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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전국 야립광고 탈없이 철거될까?
[커런트] 전국 야립광고 탈없이 철거될까?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7.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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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기한 만료로 모두 불법 … 이권 커 특별법 만들어 되살아난다 주장도

새해 들어 전국 야립 광고물의 존폐 논란으로 광고 관련 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란의 요점은 ‘고속도로변에 당당히 버티고 서있던 대형 야립광고물이 과연 법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하는 것이다.


하계유니버시아드지원특별법에 따라 전국에 집행되던 총 353기의 옥외광고물이 지난 달 31일부로 기한 만료로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불거진 사안이다.
법적으론 만료시한 이후부터 부착되는 광고물은 모두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일부 광고업계에서는 “야립광고는 큰 이권이 걸린 사업이기 때문에 몇몇 국회의원 측이 새로운 특별법을 발효시켜 야립광고를 유지하는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문화관광부에서 특정 광고업체에 독점권을 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오던 차에 행자부 소관으로 넘어온 것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새다.
어쩔 수 없이 ‘뜨거운 감자’를 만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완전철거 쪽이 수월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짐작된다.


업계의 논란이 커지고 국회의원들의 지적도 증가하자 지난 27일 행자부는 전국 주요 고속도로변에 설치되었던 대형 야립광고물을 오는 2월 말까지 모두 철거한다고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행자부는 광고물 관리를 담당하는 각 자치단체에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지자체는 해당 광고대행사에 자진철거 안내문을 발송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시달한 뒤 철거를 독려하고 이에 불응하면 행정대집행을 2월 말까지 끝내라는 내용이다.
대상 광고물은 현재 전국에 야립간판 224개, 홍보탑 82개, 차량 30개, 옥상간판 20개 등이다.


행자부 지역관리팀은 “옥외광고물 특별법으로 세워진 광고물들이 특정 소수 업체의 광고사업 대행 독점에 따른 부작용을 야기했다.
광고물의 무분별한 설치로 자연경관을 해치고 안전성에도 심각한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자부 생각대로 수월하게 광고물을 철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우선 업계 관계자들은 광고물 철거 전에 몇 가지 풀고 넘어가야 할 난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야립광고로 매달 1천500~3천만원이라는 돈을 벌어온 매체사가 과연 이 사업을 쉽게 포기하겠냐는 것이다.


광고 시설물의 주인이 따로 있고 광고물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점도 쟁점 중의 하나다.
야립광고를 지탱해주는 기둥과 프레임을 칭하는 시설물의 소유는 매체사인 반면 가로 20미터 세로 10미터 크기의 광고면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게 시설물과 광고물의 소유권이 분리된 계기는 관리 주체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시설물 주인은 매체사가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공단 측은 광고물에 대한 권리만을 이양 받았기 때문이다.
행자부가 철거지침을 만들었어도 광고물은 철거할망정 사실상 몇몇 매체사의 사유재산인 시설물을 함부로 철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매체사들도 광고물을 지자체에서 임의로 철거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심지어는 특별법이 소멸되고 대체 입법이 없어도 법적으로 투쟁하면 최소 3년은 버틴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거 있는 시나리오는 고속도로변 야립광고물 설치는 이제 특별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법(옥외광고물 등에 관한 관리법)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편 기존의 매체사들의 희망사항대로 특별법을 새로 만들어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다.
정병국 의원은 체육단체의 부족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그동안 문제가 됐던 대한체육회에 그대로 특별법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크게 지지를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또 이광철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직영하는 형태로 특별법을 유지하자는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안에 대해 민주당 손봉숙 의원 측은 “지금도 몇몇 의원들이 야립 광고물에 대해 체육진흥공단에서 직영을 하는 방향으로 대체법안을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옥외광고 수익의 주체는 체육진흥공단이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립광고가 문제시 됐던 이유

옥외광고특별법은 서울올림픽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부터 시행됐다.
이후 체육공단지원, 엑스포,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부산아시안게임, 2002년 한·일 월드컵,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22년 동안 각종 국제대회 기금 조성용으로 광고사업권은 승계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일부 업체에게 독점권을 부여하고 시장의 제한경쟁 행위를 주도하고 조장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이 문제를 놓고 손봉숙 의원 측은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별법에 의한 옥외광고물은 부분 공개입찰이 아닌 자유계약을 통해 사업이 전개되어 왔다.
그동안 광고수익을 취했던 옥외광고업체는 각종 인맥과 금품을 동원해 계약 연장을 시도했다.
몇몇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구성하기도 했다.
결국 옥외광고 분야 소수 특정업체가 지난 20년간 독식을 해왔다”는 것이 손 의원 측의 주장이다.


야립광고가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알려져 그동안 쉬쉬하던 사안이 결국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자 다소 구린 구석이 있는 대한체육회와 문화관광부 측은 더 이상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 됐다.


더구나 향후 몇 년간 기금조성을 명목으로 치러야 할 행사도 잡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옥외광고특별법이 시효를 다하게 된 것이다.
옥외광고에 대한 관리감독도 문화관광부에서 행정자치부로 자연스레 이관된 상태다.


이제 일부 매체사의 소유권 주장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논란거리가 되던 옥외광고가 투명화 되고 새로운 분위기로 출발하는 모습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야립광고 특혜에서 소외됐던 대부분 옥외광고 업체들은 “이번 논란을 통해 연간 2천억원 이상의 광고매체가 새롭게 거듭나 보다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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