지속적인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 임금교섭이 지난해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노사 상생의 협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임금인상률 너무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그러나 인건비의 높은 증가율로 인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인건비가 너무 높아 기업 투자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국내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제조업 임금의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임금수준이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시간당 근로자 임금을 1인당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소득 대비 임금수준’이 경쟁국은 물론 선진국보다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미국의 ‘소득 대비 임금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158.4로 영국(126.2), 일본(103.2) 대만(76.9)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특히 “노동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임금이 높은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노동계 시각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경연은 “시간당 산출량으로 계산되는 ‘노동생산성’을 기초로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면 임금증가율이 ‘노동의 기여’ 증가를 초과해 노동소득의 상대적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며 “이는 노동 이외 자본 등 다른 생산요소의 기여가 과소평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또 ‘시간당 산출량’을 노동생산성이라고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임금상승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분명히 빠르다고 주장했다.
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임금비용으로 정의되는 ‘단위노동비용’이 지난 2000년 이후 5년간 대만(-21%), 일본(-13%), 미국(-5%), 등은 하락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동계, “그런 말 마소” 민주노총은 경총 등 재계의 ‘고임금’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재계는 보수언론을 통해 근거없는 고임금 이데올로기 공세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막기 위한 자본의 공격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경총의 ‘경쟁력 약화는 임금 탓이므로 임금 동결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979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평균은 8.8% 증가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데 반해 단위 노동비용 증가율은 자국통화 기준으로 평균 5.0% 증가해 2위, 미국 달러 기준으로 환산했을 경우 평균 1.4% 증가로 비교대상 국가 중 10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단위 노동비용이 자국통화 기준으로 지난 95년 이후 하락했고 미국달러 기준으로 2000년 이후 동결된 수준이어서 ‘인건비가 높아 국제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생산성보다 임금인상이 높다’는 경총의 주장과 달리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국제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인데 반해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영국보다도 인상폭이 낮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노동자들은 임금이외에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리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임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게 민주노총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재계는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인상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3배라며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상승 속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며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의 생산성증가율이 최고수준이라는 사실은 외면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나라의 물가인상률은 선진국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 집값, 의료비는 사회문제가 될 만큼 천정부지로 뛰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만 문제를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2007년 한국노총 표준생계비’자료를 통해 우리 가정의 현실 임금은 표준생계비의 55.1% 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4인가구 가운데 제1가구(가구주, 배우자, 초등학생 2명)의 경우 448만의 생계비가, 제2가구(가구주, 배우자, 중학생, 초등학생)는 466만원이, 제3가구(가구주, 배우자, 고등학생, 중학생)는 494만원의 생계비가 필요한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4인가구 중 제1가구의 경우 표준생계비는 448만인데 비해 노동자 임금평균은 247만원(2006년 11월)으로 생계비에 비해 현실임금은 55.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6년 3/4분기 가계수지현황 자료의 4인가구 평균소득 역시 370만원으로 한국노총 표준생계비의 82%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사는 말싸움 보다 힘을 합해야” 전문가들은 “재계와 노동계가 각각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데 유리된 주장만 펴고 있다”며 “임금인상 폭의 절대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아 성장하기 위한 노사간 화합”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통계적 수치보다 더욱 강조돼야 할 점은 미래지향적 인 관점에서 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국제 국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들은 또 “선진국과 임금인상률 수치 비교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복지수준과 물가수준 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라며 “이런 것을 간과하고 통계만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상생과 공존의 철학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되뇌인다면 우리 경제의 암날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중지를 모으로 힘을 모아야 나라경제가 바로 선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때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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