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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part3] 테헤란밸리에 최초로 둥지 튼 1호 벤처
[커버스토리_part3] 테헤란밸리에 최초로 둥지 튼 1호 벤처
  • 김성수 객원기자
  • 승인 2007.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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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기업’ 대명사 비트컴퓨터] 1호 기업 이름표만 40여가지 … 의료정보화 한 우물만 팠다

올해로 창립 24주년을 맞은 비트컴퓨터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대한민국 ‘원조 벤처’라는 이유에서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이자 의료정보 전문업체인 비트컴퓨터는 1세대 벤처기업의 선두주자다.
남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 무엇보다 ‘1등은 바뀌지만, 1호는 영원하다’는 기치는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사실 비트컴퓨터는 ‘벤처 창업 1호’라는 타이틀 외에도 다수의 ‘1호 기업’ 이름표를 달고 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최초’ 기록만 40여 가지에 이른다.


벤처 창업 1호 ‘비트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1호, 의료정보 전문기업 1호, 테헤란밸리 입주 1호, SW업체 병역특례업체 1호, 북한 IT교류협력 1호…’

이처럼 비트컴퓨터가 창출한 각종 ‘1호’ 수식어엔 국내 IT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트컴퓨터는 벤처뿐만 아니라 의료정보화, 소프트웨어 등의 성장과 역사를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비트컴퓨터는 지난 1983년 설립됐다.
조현정 회장이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 때다.
최초의 대학생 벤처였다.
자본금 450만원, 직원은 동생과 여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
사무실은 청량리 맘모스호텔 객실을 개조해 사용했다.
‘호텔객실 창업’ 또한 비트컴퓨터가 갖고 있는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이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 하루 5시간 이상 더 일할 수 있다는 조 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일반인들의 인식이었다.
당시엔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컴퓨터를 사면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끼워준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었던 것. 때문에 비트컴퓨터는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이해할 만한 인텔리 층을 주 타깃으로 설정했다.
바로 의료분야였다.


조 회장은 “80년대 초반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긴 했지만 의사들이 보험청구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며 “간호사 등까지 매달려 수작업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비트컴퓨터의 최초 사업아이템인 의료보험 청구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보험 청구를 위해 매달 보름씩 매달리던 의료진에게 데이터만 입력하면 끝나는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비트컴퓨터는 이 프로그램을 병원당 150만원에 판매했다.
당시로선 고가였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렇게 비트컴퓨터가 설립 5개월 만에 올린 수익은 무려 5천만원. 같은 시기 삼성전자 대졸 초임이 월 34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갓 태어난 회사로서는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비트컴퓨터는 ‘테헤란밸리’라는 개념이 전무했던 지난 1995년 역삼동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그 주변엔 밭이나 쓰레기 하치장 등이 널려 있었다.
현재 수천 개의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테헤란밸리 시대를 비트컴퓨터가 연 셈이다.
송인옥 홍보팀 차장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보험 청구 프로그램은 비트컴퓨터가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비트컴퓨터는 연 매출액 2백억원대, 직원 수 1백60여 명의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병원급 의료기관 25%, 의원급 의료기관 30% 등 국내 의료정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호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적지 않았다.
창업 당시만 해도 컴퓨터 저장용량이 작아 직원들은 밤새 백업작업을 하면서 일을 해야 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이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투자 유치는 물론 은행 대출도 꽉 막혀 있었다.
특히 비트컴퓨터는 지난 1997년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지만, 이듬해 터진 IMF 여파로 소프트웨어 사업은 크게 위축됐고 도산하는 IT업체들도 줄을 이었다.
대다수 기업들은 구조조정 국면을 맞아 경비 삭감과 인원 감축을 단행하기 바빴다.


그러나 비트컴퓨터는 주눅 들지 않았다.
비트컴퓨터는 역발상 경영 전략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되레 직원들의 월급을 올리는 한편 사무실 내 형광등을 더 밝게 키웠다.
어려울수록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원조 벤처’라는 자부심도 한몫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과 더불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


IMF를 하나의 기회로 활용한 것. 이 결과 지난 1998년 매출 1백14억원, 신장률 6%, 당기순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트컴퓨터는 지난 2000년 이후 벤처 거품이 사라지면서 또 다시 잔뜩 긴장했지만 기술력과 투명경영이라는 독특한 기업윤리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테헤란밸리 시대 ‘비트컴퓨터’가 열어

의료정보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진 비트컴퓨터는 ‘제2의 도약기’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보험 청구 프로그램을 비롯해 △종합병원 원무관리 시스템 △의료처방전 전달 시스템(OCS) △의료영상 저장전송 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분야로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또 국민 보건 서비스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전염병 정보망 구축 △예방접종 등록 전산화 시스템 구축 △결핵정보 감시 시스템 구축사업 △사스 정보망 구축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일본, 태국, 우크라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과 북한에 IT기술을 보급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자사 프로그래머 교육장인 비트교육센터를 설립해 IT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비트교육센터는 17년 동안 7천여명의 고급 IT인력을 배출, 이들은 취업대란 속에서도 100%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윤리경영도 소홀하지 않았다.
비트컴퓨터의 나눔경영에는 더 큰 도약을 위해 ‘벌면 나눈다’는 사회공헌 이상의 개념이 내재해 있다.
조 회장은 “24년간 수많은 벤처기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의료정보화’라는 한 우물만 팠다”며 “대한민국 벤처 1호 기업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호 기업은 영원하다.
마케팅의 고전인 <포지셔닝>의 저자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는 “1등 기업의 상당수가 선발기업이다.
따라서 1등을 하기 위해선 그 시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라”고 조언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1등 기업 중 60∼70% 이상이 선발기업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1호 브랜드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벤처기업들이 하나둘 모습을 감추고 있는 테헤란밸리에서 새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는 비트컴퓨터의 내일이 기대된다.


김성수 객원기자(top@economy21.co.kr)

GMP 허가 1호 기업 네추럴F&P
“1호는 그 무엇보다 영원하다”

‘1호 기업’은 영원하다.
혹여 사라져도 ‘1호 기업’이라는 명칭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네추럴F&P는 건강기능식품 전문제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생명공학기술을 응용한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 전문기업인 네추럴F&P는 면역강화제 · 간질환개선제 · 뇌기능개선제 등 20여개 특허물질도 보유하고 있다.
네추럴F&P가 종종 ‘바이오업계의 다윗’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네추럴F&P가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 제1호 기업이라는 것이다.
의약품 제조에 한해 적용되던 GMP 인증이 지난해 1월부터 건강기능식품에까지 확대돼 건강기능식품 전문 제조시설은 식양청의 GMP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사실 네추럴F&P는 해외수출을 위해 이 같은 법에 적용되기 1년 전 일찌감치 GMP 허가를 받았다.
해외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해 2년여의 공사기간과 약 120억워의 시설투자금을 쏟아 부어 국내 최대의 건강기능식품 전문제조시설을 만들었다.


때문에 네추럴F&P는 최근 GMP 허가를 받은 기업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보다 엄격한 조건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이다.
네추럴F&P가 올해 슬로건을 “1등은 바뀌지만 1호는 영원하다”로 삼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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