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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서남북] 고뇌의 틀 넘어 하나가 된 조형세계
[문화 동서남북] 고뇌의 틀 넘어 하나가 된 조형세계
  • 김상일(조각가/건축가)
  • 승인 2007.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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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정희]‘서민들의 삶’반영… 조형미 이상의 의미 지녀

얼마 전 경복궁 근처 갤러리의 후배 개인전시회에 들렀다가 작가 김정희를 처음 대면하게 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커다란 안경, 맑고 큰 눈망울이 인상적이었던 작가에게서 차가우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에 저절로 작가의 모습을 주위 깊게 살펴 보게 되었다.
뒤풀이 후 작가와 이별의 악수를 나누는 순간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손이 아닌 마치 공사장 인부의 손과 악수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2006년 여름 내내 3개월 동안 햇빛 내리쬐는 콘크리트 슬라브 위에서 길이 8m, 높이1.2m, 철 수세미를 한 올 한 올 촘촘히 안팎으로 엮었다는 것이다.


이원적 공간이란 주제로 두 영역의 보이지 않는 교류를 가시화시키고 있는 작가 김정희.

오랜 시간 작가 김정희는 이미 자신이 정해놓은 틀을 경계로, 또 다른 공간을 위한 작업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성이 다른 돌이나 대리석, 브론즈, 철, 점토, 사진, 플라스틱, 철망 등을 이용, 기하학적인 모양의 "SPACE 200605" 는 원/반원기둥, 직/정 사각, 원추/타원기둥 등으로 만들어 그것들을 눕혔다간 세워보고 세웠다간 다시 눕히는 등의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작가의 조형적 공간에 대한 집요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집요하게 작업하던 틀 속의 변화가 실증이 난 듯 꼬맹이가 놀고 있는 장난감 "SPACE 200613"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장난감이라는 오브제를 사각 프레임 밖에 놓아보며, 작은 변화를 즐겨본다.


다듬이 방망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소리를 조각하고 공간에 담긴 소리를 작업하는 작가에게 소리의 잔상은 바로 공간 속 대상의 존재를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에게 두 개의 공간은 상상일 뿐이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 보이지 않는 공간과 보이는 공간. 공간의 크기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다.
표현을 넘어서 공간에 대한 고민, 특히 숨어 있는 공간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는 작가의 진지함. 그러기에 이원적 공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 고생을 하였을까.

이제 50줄을 훌쩍 넘겨버린 작가 김정희는 조각에 대한 철저한 장인 정신과 집요하리만치 공간에 대한 집착을 하여 예리하고 철저한 손의 움직임으로 문화공간을 미(art)로 조각화하고, 부드럽고 치밀한 분석력으로 자연(nature)이 생산한 공간(space)을 물질화 하여 공간의 구조를 다변화시킨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이차원과 삼차원의 경계를 넘어선다.
미술사에서 벗어나 자연과 대적하여 공간의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

ⓒECONOMY21 사진작가는 "SPACE drawing 1" 에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여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힘들고 어려운 우리네 삶을 씻어내 듯 수세미 안에 소주병을 개입하여 수세미가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인 세척의 의미를 조형적 구성을 통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SPACE 200603"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좌 아니면 우, 우 아니면 좌, O아니면 X, 흑과 백의 논리와 논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싸움, 꽉 막혀 버린 우리 사회를 시원스럽게 뚫어주기를 바라며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가 거대한 수세미라는 작품으로 느낄 수가 있다.수세미라는 작품을 통하여 이원적으로 보여지는 채워짐과 비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경계가 있고 없음의 팽팽한 긴장감은 시공을 뛰어 넘어 자유로워진 작가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있다. 이렇듯 수세미 작품은 자연미나 예술적인 미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작품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작가가 풀어나가는 수수께끼와 같은 예술적 과제들을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에서 풀어낼 것이며 전시를 주재하는 힘은 오롯이 작가에게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작가 김정희는 1977년 대학졸업 이후 지금까지 단체전/초대전에 180여 차례나 참가하는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였으며, 2006년도에는 15번째 개인전을 모란갤러리에서 가졌다. 현재는 성신여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직을 맡아 여류조각계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김상일(조각가/건축가) human3ksi@freechal.com홍익대조소과/동대학원 卒. 개인전 6회. 의정부 덕소성당 설계.‘갤러리 담’ 조각전시회안국역 1번 출구를 나와 풍문여고 담 벽을 따라 올라가면 한옥으로 된 윤보선 가를 만나게 된다. 윤보선 가 뒤편 붉은 벽돌 된 ‘갤러리 담’에서는 겨울에 어울리는 조각전이 2006년 12월 23일(토)부터 2007년 1월 15일(월)까지 열리고 있다. 화랑의 디렉터인 장계현은 십여 년간 큐레이터 경험을 통하여 순수미술에서 다소 열외 시 되어온 공예, 조각 등을 중심으로 전시기획하며, 학연, 지연 위주의 기획전보다는 작품성 위주의 작가를 선정함으로써 화랑계에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번 전(展)에서 노동식 작가는 솜틀집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넉넉하지 못한 삶이 하나의 아름다운 소재로 승화되어 솜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작가가 경험해 왔던 이야기들을 따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나의 작업은 현재의 모습과 기억을 대상으로 순간적인 모습을 담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그리고 누구나 일상적인 생활에서 한번쯤 경험해 본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 이번 전시회의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현대미술 조각계의 새로운 수혈 위한 실험전‘Start 2007’展은 각 대학의 추천을 받아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한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미래의 조각가들을 주목해보고자 마련된 전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CUBEspace에서 2007년 1월10일- 1월 23일 까지 전시회를 갖는다.매년 시작을 알리는 첫 전시회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현대미술 조각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아직 작가라는 단어가 어색한 그들에게 작업동기를 고양시키고자 기획되었다. 현대 조각계의 기본 정신과 젊은 학생들의 실험 정신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현대조각이 나타나게 되는데, 『Start 2007』展은 바로 그 현장이다. [참여 작가]권용철 김이경 송혜연 안정미 원지호 이희진 이혜숙 정순영 최형우 홍주하 김광배 김상복 김재각 김형기 노정주 오지연 윤근병 장원준 차두환 황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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